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희의 아이러브 무비] '엉덩이가 예쁜' 정선경의 신선한 베드신

[JES] 영화 '부산'이 많지 않은 상영관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잔혹한 암흑가의 세계 속에서 기구한 부자간의 관계가 설정돼 있지만 결국 신파를 피해가는 솔직 담백한 영화로 '똥파리' 같은 의외의 히트가 기대된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지만 누나들의 로망인 소년 배우 유승호가 출연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유승호가 누나라고 부르는 업소 여성 역을 정선경이 맡고 있다. 오랜만에 극장 스크린에서 만나는 정선경은 이제 중년 여배우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 정선경은 충격적인 데뷔작을 지니고 있다. 바로 '너에게 나를 보낸다'다.
표절 작가로 낙인 찍힌 이후 도색 소설을 쓰고 있는 주인공 '나'(문성근)에게 '바지 입은 여자'(정선경)가 찾아온다. '나'와 같은 꿈을 꿨다고 주장하는 '여자'는 '나'를 위대한 작가로 만들겠다면서 몸과 마음을 바쳐 내조하기 시작한다.
1990년대 한국 문단을 긍정적인 동시에 부정적인 의미로 휩쓸어버린 장정일의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언제나 엉뚱한 상상력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 장선우 특유의 센세이셔널리즘이 복합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정선경은 '엉덩이가 예쁜 여자'라는 별명을 얻으며 데뷔작만으로 일약 스타의 반열에 오른다. 정선경은 단순한 신체 부위의 노출 보다는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스타일의 베드신을 펼쳤다.
삽입과 바운드 운동으로 점철되는 포르노적 베드신이 아니라 옷을 벗기고 냄새를 확인하는 사전 작업으로부터 본 게임이 끝나고 문어체적인 동시에 직설적인 성적 대화를 나누며 후희를 즐기는 모습까지, 한국의 전통적인 에로스 표현과는 사뭇 거리가 있는 표현법이었고 1994년의 한국 사회는 그것을 신선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는 끊임없이 문학적 상상력과 성적 상상력을 스크린 위에 공존시킨다. 책의 구절을 외우며 섹스를 한다거나 소설에 대한 인터뷰를 하며 섹스하는 식이다. 영화 속 두 사람이 관계를 가질 때 언제나 다른 사물이나 사건이 개입한다. 약간은 감독이 '나는 아무 생각 없는 섹스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나는 지성적인 포르노를 만들고 있다'라고 변명하는 듯 하다.
장정일의 원작은 훨씬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 묘사를 지니고 있지만 변명의 태도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감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관람한 이들 중 가장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대사는 사이비 문인 백형두와 '여자'가 화장실 안에서 후배위로 관계를 가지며 뱉어내는 대사들이다. "이렇게 잡기 좋은 엉덩이는 처음이야." "모두가 그렇게 얘기해요." '가벼운 포르노그래피'라는 광고 카피로 이미 영화의 성격이 규정돼있는 이 작품을 대표, 아니 요약하는 대사일지도 모른다.
사진출처=중앙포토
■ 대중문화 평론가 조원희는?부산출생. 영화전문지 기자, 밴드 키보디스트, 클럽 DJ, 웹진 운영자, 음악평론가, 영화평론가, 드라마 작가, 토크쇼 진행자 등 전방위 대중문화인. 영화 감독으로 데뷔 준비 중이며 방송인으로도 은근히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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