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명가 ①] 웰빙음식 청국장, 냄새 쏙~ 빠지면 도시의 맛!
[JES]

'청국장이 장이냐, 거적문도 문이냐'는 속담에 있는, 우리 조상들이 하찮게 여겼던 것이 청국장이다. 된장에 비해 쉽게 만들 수 있는 데다 특유의 냄새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번 맛들이면 자꾸 찾게 되는 것이 청국장이다. 가을걷이가 끝나 햇콩으로 띄운 청국장이 맛있을 때다. 우리의 맛을 즐기며 성인병 예방까지 할 수 있는 청국장의 명가들을 찾아간다. 냄새 쏙, 영양 듬뿍!
냄새 때문에 청국장을 멀리해야만 했다고? 그럼 이집으로 가자. 자신만의 비법으로 냄새는 쏙 빼고, 맛과 영양은 살린 청국장 명가들이다.

서울 종로. 별궁식당
별궁식당에 들어서면 차림표부터 눈에 띈다. '무주구천동에서 생산한 순수한 우리 콩으로 장모님께서 직접 담근 재래된장과 장모님 손맛으로 정성스러운 식단을 준비했습니다'라고 굵게 쓴 문구 옆에 '장모님 인'이라는 도장까지 쾅 찍혀있다.
진성일(62) 김선옥(59) 부부가 별궁식당을 차린 것은 2001년. "1973년부터 해온 분식집 운영이 어려워져 고민하던 중 장모님이 끓여주시던 전혀 냄새가 없는 청국장이 떠올랐죠." 냄새 없는 청국장은 대박이었다. 팔팔 끓는 청국장을 한 숟갈 떠서 바로 코앞에 갖다 대도 자극적인 냄새가 전혀 올라오지 않는다.
그 비법은 첫째, 잘 띄운 청국장에 있단다.별궁식당은 매주 식당 옆에 있는 발효실에서 직접 청국장을 띄운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로 맞춰 놓은 이곳에서 정확히 2박 3일간 발효시킨다. 진씨는 "이 시간이 지나면 맛이 내리막이 돼요. 냄새가 진해지긴 하지만 구린내가 섞일 수도 있죠. 그건 '별궁식당 표' 청국장이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두 번째 비법은 생 들깨국물이다. 국산 생 들깨를 곱게 빻아 베주머니에 짜서 국물만 쓴다. 그래서 이 집의 청국장 국물은 맑고 깔끔하며 순하다. 마치 고소함이 농축된 들깨 두유를 먹는 느낌이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시래기나물, 도라지 무침, 고춧잎나물, 고추마늘장아찌, 총각김치, 고등어조림이 맛깔스럽다. 청국장 7000원. 도토리묵 8000원. 파전 1만원. 보쌈 2만원. 02-736-2176.

충북 충주. 지영옥 청국장
'지영옥 청국장'. 이름 석 자를 반듯하게 내건 간판에서 대단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24년 전, 지영옥(70) 할머니는 남편을 따라 충주로 왔다. 비료공장 공원인 남편의 벌이만으로는 삼남매를 키우기 힘들어 평소 해먹던 대로 직접 띄운 청국장에 묵은지를 넣어 끓여 팔기 시작했다.
김치의 얼큰한 맛으로 청국장 특유의 냄새를 줄인 할머니의 청국장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원래 가게 이름은 '서울 뚝배기'였지만 충주 사람들 사이에서는 '지영옥 청국장'으로 통했다. 10년 전 딸 강계화(50)씨가 가게를 물려받으면서 '지영옥 청국장'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 간판을 단 분점이 현재 가평, 조치원, 아산, 포천 네 곳에 이른다. 지영옥 할머니가 땀으로 일군 작은 가게는 바로 맞은편에 확장 이전 되면서 터도 없어졌지만 청국장찌개 맛만은 그대로다. 김치의 칼칼한 맛과 청국장의 구수한 맛의 조화가 훌륭하다. 찌개 속 통통한 콩 알을 묵은지에 싸 먹어도 별미다.
아삭아삭 씹는 순간 고소함과 새콤매콤함이 동시에 입 안에 퍼지니 묵은지를 찾느라 쉴 새 없이 젓가락을 놀리게 된다. 7년 전, 강씨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청국장 해물전골'도 대표 메뉴다. 미더덕, 홍합 살, 새우, 꽃게 등을 푸짐하게 넣고 낙지 한 마리를 통으로 올린다.
여기에 해물의 시원한 맛을 죽이지 않으면서 구수함을 더할 황금 분량의 청국장을 푼다. 고추장과 된장을 넣은 해물전골보다 덜 텁텁하고 청국장 냄새도 없다. 청국장과 밥은 무한 제공된다. 청국장 6000원. 청국장 해물전골 2만 5000원. 043-847-7683

서울 서초. 진주청국장
조영희(72) 할머니의 청국장찌개는 1986년 경남 진주에서 탄생해 1995년 서울 여의도로 올라왔다. 금융 중심지와 청국장이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만남에도 불구하고 반응은 뜨거웠다. 여의도 넥타이 부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은 냄새는 빼고 구수하고 순한 맛을 살린 데 있다.
이 맛을 완성한 결정적인 비법은 바로 '뒤포리(밴댕이과 생선)'다. 조영희 할머니는 흔히 사용하는 멸치 대신 뒤포리로 육수를 내왔다고 한다. 서울로 올라와서도 삼천포항에서 뒤포리를 공수해 왔다. 뒤포리 육수가 멸치 육수보다 진하고 청국장의 맛을 더욱 부드럽게 해준다는 것이 조영희 할머니의 설명이다.
이 집의 청국장찌개는 염도를 줄여 다소 심심한데 그 맛이 청국장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밥 없이 찌개만 떠먹어도 술술 넘어간다. 3년 전, '여의도 명물'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서초동으로 자리를 옮기는 모험을 했다.
그러면서 딸 박홍전(42)씨는 서리태콩 청국장을 새로운 메뉴로 추가했다. 이 역시 청국장 냄새가 나지 않으면서 백태로 만든 청국장찌개보다 고소하고 단 맛이 난다. 큰 사발에 나물반찬 다섯 가지가 담겨 나와 입맛에 맞게 청국장 비빔밥을 해 먹을 수도 있다.
머위줄기 들깨가루 무침, 깻잎 멸치가루 무침 같은 시골냄새 물씬 나는 영양만점 밑반찬에 기분이 좋아진다. 청국장찌개 6000원. 서리태콩 청국장 8000원. 정찬 1만 2000원. 02-525-6919.
윤서현 기자 [yoonsh@joongang.co.kr]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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