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두바이' 사카이미나토에는 요괴가 살고있다


[일간스포츠 장상용] 요괴 가로등·요괴 기차·요괴 택시·요괴 빵·요괴 술….
도시 전체가 요괴 만화 캐릭터로 뒤덮인 곳이 있다. 대게와 참치 어획량 일본 1위를 자랑하는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境港)시. 과거 수산 도시로 알려진 이곳은 일본의 대표적 문화 도시로 변신했다.
1993년 이곳 출신의 요괴 전문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88)의 만화 '게게게의 기타로'를 모티프로 도시를 디자인하고, 도시 중심부에 1km에 이르는 '미즈키 시게루 로드'를 건설한 이후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만화 도시 건설 전까지 연 2만명에 불과했던 관광객 수가 지난해 172만명으로 급증했다. '일본의 두바이'로 불리는 이유다.
▶ 아이디어와 상상력으로 빚은 요괴 도시
유령족의 마지막 후예로 죽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탄생한 애꾸눈 요괴 소년 기타로를 그린 만화 '게게게의 기타로'는 1959년 종이 연극을 선보인 후 약 39년 동안 만화 잡지에서 연재됐다. 이 만화에는 일본 민담과 전설에서 탄생한 1000여 종의 요괴들이 생동감 넘치게 등장한다.
만화 도시의 핵심은 미즈키 시게루 로드다. 사카이미나토역부터 길 양쪽을 따라 '게게게의 기타로'의 요괴 캐릭터로 만든 브론즈상 134개가 서 있다. 이 만화에서 주인공 기타로와 함께 유명한 쥐 요괴 네즈미, 팥 씻는 요괴, 달마 등이 브론즈상으로 구현됐다. 요괴에 대한 거부감을 주지 않기 위해 손으로 만질 수 있도록 작게, 어린이 눈높이로 만든 게 특징이다.
이 곳에선 모든 게 상상력과 아이디어에 바탕을 두고 있다. 브론즈상을 하나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150만엔(1950만원). 재정이 약한 사카이미나토 시청은 이를 충당하기 위해 브론즈상에 이름을 넣어주는 대가로 100만엔(1300만원)씩 기부를 받았다. 이름을 넣겠다는 요청이 전국 각지에서 들어왔다.
▶ 시민들이 아이디어 상품 쏟아내
이 도시의 시청과 시민들은 '게게게의 기타로' 만화로 수익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협력한다. 시즈키 시게루 로드 건설을 발의한 구로메 도모노리(50)는 당시 사카이미나토 시청 직원이었지만 지금은 독립해 이 거리에서 3개의 만화 캐릭터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구로메 혼자서 개발한 '게게게의 기타로' 관련 상품만 1000여 종에 이른다. 구로메처럼 상점을 운영하며 독특한 캐릭터 상품을 개발하는 사람도 여럿이다.
구로메는 "처음에 시청이 도시를 요괴 만화로 디자인한다고 했을 때, 시민들 상당수가 반감을 갖고 있었다. 일단 브론즈상 몇 개를 완성해서 시민들에게 보여준 뒤에야 반감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이 고장의 대표적인 사케 브랜드인 치요무스비도 요괴 모양의 술병을 10여종 개발했다. 이 캐릭터 술병은 미국에서도 인기다. 한 상점에서 자체적으로 발간하는 요괴 신문도 만화 마니아들의 수집품으로 인기가 높다.
사카이미나토(일본)=글·사진 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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