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명저]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

'너'와 만날 때 '나'도 의미… 모든 만남엔 은총 작용
"참된 삶은 만남이다."(26쪽)
라인홀드 니버, 폴 틸리히 등 수많은 현대 신학자들에게 영향을 준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대한기독교서회)는 '만남'에 대한 찬사다.
사람은 독존할 때가 아니라 '나-너'의 만남, 즉 '너'와 교섭을 통해 비로소 '나'가 되고 의미를 갖는다고 부버는 설명한다. 관계와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사람은 나-너 관계를 맺음으로써 너와 더불어 현실에 참여한다…너와 더불어 현실을 나눠 가짐으로 말미암아 현존적 존재가 된다."(90쪽) 이는 자연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며, 비인격적이고 상대를 이용하려는 '나-그것'의 관계와는 완전히 구별된다.
특히 모든 만남의 연장선은 '영원자 너(하나님)'에게 향한다는 게 부버의 지적이다. "나와 너의 만남은 은총에 의한 것이지 결코 찾음으로써 이뤄지는 게 아니다."(13쪽) 사람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존재로 본 것이다. 또 부버는 이 세계의 모든 것에는 하나님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세계에 대한 책임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힘을 기울이고 생활을 바쳐 자꾸 새롭게 하나님을 세상에 실현해 나가야 한다. 그때 우리는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에 놓이는 것이다."(155쪽) 즉 참된 삶이란 사람과 하나님의 만남에 적극 참여하고 계시를 실현하는 것이다.
부버는 실제 삶에서도 이 같은 만남을 실천하려고 애썼다. 1878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유태인 부버는 젊은 시절 정치적 시오니즘(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를 건설하는 것) 운동에 가담했다가 곧 종교·문화적 시오니즘을 주장하게 된다. 가톨릭 신학자 및 개신교 정신치료학자와 함께 사회적 문제를 종교적 시각으로 다룬 잡지 '피조자'를 발간하기도 했다.
특히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비교종교학을 가르치다가 나치스에게 추방돼 1938년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에서 사회철학을 가르치기 시작한 이후에는 '유대·아랍 연방' 수립으로 두 민족이 공존해야 한다는 운동을 일으켰다. 하지만 완강한 유대인들의 반발로 결국 좌절됐다.
부버는 이스라엘이 건국된 뒤에도 아랍과의 평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고 세계 각지를 다니며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그의 뜻이 실현됐다면 오늘날 가자지구 사람들을 장벽 안에 몰아넣고 피의 보복을 일삼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유혈분쟁은 상당 부분 줄었을 수도 있다. 아울러 부버가 '나와 너'에서 말하는 만남은 소통이 실종됐다는 지적을 받는 요즘 우리나라 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사람과 하나님 관계의 비유적 표현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 어느 경우에서도 참된 부름은 참된 응답을 얻게 되는 것이다."(141쪽)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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