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후 유망 직업] 지능형 로봇 개발자

"이건 개인서비스용 로봇인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간단한 수발을 들 수 있는 정도까지 발달됐어요. 그리고 이건 말 혹은 개처럼 생겼죠? 견마 로봇이라고, 군수용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로봇이죠. 언뜻 봐선 마네킹 같은 이건 사람을 닮은 '안드로이드'인데,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해요. 신기하죠?"
로봇 전시관으로, 또 개발이 한창인 연구실로 이리저리 안내하며 각 로봇에 대해 꼼꼼히 설명하는 손웅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기술연구부장(46)은 열정이 넘쳐 보였다. 특히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에버 같은 지능형 안드로이드 로봇 분야의 한국 기술력은 단연 세계 최고죠. '에버2'는 가수로 데뷔해 뮤직비디오도 찍었고, '에버3'는 연극 무대에 서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어요. 이게 바로 과학기술과 문화의 컨버전스(Convergence·통합) 아니겠습니까? 지금까지는 제조업용 로봇이 대다수였지만 점점 서비스 로봇 등 지능형 로봇 분야가 확대되고 있어요. 놀라운 발전이죠."
그는 지능형 로봇산업이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선도할 미래 핵심 성장동력이라고 단언했다. 단순 노동대체 수단이던 로봇이 서비스 수단으로 용도가 바뀌면서 인간과 공존하기 시작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고령화사회가 다가옴에 따라 서비스 로봇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라며 "무인 국방 및 경비 시스템, 자원 탐사 및 개발 등 다른 산업에 로봇 기술을 융합해 고부가가치 창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이렇게 '로봇 예찬론자'가 됐지만 사실 손 부장은 처음부터 로봇 개발자는 아니었다. 87년 카이스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원래 자동차 연구를 계속했었다. 그렇게 3년 정도 일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설립되면서 자리를 옮겨 로봇에 집중하게 됐다. 그는 "기계공학 하는 사람들의 궁극적인 꿈은 결국 자신의 생각이 실생활에 굴러다니고 쓰이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는 자동차와 로봇이 같은 의미"라고 말했다.
20년 이상 로봇 개발에만 매진해온 손 부장이 보는 국내 로봇산업 사정은 어떨까. 다행히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지고 있다. 그는 "5~6년 전만 해도 로봇의 용도가 제조업에만 치우쳐 투자가 미흡했지만, 요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을 끌면서 집중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력도 외국에 비해 크게 모자라지 않다. 로봇 연구개발을 위한 정부출연 연구소만 5개. 그중 손 부장이 몸담고 있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만 80여명의 개발자들이 있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부품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소 전체에 300여명의 개발자들이 있다. 이 외에 삼성, 현대 등 기업들과 로봇산업협회를 구성하고 있는 100여개 중소업체의 인력까지 따지면 꽤 많은 편이다.
산업 기반은 마련된 셈이지만 걱정거리는 남아 있다. 지속적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형성된 뒤 10년 동안은 기술만 발달하고, 시장이 발달하는 건 20년 이상 지나서야 가능하죠. 국내 지능형 로봇 시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입니다. 아직 기술만 발달하는 시기라는 거죠. 정말로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더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2020년 이후엔 자동차 시장보다 로봇 시장이 더 커질 거예요. 특히 지금 로봇 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열정이 가득한 손 부장에게 앞으로의 포부를 물었다.
"신성장동력 기본 계획이 본격적으로 실행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업이 펼쳐지겠죠.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싶어요. 로봇기술연구부가 확실히 자리매김하면 그만큼 성과도 나올 테고, 로봇산업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업체들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결국 로봇 시장이 자리 잡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
▶ 63년생/ 서울산업대 기계설계학과/ 한양대 기계설계학과 석사·메카트로닉스공학 박사/ 87년 카이스트/ 90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유송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13호(09.07.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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