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장 불참한 나경원-이정현 '재석''반대' 빨간불이 '찬성' 파란불로 바뀌기도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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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미디어 3법'인 신문법·방송법·IPTV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긴 했지만 '재투표-대리투표' 논란이 일면서 미디어법 직권상정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재투표는 적법한 절차이고, 대리투표는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재투표-대리투표 의혹을 근거로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향후 '원천무효투쟁'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특히 진보신당은 내일(23일) 방송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치가처분을 헌법재판소에 신청할 예정이다.
이윤성 부의장, 방송법 재투표... "재적과반수 미달하면 부결된 걸로 봐야"
먼저 재투표 논란은 미디어법 중 가장 핵심인 방송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할 때 발생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신문사의 방송 진출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가장 주목을 많이 받았다.
이날 김형오 의장 대신 의사봉을 잡은 이윤성 부의장이 방송법 개정안 표결 실시를 선언했다. 하지만 145명만 투표에 참석했다. 의결정족수에 미달한 것이다. 당시 찬성은 142명이었고, 기권은 3명이었다.
이에 이윤성 부의장은 "재석의원이 부족해 표결이 불성립되었기 때문에 다시 투표해 달라"며 재투표를 실시했다. 결국 150명의 찬성과 기권 3명으로 방송법 개정안도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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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재석 의석이 294명이어서 방송법이 유효하게 성립하려면 148명이 투표해야 하는데 첫 번째 표결에서 145명밖에 투표하지 않았다"며 "표결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도 "투표종료 당시 국회법 109조 의결정족수 조항에 따라 재적 과반수에 미달한 것이므로 이 안건(방송법 개정안)은 부결된 것"이라며 "이 경우, 국회법 92조에 따라 일사부재의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국회 부의장이 그 자리에서 재투표를 지시한 것은 국회법에서 정한 자신의 권한을 초과하여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일사부재의 원칙대로 하면 방송법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부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한번 부결된 법안은 다음 회기에 다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윤성 부의장의 재투표가 적법한 조치였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구기성 전 국회사무처 의사국장은 "국회법에 따르면 과반수 의원이 출석해야 표결이 성립한다"며 "과반수 출석이 안되면 투표행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재투표에 들어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도 "국회법 해설집을 보면 의장이 표결을 선포했지만 재적의원수가 의결정족수가 안되면 표결이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재투표는 문제없다"며 "아마도 이윤성 부의장은 국회 의사과에서 조언한 대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윤성 부의장이 '투표 종료'를 선언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을 이유로 재투표를 실시했다면 몰라도 '투표 종료'를 한 상황이기 때문에 무효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바뀌고, 본회의 참석 못했는데 표결은 한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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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논란이 예상되는 것은 대리투표 의혹이다. 대리투표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법안 통과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리투표 의혹의 발단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윤성 부의장이 "야~ 내 것도 눌러라, 찬성(으로)"라고 말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문법 개정안을 표결처리할 때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표결이 '반대'에서 '찬성'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방송법 개정안을 표결처리할 때 이 부의장이 대리투표로 의심할 만한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다. 실제 "야∼ 내 것도 눌러라, 찬성(으로)"라고 말한 것이 당시 상황을 생중계하던 국회방송에 그대로 방송됐다. 하지만 국회의장단의 경우 국회 직원을 통해 대리투표를 할 수 있다. 결국 이 부의장의 발언은 동료의원이 아닌 국회 직원에게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신문법 개정안을 표결처리할 때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경우 처음에 '반대표'를 나타내는 '빨간불'이 들어왔다가 투표가 종료되기 전에 '파란불'(찬성표)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 오마이뉴스 > 가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이렇게 표결 결과가 달라진 의원은 권경석·나경원·강길부·김재경·허원제·안형환·유정현·황영철 등이었다. 한편 유승민 의원은 기권으로 바뀌었다.
이들이 신문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질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이렇게 바뀐 점은 석연치 않다. 일각에서는 누군가 실수로 반대버튼을 눌렀다가 나중에 본인들이 찬성버튼으로 수정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장에 의해 표결종료가 선언되기 전까지는 취소버튼을 누른 뒤 자신의 의사표시(표결)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해명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특히 일부 의원들의 경우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석의원으로 표시되거나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점은 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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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장에 못들어간 나경원 의원과 이정현 의원은 각각 신문법 표결 당시 재석의원으로 표시돼 있고, 특히 이정현 의원은 신문법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표시됐다. 하지만 이 의원은 "나는 박근혜 전 대표를 안내하느라 본회의장에 늦게 들어가 금융지주회사법에만 표결했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본회의장에 들어가기 위해 몸싸움을 했는데 못들어갔다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처리할 때 들어가 표결에 참여했다"며 "동료의원이 얘기하길 야당 의원이 내 자리에서 재석 버튼과 반대 버튼을 눌렀다고 하더라"라고 해명했다.
나 의원은 "이후 그 동료의원이 취소버튼을 눌렀는데 투표만 취소되고 재석의원 표시는 그대로 유지됐다"며 "나중에 국회 의사과에서 정리가 다 된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회의장석 점거를 막기 위해 동원된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투표를 했을지도 의문이다. 김형준 교수는 "단상을 점령한 사람들이 자기 자리로 내려가지 않고 투표하는 게 가능했을까?"라며 "국회내 CCTV를 분석하면 물증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리투표 의혹과 관련,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오히려 우리가 표결을 방해받았다"며 "160명 이상이 참여했는데 대리투표할 이유가 있겠냐"고 의혹을 일축했다.
안 원내대표는 '대리투표를 보여주는 영상이 나오면 어떻게 할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게 드러나면 그때는 법대로 처리하면 될 것"이라며 '하지만 대리투표를 할 이유도 없고, 그런 일을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2002년과 2005년에도 대리투표 의혹 제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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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사실은 현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2002년과 2005년에도 대리투표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지난 2002년 11월 12일 47개 민생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의결정족수가 모자라자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이 자리를 비운 자당 의원을 대신해 표결 버튼을 누른 것이 기자들에 의해 발각됐다. 결국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이 표결 결과를 무효화하고 재의결 절차를 밟았다.
또한 지난 2005년에는 '4대 개혁입법' 중 하나였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의원 일부가 대리투표를 했다는 의혹을 한나라당에서 제기했다. 당시 오영식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먼저 투표를 한 의원들이 단상에서 대치했던 의원들과 교대하는 방식으로 모두 표결을 마쳤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한나라당도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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