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작①] '젊은이의 양지' 패전처리용 드라마의 대박

이동현 2009. 8. 28. 07: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JES 이동현]

1995년 4월 전산 PD가 '젊은이의 양지' 연출 보고서를 들고 KBS 사장실을 찾았을 때 당시 홍두표 KBS 사장의 반응은 "이 친구들은 다 누구야? 하희라 말고는 아는 이름이 없네"였다.

이종원·하희라·배용준·박상민·박상아·전도연 등으로 구성된 출연진은 지금 봐서는 초호화 캐스팅이지만, 1995년에는 모험적인 신예 캐스팅이었다. 게다가 스타인 하희라는 결혼 직후로 상품성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다.

당시 주말극은 MBC의 완벽한 강세가 이어지던 때. 스타 연기자들은 KBS 주말극 출연을 꺼렸다. 전산 PD는 주간 단막극 '내일은 사랑' 정도만 연출한 신예 PD였다. 게다가 '젊은이의 양지'는 완벽한 신파. 세련미를 추구하던 당시 드라마 추세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KBS 내부적으로 '젊은이의 양지'는 후속작인 김수현 작가의 '목욕탕집 남자들' 앞에서 최소한 버텨주면 되는 '땜방용'이었다. 전산 PD는 "속된 말로 패전처리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젊은이의 양지'는 주위의 예상을 비웃으며 승승장구했다. 최종회에는 62.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단일 회차 시청률 기준으로 역대 5위의 기록이다.

전산 PD는 "'내일은 사랑'을 통해 실험적인 연출 기법을 많이 시도했다. '젊은이의 양지'는 그다지 기대를 모으지 않았기에 다양한 연출 기법을 시도할 수 있었다.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기본적으로 신파였기에 주부 시청자들도 즐겨봤다"고 설명했다. 젊은 연출자의 신선한 연출과 배용준·이종원·전도연·박상아 등 신예 연기자의 풋풋한 매력, 그리고 눈물을 짜내는 신파 스토리가 조화를 이뤘다는 이야기다.

'젊은이의 양지'는 탄광촌을 주요 배경으로 했다. 하희라·이종원·박상민·전도연 등은 어둡고 칙칙한 탄광촌을 배경으로 팍팍한 생활고에 쫓기는 청춘을 보여줬다. 배용준·박상아 등 재벌가 자제들이 보여주는 서울의 화려한 단면과는 대조를 이뤘다. 전산 PD는 "지긋지긋하게 벗어나고 싶은 고향을 배경으로 설정했다. 처음엔 어촌을 염두에 뒀다.

그러나 어촌은 아무리 궁핍하게 묘사해도 나름의 낭만이 있었다. 석탄재가 날리는 탄광촌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주인공 인범이 차희의 곁으로 돌아오려고 고향을 찾아도 끔찍한 고향의 모습에 몸서리치고 돌아서는데 설득력을 더한 설정이 됐다.

배경이 된 사북 지역은 1980년 대규모 노사분규가 일어났던 사북 사태로 유명한 장소다. '젊은이의 양지'에서 그려진 탄광 지역의 고된 삶은 사회상의 반영이기도 했다. 전산 PD는 이를 "얼치기 사회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젊은이의 양지'는 스튜디오 촬영의 커트수를 대거 늘려 다각도의 영상으로 꾸며낸 연출 기법으로 드라마사에 의미를 남겼다. 당시까지 연속극은 한 장면을 길게 촬영하는 롱테이크 스튜디오 촬영이 주류였다. 사실적이지만 심심했다.

'젊은이의 양지'는 커트수를 늘려 현란하게 화면을 바꿨다. 연속극의 시청자층을 중장년층에서 신세대로 넓히는데 기여했다. 전산 PD는 "편집이 많은 점에서 솔직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연속극 촬영의 주류가 됐다"고 말했다.

연출자가 꼽은 '젊은이의 양지'의 1등 공신은 누구일까. 전산 PD는 의외의 인물을 꼽았다. 최수종이었다. 그는 "당시 하희라는 결혼 직후로 가정 생활에 대한 욕심도 많을 때였다. 강원도 탄광촌에 몇일씩 붙잡아뒀으니 새신랑 최수종은 불만이 많았을 거다.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줬다. 덕분에 하희라는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kulkuri7@joongang.co.kr]▷ [불후의 명작①] '젊은이의 양지' 패전처리용 드라마의 대박 [불후의 명작②] 당대 최고 여배우와 경쟁한 '�은이의 양지' [불후의 명작③] 배용준·전도연·홍경인, �은이의 양지가 발견한 보석 [불후의 명작④] 하희라·이종원을 배우로 만든 작품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