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꽃으로 다시 핀 '산골 소녀 영자'

2008. 5. 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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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 이예진] 강원도 삼척의 한 사찰. 비구니의 목탁과 염불 외는 소리가 산사로 울려 퍼졌다. 법당에 홀로 앉아 부처님의 가르침에 충실하는 여승의 얼굴이 낯설지 않다.

2001년 "비구니가 되겠다"며 속세를 떠난 '산골 소녀' 영자다. 하지만 그는 7년 전 아버지가 죽자 "속세를 떠나겠다"며 울먹이던 10대 때의 영자가 아니었다. 맑은 목소리로 불경을 외며 모든 중생을 공경하고 공량하는 '도혜 스님'이다.

■도혜 스님의 오늘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도혜 스님(26)은 여전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또 중생들에게 그 가르침을 전달했다. 승가 대학의 봄방학과 부처님 오신날(12일)을 맞아 삼척의 한 사찰을 찾은 그는 신도들과 노스님 앞에서도 불경을 물 흐르듯 외웠다. 그의 불경소리·목탁소리·종소리에 맞춰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께 큰절을 올렸다.

일부 신도들은 "저 스님이 산골 소녀 영자 스님이래"라며 그를 알아보고 수근거리기도 했으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신도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적극성을 보였다. 그의 웃는 얼굴은 과거 산골 소녀 영자의 순수하고 해맑은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도혜 스님에게 부처님과 속세의 세계에 대해 물었으나 "아직은 수행이 끝나지 않았다"는 말만 할 뿐 더 이상의 답을 하지 않았다. 신도들도 속세를 떠나 밝은 화사한 봄 햇살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충실하는 도혜에게 더이상 속세의 얘기를 끄집어 내지도 않았다.

그저 "큰 스님 되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상 사람들에게 설파해 달라"는 말로 합장했다. 도혜 스님은 5월 말 다시 승가대학으로 돌아가 수행에 매진할 예정이다.

7년 전에도 영자의 미소는 세상을 밝게 했다. 한 노승은 "도혜는 부처님의 뜻에 어긋나지 않게 살면서 덕망과 선덕을 쌓고 있다"면서 "도혜의 건강한 모습을 봤으니 세상 사람들이 더 이상 도혜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8개월 전의 인연

지난해 한 여학생이 공중파에 출연한 이후 유명세를 치르면서 악플과 괴소문에 시달렸다. 이 여학생은 그것을 견디지 못해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사건 후 누리꾼들은 지난 7년간 "산골소녀 영자 요즘 뭐해요?", "영자 어딨어요?" 등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기자들도 영자를 찾아 수년간 삼척을 비롯한 전국의 수많은 암자를 찾아 헤멨으나 결국 영자를 만나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도혜 스님이 지난 해 10월 경북의 한 사찰에서 IS와 만난 것이다. 때마침 영자는 절 근처에서 밭일을 하고 있었으며, 이곳에서는 그 일을 '운력'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절의 한 스님은 "운력은 단순한 밭일이 아니라 중요한 수행의 일부다. 스님들은 운력을 하면서 스스로를 다스린다"라고 말했다.

절의 행정을 총괄하는 종무소에 들어가 승가대학 안내와 영자 인터뷰를 요청했다. 종무소 스님이 통화를 하는 동안 쇼파에 앉아 테이블 위에 있는 책자를 봤다. 책자는 절에서 발행하는 계간지였으며 편집인 이름에 영자의 법명도 있었다. 자신의 꿈인 소설가를 향해 안 보이는 곳에서도 노력하고 있었다.

당시 운력을 마친 영자에게 다가가 "도혜스님 맞으시죠?"라고 묻자 "도혜 맞는데요. 누구세요?"라고 대답했다. "운력은 다 마치셨어요?"라는 질문에 "아직 다 못했어요. 공량하고 또 해야해요"라고 멋쩍어 했다. 이어 인터뷰 하려는 의도를 설명했다. 그러자 영자는 조금 곤란한 상황을 맞은 듯 수줍게 머리를 긁적이며 "저 인터뷰 안해요"라고 말하며 식사하는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밭일을 마치고 그늘에서 간식을 먹는 영자를 찾았다. 그러나 반장 스님은 "도혜스님이 만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지금 너무나 밝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파합니다. 도혜스님의 출가 전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는 스님들도 몇 안되니 그냥 돌아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말했었다.

●산골소녀 영자는?

1982년생 영자. 아무도 살지 않은 깊은 산 속에서 학교도 다니지 않고 아버지와 단둘이 TV도 없는 산골에 묻혀 살았다.

어느날 들이 닥친 'TV 카메라'가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하루 아침에 '팬'과 '후원회'가 생겼다. 영자 앞으로 수백권의 책이 배달되는 등 후원의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 영자는 후원자의 도움으로 서울로 상경해 공부를 했다. 마침내 '상업주의의 꽃'이라는 CF까지 찍었다.

그러나 서울로 올라온 뒤 후견인에게 광고 출연료를 빼앗기고 정신적·육체적으로 학대를 당했다. 급기야 영자의 CF 출연으로 큰 돈을 벌었을 거라 생각한 50대 남자가 영자 아버지를 살해했다. 이후 "세상이 너무 무서워요"란 말을 남긴 영자는 2001년 5월 속세를 떠나 산사로 들어갔다. 도혜는 부처님의 가호 아래 7년 전 짓밟혔던 순박하고 맑은 영혼을 회복 중이다.

삼척=글·사진 이예진 기자 [hapfun2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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