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6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윌리엄 폴 영 소설 '오두막'

영혼 살찌운 '하나님과 보낸 주말'
"어떤 이가 오두막에서 하나님과 함께 주말을 보냈다고 주장한다면 어느 누가 의심을 품지 않겠는가? 그런데 여기 바로 그 오두막이 있다"로 시작되는 윌리엄 폴 영의 '오두막'(세계사)은 마음의 양식이 듬뿍 담긴 영혼의 영양 덩어리다.
주인공은 평범해 보이는 쉰여섯 살의 매켄지 앨런 필립스. 그는 한때 거대한 슬픔으로 인해 거의 입을 다물고 지낸 과거가 있었다. "매켄지, 오랜만이군요. 보고 싶었어요. 다음 주말에 오두막에 갈 예정이니까 같이 있고 싶으면 찾아와요. -파파." 어느 겨울날 맥은 우표도, 보낸 사람 이름도 없이 우편함에 들어 있던 편지를 뜯어보고 온몸이 굳어버린다. '파파'는 그의 아내가 '하나님'을 부르는 호칭이었고, 오두막은 4년 전 그의 딸이 연쇄 살인범에게 납치돼 살해당한 장소였던 것이다. 과연 누가 신을 사칭해 그를 가장 고통스러운 장소로 불러내는 것일까. 소설은 신을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었을 법한 '왜 신은 이 고통스러운 세상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구하고 있다.
막내딸을 잃고 말할 수 없는 깊은 슬픔에 잠겨 지내던 맥은 편지를 받고 고민 끝에 오두막으로 향한다. 신비하게도 오두막에는 자신을 파파, 즉 하나님이라고 말하는 흑인 여성과 중동의 남성 노동자, 아시아 여성이 있었고 맥은 이들과 주말을 보내며 사랑과 용서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맥은 남성 노동자를 소개받으며 다시 한번 놀란다. "예수냐고요? 그렇죠. 당신이 원하면 그렇게 불러도 좋아요. 나를 일반적으로 부르는 이름이 되었으니까요. 내 어머니는 예슈아라고 부르지만 조슈아나 제시라고 불러도 대답한답니다."(130쪽) 아시아 여성의 이름은 사라 유였다. "난 사라 유예요. 주로 정원을 관리하지요."
맥은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고 혼돈에 빠진다. "모두 셋이니 삼위일체 같은 존재들일까? 하지만 두 여자와 남자 중에 백인은 아무도 없다니? 그건 그렇고 그동안 왜 하나님을 당연히 백인이라고 생각해 왔을까?"(132쪽).
작가는 세 사람과의 길고도 심오한 대화와 때론 격렬한 토론을 통해 그동안 신학 내에서조차 논쟁이 되어온 삼위일체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종교적인 여러 이슈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풀어내고 있다.
"더욱이 나의 본질은 동사죠. 나는 명사보다 동사에 맞춰져 있어요. 고백하기, 회개하기, 살기, 반응하기, 성장하기, 도약하기, 변화하기, 씨 뿌리기, 달리기, 춤추기, 노래하기 등의 동사죠. 그런데 인간들에겐 은총이 가득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동사를 죽은 명사나 썩은 냄새가 나는 원칙으로 바꾸는 재주가 있어요."(336쪽)
마지막 장면은 파파의 도움으로 딸의 시신이 묻힌 장소를 찾아내는 것으로 귀결되지만 소설 바깥에서 주인공 맥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이 글을 쓸 당시 맥은 꼬마숙녀 살인마의 재판에서 증언 중이었다. 그는 범인을 만나고 싶어했지만 아직 허락을 받지 못한 상태다. 그는 판결이 내려지고 한참 후에라도 범인을 꼭 만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신이 맥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그가 사랑과 친절의 새로운 혁명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그런 혁명을 바라는 것이다. 그의 혁명은 어떤 것도 번복시키지 않으며 혹시 그런다고 해도우리가 절대로 생각하지 못한 방법이 될 것이다."(작가의 말)
작가가 자녀를 위한 선물로 쓰기 시작했다는 이 책은 출판사를 찾지 못해 자비 출판됐으나 소문과 웹사이트 광고만으로도 베스트셀러가 돼 미국에서만 6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추천사에서 "'오두막'은 작은 세계가 감추고 있는 큰 세계의 비밀을 보여준다"며 "그 비밀은 근원적으로 인간이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는 존재와 만날 때에만 밝혀진다"고 말했다.
정철훈 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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