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림의 300mm 인터뷰②] 지춘희 "유행백 우르르 들고 다니는 건 천박한 패션"

[JES 김성의] ■ 옷 입혀보고 싶은 사람? 이효리
어떤 인터뷰를 보니까 '지춘희와 박경림이 의외로 친하다'고 돼 있던데 나참, 우리 둘이 안 어울린다는 건가요?(웃음)
"연예인이든 나는 사람을 만날 때 기준은 진실성이야. 아주 잠깐 만나도 이익이 아니라, 진심인 게 좋지. 이익이나 그런 것들만 쫓아다니는 건 금세 질려."
고현정·강수연·이나영·장진영·김아중 등 선생님의 의상을 좋아하는 연예인들 중 가장 정이 가는 사람은 누구에요?
"경림이를 제외하고 꼽자면. 요즘엔 나영이가 가장 나에게 의지를 많이 하고 나도 마음을 많이 줘. 나중엔 서로 옷 얘기도 안 하게 돼, 쓴소리를 먼저 해주느라고. 좋은 얘기하다 돌려서 나중에 단점을 얘기하는 것보다는 이게 머리가 덜 아프잖아.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배우는 장진영이야. 의상 디자인학과를 나와서 이해도도 높고, 또 관심도 많았어. 영화제에서 상을 탈 때도 항상 내 옷을 입었지."
선생님 컬렉션엔 워낙 유명한 연예인들이 많이 오잖아요. 웬만한 연예인들은 선생님 쇼에서 명함을 못 내미니까. 다른 디자이너들이 많이 부러워하죠?
"부러워하기 보다는 그냥 내 뒷담화를 많이 하지.(웃음)"
김장훈씨의 의상을 해준 것도 의외였어요. 그때는 남성복을 안 할 때였는데. 무슨 계기가 있었나요?
"그의 캐릭터가 재밌어서 신나게 했지. 삼총사 달타냥 같은 셔츠와 목에 감기는 스카프, 통 넓은 바지 등 지금의 캐릭터를 내가 잡아줬으니까. 내게도 신선한 경험이었어."
혹시 앞으로 옷 작업을 해주고 싶은 연예인이 있나요?
"(옷을 안 입혀 본 연예인이 별로 없다며 고민하다가) 이효리? 지춘희 표 섹시를 입히겠지. 하지만 좀더 정리되고 단아함이 살아난 섹시함이랄까. 꼭 한번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어."
■ 미니카 디자인 해보고 싶어올 가을 패션 제안 하나 해주세요.
"두껍고 긴 코트보다는 짧은 코트, 짧은 재킷이나 핫 팬츠 같은 아이템이 유행할 것 같아. 스키니진도 이제 질리니까 넓은 바지에 기본 부츠를 신는 자유로운 의상도 좋을 것 같고. 기본 아이템 몇가지만 좋은 것으로 구비해놓고 잘 매치하면 센스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어. 브랜드 마크가 크게 그려진 신상품을 화려하게 입고다니는 것은 왠지 졸부 패션 같지. 멋을 낸 듯 안 낸 듯 자연스럽게. 그게 진정한 패션의 강자지. 유행하는 백을 우르르 들고 다니는 게 내가 보기엔 패션에서 가장 천박한 일 같아."
선생님은 어디에서 옷을 사세요?
"가끔 다른 숍에 가는데 소재나 박음질을 다 아니까. '내가 하나 지어입고 말지' 하면서 내 식대로 만들어서 입어.(웃음) 백이든 소품이든 가지고 있는 아이템의 98% 이상 다 내가 만든 제품이야."
책도 많이 읽으시죠? 일주일에 10권 정도는 읽으시는 것 같던데.
"디자이너가 고심을 많이 하면 비겁해지거든. 서예가가 한 획에 자신의 힘과 정열을 다 담아내듯 디자이너도 군더더기 없이 한순간에 작업을 완성해야 돼. 그러려면 자신 안에 담아낼 수 있는 재료를 많이 만들어야 하고. 나는 그것을 책에서 얻어. 소설을 많이 읽고 여행서도 좋아하지. 조간 신문도 다섯 종류를 읽고. 어릴 때부터 꼭 활자 중독처럼, 읽는 걸 좋아했어. 요즘도 교보문고에 한 번 책사러 다녀오면 부자가 된 것 같아."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선생님 트레이드 마크인 굵은 네모 테 안경은 도수가 있는 건가요?
"너 오늘 정말 별의별 걸 다 묻는구나. 시력이 0.2라 도수는 있는데 안경 쓰는 것을 좋아해서 애용하지. 유일하게 내가 만들지 않고 사는 제품이 안경이야."
아파트 래미안 디자인도 하셨고 아모레 퍼시픽 상품 디자인도 하셨는데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또 있나요?
"작은 미니카를 한번 디자인 해보고 싶어. 컴팩트한 자동차를 보면 슬슬 욕심이 발동하더라고. 나한테는 과욕인 건가?(웃음)"
>> 3편에 계속
▷ [박경림의 300mm 인터뷰①] 디자이너 지춘희 "청초한 심은하, 단박에 뜰 줄 알았다" ▷ [박경림의 300mm 인터뷰②] 지춘희 "유행백 우르르 들고 다니는 건 천박한 패션" ▷ [박경림의 300mm 인터뷰③] 박경림 "지춘희,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따뜻한 열정가"
정리=김성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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