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효의 터닝포인트①]"'쌍화점' 노출만 보지 말아주세요"

고경석 2008. 12. 1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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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송지효가 다시 한번 왕비의 옷을 입었다. MBC 드라마 '주몽' 이후 두 번째다. MBC 드라마 '궁'에서도 황태자 주지훈의 첫사랑으로 출연했으니 왕족 가문과는 세 번째 인연이다.

영화 '쌍화점'(제작 오퍼스픽쳐스, 감독 유하)에서 송지효는 고려 말기를 배경으로 호위무사와 사랑에 빠진 왕을 지켜봐야 하는 왕비로 출연했다. 아이를 갖기 위해 왕 대신 왕이 사랑하는 호위무사와 잠자리를 가져야 하는 비극적인 운명의 여인다.

9개월간의 촬영기간이 이야기해주듯 '쌍화점' 촬영은 보통 작품의 세 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 배우 송지효의 1막이 끝나는 시점에서 그간 보여줬던 모든 것을 집약해 보여주는 한편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라는 의미와도 같다.

"끝나고 나니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요. 그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연기 때문에 많이 고민하며 노력했던 9개월의 시간이 제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이제 모든 감정을 제 안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걸림이 없을 정도로요. 그만큼의 깊이와 넓이를 갖게 된 것 같아요. 많이 힘들었지만 얻은 것도 많죠."

송지효는 2003년 영화 '여고괴담3-여우계단'을 시작으로 '썸' '주몽' '궁' '색즉시공 2' '쌍화점' 등 5년간 총 6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출연 작품수도 많지 않은 편이고 연기적인 역량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쌍화점'은 화려한 데뷔 이후 주춤해 있던 송지효의 연기인생에 하나의 방점으로 기록될 만한 작품이다.

"그동안 제게 맞는 옷을 입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쌍화점'의 왕후 캐릭터에 굉장히 끌렸죠. 제게도 왕후처럼 도발적이고 당찬 면이 있는데 왕후의 그런 면이 보이는 순간 확 빠져들었죠. 제가 도전정신이 강한 편이라서 하나에 꽂히면 맹목적으로 빠져들게 돼요. 그런 뒤의 성취감이 정말 좋거든요."

영화 '색즉시공 2' 이후 또 다시 노출연기라 여배우로서 내키지 않았을 만도 하지만 송지효에겐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극중 베드신이 드라마의 일부분으로 보였기 때문에 노출의 정도를 따지지 않았다. "예전엔 그런 말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여배우들이 '노출로만 보지 말아 주세요'라고 종종 말하곤 하잖아요. 제가 '쌍화점'을 찍고 나니 그런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쌍화점'은 처음부터 베드신이 없으면 영화 자체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쌍화점'의 베드신은 영화 '색, 계'의 베드신과 비교될 만큼 치열한 감정이 오가는 장면들이다. 원하지 않는 남자와 잠자리를 하게 되는 왕후가 점점 그 남자에 사랑을 느끼게 되기까지 커다란 감정의 소용돌이가 베드신을 통해 복합적으로 발산된다. 그 과정을 표현하는 것은 송지효에게 커다란 과제였다.

"'쌍화점'의 시나리오를 보고 났을 때의 느낌이 '색, 계'를 보고 났을 때의 느낌과 흡사했어요. 이들의 육체적 사랑이 단지 몸을 섞는 데 그친 게 아니잖아요. 서로에 대한 갈망을 몸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서로 쳐다보는 눈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카메라 두 대로 찍는 데다 대체로 한두 테이크 만에 오케이가 떨어져서 육체적으로 힘든 건 없었어요. 베드신이 거듭되면서 감정의 변화를 보여줘야 해서 그런 점이 가장 어려웠죠."

일생에 전혀 겪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겪을 가능성이 희박한 감정이었기 때문에 송지효는 유하 감독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정리해갔다. 유하 감독은 "너라면 어떨 것 같니?"라고 물었고, 송지효는 왕과 호위무사와 왕후의 감정 상태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유하 감독의 의도를 파악해 나갔다.

"많이 아쉬워요. 끝나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때 저 부분을 왜 놓치고 갔을까, 왜 한 가지 감정만 생각했을까, 여러가지가 있을 텐데…' 그래도 단정지어 말하기 어려운 부분을 감독님이 잘 설명해주셔서 다행히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유하 감독은 송지효는 물론 함께 출연한 조인성, 주진모에게 "너희들이 고통받을수록 관객은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송지효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연기자로서 한 단계 너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

"처음엔 설레기도 했지만 두렵고 불안했어요. '쌍화점'을 끝내고 나니 자신감이 많이 생겼죠. 많은 공부도 됐어요. 시나리오를 다르게 보는 법도 배웠고, 입체적인 생각을 하는 법도 배웠어요. 제 안의 감정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표현하는 법도 배운 것 같아요. 마음은 깊어지고 머리는 넓어진 거죠."

송지효는 아직 가능성만 안고 있는 신인배우다. 지난 5년간 송지효는 자신이 지닌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표현해낸 적이 없다. '쌍화점'은 그 시작점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것은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는 것이다. 송지효에겐 이제 진실성을 연기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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