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희의 아이러브 무비] 춘향뎐의 최연소 정사신이 가지는 의미
[JES] 영화 속의 정사신은 자칫 성인들의 성적 흥분만을 위해 제공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하지만 허무함이나 슬픔 등 등장인물의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예술적 성취를 위해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고전 예술 작품이 지닌 정통성을 그대로 계승하기 위해 정사신이 필요한 상황도 생긴다. 바로 임권택 감독의 1999년작 '춘향뎐'이 바로 그 예다.
'춘향뎐'은 '국창'이라 불리는 인간문화재 조상현의 판소리 춘향가를 영화 전편에 깔고, 그것을 그대로 영상화한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판소리 춘향가에서는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로 시작되는 '사랑가'가 유명하다. 꽃다운 나이이자 당시에는 결혼 적령기였던 16세의 춘향과 몽룡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모습을 그린 명장면이다.
'화로(花老)하면 접불래(蝶不來)라 나비 새꽃 찾아가니 꽃 되기도 내사 싫소'라는 가사와 함께 춘향(이효정)과 몽룡(조승우)은 어두운 호롱불 아래서 사랑을 나눈다. 화면을 감싸고 있는 어둠은 호기심과 뛰는 가슴 때문에 사랑의 행위를 시작했지만 아직은 두려운 새내기들의 심정을 담고 있다. 그 유명한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라는 가사가 등장하면서 그들의 정사는 유희로 바뀐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그들이 밝은 화면 속에서 즐거워하며 움직이는 모습은 조상현의 명창과 어우러지며 전반부의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몽룡이 과거 시험을 위해 한양으로 떠나며 두 사람만의 언약식을 하는 가운데 관객들은 영화 '춘향뎐'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만난다. 나신의 두 사람이 병풍 앞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다 비단 이불 위에서 행복해하는 장면에서 예술적 도취가 아닌 '성적 흥분'을 느낀 관객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춘향뎐'의 이 정사신들을 문제 삼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춘향 역을 맡은 여배우 이효정이 당시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청소년 보호위원회'에서 공식적인 유감 표명을 한 것이다.
영화계는 '예술적 표현을 위해 필수적인 부분'이었음을 강조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심의위원회 역시 임권택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춘향뎐'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모두 볼 수 있는 12세 관람가로 극장에서 개봉됐다. 나아가 이 모든 논란을 딛고 '춘향뎐'은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되는 것으로 작품성을 증명 받았다.
미성년의 성적 접촉에 더욱 엄격한 유럽에서 선정성을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청소년 보호위원회가 약간은 과민 반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춘향뎐의 '한국 영화 최연소 정사신'이 가지는 여러 의미 중 하나는 '모든 정사신이 한 가지 기준으로 평가돼선 안 된다'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린 것이다.
■ 대중문화 평론가 조원희는?부산출생. 영화전문지 기자, 밴드 키보디스트, 클럽 DJ, 웹진 운영자, 음악평론가, 영화평론가, 드라마 작가, 토크쇼 진행자 등 전방위 대중문화인. 영화 감독으로 데뷔 준비 중이며 방송인으로도 은근히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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