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허경영 신곡 앨범·기업 강의 인기.. '허風' 에 쾌감 느끼는 사회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과장된 행동으로 눈길을 끌었던 허경영(59)씨가 돌아왔다.
그가 발표한 신곡 '콜미'는 발매 하루 만에 싸이월드 배경음악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허경영의 기업 강의'는 인터넷 공개 36시간 만에 다운로드 12만건, 댓글 2000여개를 기록했다. 최근 본좌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가수 데뷔를 선언하는 등 '허경영 마케팅'이 본격화된 것이다.
명예훼손 등으로 1년 6개월간 수감됐던 그의 행보는 대놓고 즐기기에는 민망하고, 허무맹랑하다. 그러나 대중은 되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그저 웃을 뿐이다. 웃음에는 허씨의 비과학적 발언에 대한 비웃음, 상식을 깨는 기이함에 대한 쾌감이 동시에 녹아 있다. 우리 사회가 '허경영'을 하나의 상품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코드가 녹아 있다.
◇허위와 정치 패러디=지난달 18일 서울 홍익대 앞 한 클럽에 모인 500여명의 20, 30대는 "허경영"을 연호했다. 허씨의 콘서트는 겉으로만 보면 유명 가수의 그것과 비슷했다.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는 허씨를 '르네상스 시대의 광우(狂愚·바보 같은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 사람)'로 표현했다. 정체된 시기, 그러면서도 변화를 눈앞에 둔 때에 사람들은 비현실적인 것을 즐기고, 이를 통해 현실의 불만족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허씨에 대한 웃음은 정치에 대한 비웃음이기도 하다. 정치를 깃털보다 더 가벼운 것으로 소비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최영진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보다 정치 선진화가 이뤄진 영국은 정치 패러디가 훨씬 노골적이다. 우리 사회가 허씨를 보며 정색하기보다 정치 패러디로 볼 만큼 개방됐다"고 말했다.
◇냉소주의='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 내 눈을 바라봐 넌 건강해지고. 허경영을 불러봐 넌 웃을 수 있고….' 허씨의 신곡 '콜미'의 가사는 그를 통하면 무슨 소원이든 이뤄진다는 내용이다. 허씨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 국가가 국민에게 결혼수당 1억원을 지원하고, 국회를 해산한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과 교수는 "메시아적 존재를 바라는 대중심리와 허씨의 전략이 잘 맞아떨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국민생활 일체를 책임지길 바라는 기대감, 이에 대한 좌절·냉소를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분석이다. 허씨를 보며 웃는 것은 현실에 대한 좌절을 차가운 웃음으로 해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싼티,그리고 신비주의=빨간 넥타이를 맨 허씨가 다리를 들어 올리며 추는 무중력 댄스는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인터넷에 공개된 '허경영의 기업 강의'도 편당 10원이다. 최근 '싼티'라 불리는 문화 코드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다. 문화평론가 김성수씨는 "자기보다 못나 보이는 대상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정서적 안정감을 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론 조롱하는 '양가감정(兩價感情)'이 일어나는 것이다. 여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허씨 특유의 신비주의까지 결합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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