패밀리레스토랑 쇠락 왜?



국내 패밀리레스토랑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다. 지난 1월, 국내 최대 패밀리레스토랑인 아웃백이 매물로 나온 데 이어 2월엔 베니건스가 팬시전문업체인 바른손에 팔렸다. 지난해 TGI Fridays(T.G.I.F)는 사업 부진으로 계열사인 롯데리아에 합병됐다.
다른 곳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 매각만 안 됐을 뿐이지 매출감소, 점포폐점 등을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90년대 고급 외식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패밀리레스토랑이 이처럼 쇠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패밀리레스토랑 빅3 구조조정 중
우선 패밀리레스토랑의 출생과 성장을 살펴보자. 국내 패밀리레스토랑의 시초는 88년 미도파백화점의 '코코스'다. 이후 94년 CJ푸드빌(당시 제일제당)이 일본에서 '스카이락'을 가져왔고 96년에는 이와 유사한 토마토&어니언이 도입됐다. 당시 이들 브랜드는 깔끔한 인테리어와 선진화된 운영 시스템으로 국내 패밀리레스토랑 붐을 일으키는 데 한몫했다.
패밀리레스토랑이 본격적으로 붐을 타기 시작한 것은 1992년 T.G.I.F가 서울 양재동에 1호점을 내면서부터다. 이후 베니건스(95년), 빕스(95년), 아웃백(97년) 등 대형 패밀리레스토랑이 속속 생겨났다.
97년 800억원 규모로 성장한 패밀리레스토랑은 2000년 약 17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이후에도 매년 30% 이상의 고공성장을 이어갔다.
월드컵 해였던 2002년에는 3000억원을 기록했고 2005년에는 6000억원도 돌파했다. 매장 수도 크게 늘어 97년 전체 30개가 안 되던 패밀리레스토랑은 2005년 200개를 넘었다. 즉, 패밀리레스토랑의 전성기는 97년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 2005년까지 약 10년간이라 할 수 있다. 그 이후에도 패밀리레스토랑은 외형을 키우면서 2007년 1조원 시장까지 바라봤다.
하지만 성장은 거기까지였다. 이미 그 전부터 시장에선 '한계에 도달했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업체들의 점포 경쟁은 지방까지 확산되면서 출혈경쟁을 시작했다. 2만원이 넘었던 패밀리레스토랑 객단가는 통신과 카드사의 할인경쟁 속에서 1만원까지 내려갔다.
더 이상 패밀리레스토랑은 가족, 연인들이 특별한 날에 찾아가는 장소가 아닌 지갑 사정이 얇은 중고생과 대학생들이 찾는 장소로 변질됐다.
사실 패밀리레스토랑의 몰락은 이미 4~5년 전부터 예견됐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메뉴와 디자인, 콘셉트 등이 수년간 정체됐다. 소비자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외식업도 유행에 따라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잘나갈 때 그 다음 것을 준비해야 한다"며 "패밀리레스토랑은 도심에 위치해 있고 젊은 사람들이 자주 방문하기 때문에 유행에 더 빠르게 대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변신에 실패한 업체 책임이 크다는 분석이다.
2005년은 이미 웰빙이 외식업계 대세로 자리 잡던 시기다. 대중의 입맛과 취향이 이미 웰빙으로 바뀌었는데도 패밀리레스토랑은 여전히 스테이크와 립 등 육류와 기름기 있는 튀김요리를 메인 요리로 고수하고 있었다. 조리법도 웰빙과 거리가 멀었다.
매드포갈릭을 선보인 썬앳푸드의 신서호 본부장은 "(패밀리레스토랑에서)조리라고 해봐야 반가공된 식품을 주방에서 데우거나 섞는 수준이다 보니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획일화된 매장 디자인도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게 된 요인이었다. 건강에 유익하지도 새롭지도 않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면서 패밀리레스토랑은 스스로 무너졌다.
외형 경쟁에 치중, 서비스·맛 놓쳐
왜 빠르게 변신하지 못했을까. 여러 가지 원인이 언급되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 대기업이 지목된다.
패밀리레스토랑이 롯데(TGIF), CJ(빕스), 오리온(베니건스) 등 식품 대기업 중심으로 커지다 보니 외형확장에 매달린 부분이 컸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에서 경쟁적으로 매장 면적을 늘리고 지방 진출을 확장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자연히 서비스나 음식의 질은 소홀해졌다.
노희영 오리온 부사장은 "패밀리레스토랑이 본래 고급 음식점이 아닌데 그 전까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서양 레스토랑이 거의 없다보니 고급화돼서 국내 들어왔다"며 "대중화된 뒤에는 타깃층을 낮추고 변신을 시도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대기업에선 매장 확장에 열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노 부사장은 웰빙 퓨전 레스토랑인 마켓오를 새로 론칭해 베니건스의 변신을 시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바른손에 매각했다. 노 부사장은 오는 6월 압구정에 마켓오라는 이름으로 빵, 면, 과자 등이 복합된 새로운 형태의 매장(플래그십 스토어)을 선보일 계획이다.
대기업이 사업을 주도하다 보니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도 떨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둔화가 분명히 보였지만 과감하게 'STOP'을 외치고 구조조정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형석 비즈니스유엔 원장은 "국외에서도 패밀리레스토랑은 매장 면적이 좁은 편이고 한 지역에 밀집돼 있지 않다"며 "패밀리레스토랑의 경우 매장 간 통상 4㎞의 안정거리가 필요한데, 여러 브랜드들이 한정된 지역에서 대형화하면서 시장을 갉아먹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매물로 나온 아웃백의 국내 매장 수는 102개로 미국(796개)을 제외하면 가장 큰 규모다. 가까운 일본과 홍콩의 아웃백 매장 수는 각각 9개, 7개에 불과하다. 무리하게 매장을 확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곳의 매장 수는 빕스(74개), 애슐리(59개), 베니건스(32개), TGIF(31개) 순이다. 또한 핵심 상권에 들어간 이들 패밀리레스토랑의 면적은 330㎡(100평)이 넘어 임대료도 배 이상 비싸다.
구조조정 후 매출 회복 中
물론 업체들도 가만있진 않았다. 웰빙 콘셉트에 맞춰 샐러드, 해산물 메뉴를 추가하고 가격대를 낮췄지만 한 번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엔 때가 늦었다.
게다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업체들의 어려움은 더 심각해졌다. 그나마 서둘러 구조조정을 단행한 업체들은 요즘 다시 회복되는 분위기다.
CJ푸드빌에서 운영하는 빕스는 2008년부터 수익성이 떨어지는 매장(15개)을 폐점하고 신규점포를 오픈하지 않는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전응준 빕스 본부장은 "매장 수를 급격히 늘리기보다 기존 점포의 내실을 다지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샐러드바 메뉴를 강화하고 고기 등 메인코스요리는 소비자가 선택적으로 먹을 수 있도록 해 가족단위 손님도 부담 없이 찾게끔 개선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부터 매출을 회복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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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백 누가 가져갈까
대상·호텔신라 언급되지만 인수 부담
국내 최대 패밀리레스토랑이 시장에 나오면서 앞으로 누가 인수할지도 관심이다. 일단 시장에선 매장 규모가 큰 만큼 대기업이나 국내외 사모펀드(PEF)가 인수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 매장당 가격이 10억원이라고 해도 총 인수가격은 1000억원이 훌쩍 넘어간다.
시장에선 3000억원 설도 나돈다. 인수 후보군으로 지난해 외식사업 진출을 선언한 대상을 비롯해 호텔신라 등이 언급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솔직히 인수 금액이 커 부담스럽다. 사업이 잘된다면 또 모르겠지만 이미 한 번 유행이 지난 아이템이라 인수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호텔 출신 관계자는 "외식사업은 (대기업)그룹 딸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분야인데, 대부분 돈보다는 매장 콘셉트나 디자인, 유행 등에 더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중저가 레스토랑에 대한 관심은 떨어진다"고 말한다.
시장에선 "영업이익률 10~15% 이상, 매장 수 10여개 내외, 매장면적 330㎡(120~150석 규모) 이하 정도는 돼야 인수할 만하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레스토랑도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희영 부사장은 "최고급 레스토랑은 40~50석, 중상위 레스토랑은 80~120석이 경쟁력이 있다"면서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선 패션의류처럼 음식의 맛과 디자인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충일 기자 loyal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46호(10.03.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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