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작 ①] 1996~1997 KBS2 '첫사랑'

송원섭 2009. 7. 3.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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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 송원섭] 시청률 30%를 넘는 드라마는 흔히 사회 현상이라고 한다. 대략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와 비슷한 파급력인 셈이지만, 최소 2개월간 매주 방송되는 드라마의 파급력은 비슷한 관객을 동원한 영화의 몇 배라고 봐도 좋다.

그만큼 드라마는 한국 대중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매주 30여편씩 방송되는 드라마. 그 중에서도 몇 편은 1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대중의 기억 속에 살아 숨쉬지만 체계적으로 정리된 자료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든게 현실이다.

IS는 '불후의 명작' 기획을 통해 세월을 극복한 드라마의 걸작들, 당대의 스타들과 대 작가, 명 연출자들을 재조명해 한국 드라마사의 체계를 정리할 예정이다.

줄거리

한 시골 마을. 아버지(김인문)과 찬옥(송채환), 찬혁(최수종), 찬우(배용준) 세 남매는 가난하지만 서로 아껴가며 오손도손 살고 있다. 찬혁은 효경(이승연)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동네 유지인 효경의 아버지(조경환)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찬혁과의 관계를 방해한다. 결국 효경 집안의 음모로 찬혁은 깡패들로부터 도망치다 교통사고를 당해 목발을 짚게 된다.

복수를 결심한 찬우는 서울로 진학하고 학교에서 석희(최지우)를 만난다. 한편 효경의 집안에서는 석희의 오빠 석진(박상원)과 효경이 맺어지기를 기대한다. 찬우는 효경의 아버지를 몰락시키기 위해 어둠의 세력과도 손을 잡는다.

이들 외에도 찬혁에게 끝까지 순정을 다하는 동네 아가씨 신자(이혜영), 또 찬혁·찬우 형제를 끝까지 믿고 따르는 의리의 사나이 동팔(배도환), 찬옥의 남편이며 무명 가수인 정남(손현주) 등 다양한 주변 인물들이 드라마의 재미를 더했다.

시청률 65.8%…찬우 걱정에 "그럼 안 된다"

1997년 겨울, 어느 추운 주말. 귀가한 아들은 집안에 인기척이 없는 걸 의아해 하다 TV 앞에 말없이 앉은 어머니를 발견했다. 말을 걸려는 순간 아들의 눈에 띈 것은 어머니의 눈가에 맺힌 눈물.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려는 순간 어머니는 말했다.

"아이고. 배용준이가 끝내 깡패가 되려나 보다. 이를 어쩌면 좋으냐."대한민국에서 시청률 조사가 제대로 이뤄진 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지난 1996년 9월 7일부터 1997년 4월 20일까지 총 66회에 걸쳐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첫사랑(극본 조소혜, 연출 이응진)'이다.

첫 방송부터 33.3%, 마지막회는 65.8%를 기록했다. 1000만 대가 넘는 TV 앞에서 온 국민이 숨을 죽이고 결말을 지켜본 것이다.

최수종-이승연이라는 당대 최고의 스타가 주역을 맡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욘사마' 배용준이었다.

당시 연출을 맡았던 이응진 KBS 드라마국장에겐 "너무 가슴이 아파 못 보겠다. 찬혁이가 그렇게 됐는데 찬우까지 깡패를 만들 셈이냐. 당신들 그러면 안 된다. 텔레비전 다 부숴버리겠다"는 시청자들의 협박 아닌 읍소가 지금도 생생하다. 전국의 어머니들이 자기 일처럼 배용준의 앞날을 걱정했던 것이다.

이 드라마는 대체 왜 그렇게 인기였을까. 당시 조소혜 작가(작고)와 이 PD는 남들의 눈에 "사귀냐"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붙어 다니며 스토리를 구상했다.

제작진이 꼽는 인기 요소는 두 가지. 당시의 가족 드라마 치고는 드물게 고향과 서울을 오가는 큰 스케일의 이야기가 먹혀들었고 세 남매의 가난하지만 따뜻한 우애가 시청자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특히 누나 찬옥 역의 송채환이 밥을 안 먹고도 먹은 척하며 동생들에게 밥을 차려주는 장면은 두고두고 명장면으로 회자됐다.

반면, 이응진 국장이 가장 개인적으로 미안해하는 배우는 이승연. 찬혁과 석진(박상원) 사이를 계속 오가는 효경 역의 이승연에게 시청자들은 "왜 양다리를 걸치느냐"고 비난을 퍼부었다. 죄 없는 이승연은 내내 마음 고생을 했고 결국 '첫사랑' 팀이 휩쓴 그해 연말 연기대상에서도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비슷한 부담은 남자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찬옥의 남편 정남 역을 맡은 손현주는 대본에 찬혁이 숨어 있는 곳을 누설하는 장면을 연기하는 장면이 나오자 "못하겠다"고 버텼다. "이런 내용이 나가고 나면 돌팔매를 맞을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사실 손현주로선 그 정도인 게 다행이었다. 당초의 구상대로라면 정남은 찬옥을 학대하는 남편이 될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이 너무 뜨거워지자 등장인물들을 너무 불쌍하게 하지 말자는 쪽으로 대대적인 수정이 이뤄졌고, 정남은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다. 찬혁도 본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는 설정이었지만 사고의 강도가 많이 낮춰졌다.

마지막회. 찬우는 효경의 집안에 용서 아닌 용서를 하고 돌아선다. 마지막 신. 고향의 강변을 거니는 찬혁의 앞에 효경이 나타난다. 두 사람은 달려가 껴안지도 않고 그저 바라볼 뿐이다.

과연 이 장면은 찬혁의 꿈일까, 아니면 현실일까. "첫사랑은 맺어지지 않을 때 더 아름답다. 하지만 이 마지막 장면의 의미는 '어떤 결말도 가능하다'는 열린 결말로 보았으면 한다"는 것이 이 PD의 마무리였다.

연출자 이응진 "작가와 붙어 다녀 '사귄다' 농담 들어"

당시 조소혜 작가와 함께 열심히 스토리를 구상하느라 늘 붙어 다녔다. 주위 사람들이 '둘이 사귀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건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얼마 전 '첫사랑' 관련 취재를 온 일본 취재진이 '어떻게 한 드라마를 66회나 방송할 수 있었느냐'며 놀랍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이런 장편을 만들기 위해선 내러티브 구성 능력이 중요하다. 이런 장편 드라마들을 통해 육성된 작가들의 역량이 오늘날 한류의 기본이 됐다고 생각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 복수가 아닌 용서. 이 드라마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이 두 가지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된 것 같아 만족한다. 리메이크? 전혀 생각 없다. 이런 앙상블과 대본은 다시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 > 2편에 계속

송원섭 기자 [five@joongang.co.kr]▷ [불후의 명작 ①] 1996~1997 KBS2 '첫사랑' [불후의 명작 ②] 최수종 "'첫사랑' 시청률 보증 수표 만들어준 작품" [불후의 명작 ③] 배도환 "배용준과 인기상 다툴 만큼 떴죠" [불후의 명작 ④] '첫사랑' 나무, 한류 팬 필수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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