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산업에 돈이 몰리는 사연

2009. 12. 1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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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말 강남역에 위치한 한 댄스 클럽에선 이색적인 헤어패션쇼가 열렸다. 제오헤어(XEO Hair)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뷰티 관련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개인 미용업체 행사에 다른 업체 대표가 오는 일은 업계에서도 드문 일. 이들이 이렇게 모인 이유는 같은 대학 최고경영자과정(동국대 APP과정) 동기였기 때문이다.

담당 주임교수인 남궁영훈 동국대 교수는 "정부에서 뷰티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관련 종사자들이 활발하게 모임을 갖고 교류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보다 한 달 앞선 지난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18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뷰티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발표됐다. 국내 뷰티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시켜 수출산업으로 키우자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이처럼 최근 업계 종사자는 물론 정부에서도 나서서 뷰티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뷰티산업, 미용·화장·성형 등 광범위

현재 뷰티산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내려지지 않았다. 국내 관련법이 없기 때문에 서비스와 제조업 등이 혼용돼 쓰이고 있다. 우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밝히는 뷰티산업의 정의는 '인체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관리하기 위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산업'이다. 여기엔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모두 포함된다. 해당되는 범위를 따져보면 서비스업은 헤어·피부미용·네일아트·메이크업 등을, 제조업은 화장품·미용기기·미용용품 등을 포함한다. 넓게 보면 성형, 패션·의류, 스파까지도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이를 모두 뷰티산업으로 부를 수 있지만 현재 관련법이 나뉘어 있어 명확히 정의 내리기 힘든 상황이다.

황순욱 보건산업진흥원 팀장은 "미용은 공중위생관리법, 화장품은 화장품법 적용을 받는다"며 "둘 다 규제법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뷰티산업을 키울 수 있는 진흥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 적용이 달라 이를 다루는 부서도 다르다. 화장품은 보건복지가족부의 보건산업정책과에서 미용은 구강생활건강과에서 다룬다.

서정현 보건복지가족부 구강생활건강과 사무관은 "뷰티산업 진흥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뷰티산업에 넣어야 할지는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기존 규제법이 있어 새로 만들 진흥법과의 상충관계도 고려해야 하고 미용과 화장이 실제로 시너지 효과를 낼지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그동안 뷰티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판단, 체계적인 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특히 미용, 피부 등 뷰티 서비스 분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4조원 시장으로 급성장

정부가 뷰티산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높은 시장 잠재력 때문이다. 최근 뷰티산업(헤어·피부관리·네일 관련 서비스)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3년 동안 20% 가까운 성장을 보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미 2년 전에 4조원 시장을 돌파했다. 헤어(3조5386억원), 피부(4197억원), 네일 관련 서비스(1002억원)로 추정된다.

관련 교육기관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현재 전국에 고등학교(22개)를 비롯해 전문대(98개), 4년제 대학교(25개) 등 200여개에 이른다. 최근 이 분야의 석·박사들도 꾸준히 나오는 중이다.

박진현 서경대 미용예술학과 교수는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발표된 논문 수는 100개가 넘는다"며 "최근 인력이 고급화되면서 60년 중후반 태어나 이 분야를 체계적으로 공부한 사람의 상당수는 유학파"라고 전했다.

산업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늘어난다. 정부가 큰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뷰티산업은 여성 인력의 텃밭이다. 10명 중 8명 정도가 여성이다. 피부미용업계 종사자의 90% 이상은 여성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이 사업을 주도하는 이유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여성 취업을 개선하려는 뜻도 있다. 여성 고용이 잘 이뤄지면 출산율 증가와 내수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뷰티산업은 내수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출상품으로서도 경쟁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외 수출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미용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미용 기술이 뛰어난 데다 교육(아카데미)이나 인테리어 등도 선진국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외 진출한 미용업체는 약 110개소에 이른다. 이가자헤어비스(45개소)를 비롯해 리치(30개소), 박준뷰티랩(15개소) 등이다. 대부분 중국에 진출했지만 최근에는 미국, 호주 등 선진국으로도 진출을 넓히고 있다. 박승철헤어스튜디오(미국), 이철헤어커커(필리핀), 미랑컬(호주) 등이 대표적이다.

박재식 박준뷰티랩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은 손 기술이 좋기 때문에 미용 기술이나 스타일은 선진국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며 "다만 패션이나 유행을 외국에서 주도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미용뿐 아니라 피부미용(이지은레드클럽, 미플), 네일아트(세시네일, 그라시아) 등도 미국과 중국에 진출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국외 진출한 뷰티 관련 신규 법인 수는 122개, 투자금액은 2539만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관광 등과 연계할 경우 부가가치는 더욱 커진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서울 명동이나 부산 서면에 와서 성형이나 피부미용을 받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뷰티산업과 관광이 활발하게 연계돼 동반 성장하면 약 12조원(2013년까지)의 생산 유발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유지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증환자는 주로 병원에 머물다 치료 후 바로 돌아가는 경향을 보이지만 의료관광 환자는 휴양, 레저, 보양, 치료, 건강관리 등을 원하기 때문에 더 많은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법과 제도 개정 시급

뷰티산업에 대한 성장 기대감은 높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앞서 언급했듯 법 제정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 뷰티산업에 속하는 미용 등은 세탁, 목욕 등과 함께 '공중위생관리법'에 속해 있다. 이런 규제법 때문에 산업적으로 발전하는 데 제약 조건이 많다.

전체적인 서비스 수준도 선진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위 업체들은 외국에 나가도 뒤지지 않는 기술력과 서비스 경쟁력을 갖췄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장은 1인 형태의 자영업자들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국내 뷰티 서비스는 하향 평준화됐다"고 말했다. 그만큼 산업 내 양극화가 심하다. 여론조사기관인 M&C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약 8만개 미용실 중 미용프랜차이즈는 1.3%에 그치지만 이들의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24%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뷰티 관련 사업체의 97%는 4인 이하 영세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인당 부가가치를 나타내는 노동 생산성도 낮다. 뷰티서비스 종사자의 1인당 매출액은 2200만원으로 서비스산업 평균 1억3400만원의 6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원인은 뷰티산업이 체계적인 자격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현재 국내 뷰티 서비스 자격 체계는 미용(종합·일반·피부) 등 세 종류로 구분된다. 2007년까지만 해도 미용 한 종류에 불과했다.

네일아트나 메이크업 등은 별도의 자격 없이 미용(종합·일반) 면허만 소지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면허와 자격 부여 주체가 각각 복지부와 노동부로 이원화된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박진현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면허 취득 요건을 엄격히 규정해 일정 기간 이상 교육과 실습을 하지 않으면 면허를 주지 않는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일반인들도 교육 이수 없이 시험에 응시해 합격하면 면허를 내주는 식이라 산업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충일 기자 loyal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35호(09.1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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