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작③] 배용준·전도연·홍경인, 젊은이의 양지가 발견한 보석
[JES 김인구]
'젊은이의 양지'는 이종원·배용준·하희라 등 주연배우들 말고도 수많은 보석같은 신인들을 발굴했다. 특히 하희라의 동생으로 나왔던 전도연과 홍경인, 소매치기범 조현지를 맡았던 이지은 등이 두드러졌다.
1997년 영화 '접속'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전도연은 2년 전인 당시만 해도 그만그만한 신인 중의 한명일 뿐이었다. 전산 PD는 전도연의 눈에서 꿈을 읽었다. 그는 "전도연에게는 꿈꾸는 여인의 눈이 있었다"며 "비중있는 배역에 캐스팅할만한 배우는 아니었는데 그 눈에 반해서 발탁했다"고 회고했다.
전도연의 적극적인 자세도 연출자를 흐뭇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전산 PD는 "그는 무척 욕심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난다"면서 "감독의 OK 사인이 떨어졌는데도 다시 찍어달라고 말하는 신인은 그때 처음 봤다"고 덧붙였다.
이런 적극성 때문에 전도연은 오히려 배용준보다 스크린 진출이 빨랐다. '접속'으로 흥행에 성공한 후, 잇따라 '약속'(98) '해피엔드'(99)로 화제를 이어가며 순식간에 톱여배우 대열에 올랐다. 반면 배용준은 스크린 도전에 조심스러웠다. 2002년 '겨울연가'의 대성공으로 아시아의 스타가 된 이후에야 2003년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로 본격적으로 스크린에 도전했다. '젊은이의 양지'에서 커플이었던 전도연과 재회했다.
'젊은이의 양지'에서 전도연과 배용준은 각각 작가와 감독으로 성장하는 캐릭터였다. 모범적인 연인의 모습도 보여줬다. 당시 최고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최민수-고현정 커플을 제치고 그 해 가장 바람직한 커플로 꼽히기도 했다.
홍경인은 하희라·전도연의 동생 임수철 역으로 열연했다. 당시만 해도 생소한 지체장애우 연기에 도전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산 PD는 "그 무렵 리어나르도 디캐프리오가 출연한 '길버트 그레이프'라는 영화가 있었다. 디캐프리오가 지체장애우를 연기했다"면서 "홍경인에게서 디캐프리오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젊은이의 양지' 주인공 캐스팅 1순위는 최민수-한석규
'젊은이의 양지'는 신예 발굴에 성공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모든 연출자가 그러하듯 초기 기획 단계에선 톱스타 캐스팅에 욕심을 냈다.
제작진이 가장 먼저 주인공 박인범 역으로 떠올린 배우는 최민수였다. 재벌 2세 하석주 역으로는 한석규를 물망에 올렸다. 최민수는 그해 초 최고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인공이었고, 한석규는 1994년 최고 인기 드라마 '아들과 딸'에서 부드러운 귀공자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전산 PD는 "최민수가 냉정한 야심가 박인범을 연기하면 이슈가 될 거라 기대했다. '모래시계' 종방연에 찾아가 부탁했다. 돌아온 대답은 '감독님이 저를 사랑하신다면, 제발 저를 가만히 내버려두시라'였다"고 말했다. 톱스타 캐스팅의 욕심을 접고 신예 발탁으로 선화하게 된 계기였다.
'젊은이의 양지'를 통해 자상한 귀공자 이미지를 굳힌 배용준은 사실 다른 캐릭터를 원했다. 강한 남성미를 표출하고 싶다며 박상민이 연기한 건달 박인호 캐릭터를 욕심냈다. 배용준은 '사랑의 인사'에서 부드러운 남자로 각광 받았기에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자 했던 것이다. KBS 드라마국장까지 나서 설득해 하석주 역을 맡게 됐다. 배용준의 강한 남성미 연기 도전은 1년 후 '첫사랑'에서 이뤄졌다.
'젊은이의 양지'로 스타 도약에 성공한 전도연에겐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뻔했다. 제작진이 임종희 역으로 공들인 배우는 '종합병원'을 통해 단아한 여성미를 과시했던 김지수였다. 김지수는 고심 끝에 고사했는데 때마침 '종합병원'에서 김지수 옆에 있던 전도연이 전산 PD의 눈에 띄었다. 전도연이 '칸의 여왕'이 되는데 시발점이 된 의미심장한 순간이었다.
이동현 기자 [kulkuri7@joongang.co.kr]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
▷ [불후의 명작①] '젊은이의 양지' 패전처리용 드라마의 대박 ▷ [불후의 명작②] 당대 최고 여배우와 경쟁한 '�은이의 양지' ▷ [불후의 명작③] 전도연·홍경인, �은이의 양지가 발견한 보석 ▷ [불후의 명작④] 하희라·이종원을 배우로 만든 작품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