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시민들, "<동아> <조선> 너흰 아니야!"

입력 2008. 5. 3. 15:55 수정 2008. 5. 3. 15: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송주민 기자]

시민들의 분노로 낙서판이 된 동아일보 신문 게시판

ⓒ 송주민

낙서로 가득한 동아일보 신문 게시판을 구경하는 시민들

ⓒ 송주민

지난 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렸던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 문화제에서 혼쭐이 난 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뿐만이 아니었다. 2만여 시민들에 둘러싸인 <동아일보>는 "왜곡보도 중단하라" "너희가 신문이냐"는 등의 호된 질책을 받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길 건너편에 위치한 <조선일보>도 곤욕을 치르긴 마찬가지였다.

하필이면 왜 <동아일보> 본사가 청계광장 바로 앞에 있었을까. <동아일보> 건물을 본 2만여 시민들은 하나 둘 성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일순간 성난 파도와 같이 동아일보사 앞으로 밀려들었다.

"동아일보 각성하라"는 구호가 "동아일보 쓰레기"란 격한 표현으로 변하기도 했다. 소리를 들은 <동아일보> 직원들이 힐끔힐끔 아래를 쳐다보자 시민들은 "우~"하는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촛불집회가 끝나고 귀가하는 순간에도 시민들은 <동아일보>를 놔주지 않았다. 본관 앞에 위치한 신문 게시판은 그야말로 '화장실 낙서판'이 됐다. 귀가하던 사람들이 <동아>에 대한 불만을 게시판 안에다 숨김없이 쏟아냈기 때문이다.

어린 중학생부터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들까지 펜을 꺼내들고 <동아>의 행위를 조롱하고 비판했다. 시민들은 '언론조작 친일신문 양심은 있냐', '이명박 뒤 닦아주는 개', '동아사장이 직접 지워라'는 등의 글귀로 <동아>를 맹비난했다. 금세 게시판은 한 글자도 못 적어 넣을 정도로 빽빽이 들어찼다.

낙서로 가득한 동아일보 신문 게시판

ⓒ 송주민

정권 바뀌니까 사실마저 바꾼다?... "이게 과연 신문인가!"

시민들이 이토록 <동아>에 분노한 까닭은 무엇일까.

한국외대에 재학중인 최솔(21)씨는 "국민을 위한 기사는 없을 뿐더러 쓴다 하더라도 권력에 유리한 쪽으로만 일관하는 것이 <동아>의 보도태도"라며 "<동아>는 많은 국민들의 상식과는 다르게 권력의 힘을 빌려 자신들의 주장이 진실인 줄 알게끔 국민을 호도하는 나쁜 언론"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최씨는 "인터넷 세대인 우리는 왜곡보도에 속을 만큼 어리섞지 않다"고 전제한 뒤, "'미국산 쇠고기 문제'만 보더라도 금방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뀌니까 불과 몇 개월 전에 했던 광우병에 대한 주장을 180도 바꾸고 있다"면서 "이게 과연 신문인가"라며 혀를 찼다.

게시판 앞에서 낙서 내용을 살피던 '통합측 장로교회' 이재우(55) 목사는 "이런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의 심정이 안타깝게 느껴진다"며 "나도 젊었으면 한바탕 일을 저질렀을 것 같다"며 쓴웃음을 졌다.

이 목사는 "우리의 보수언론은 안 좋은 정도가 아니다"고 꼬집은 뒤, "있는 사실조차 전달 안 하는 왜곡보도와 이리저리 말을 바꾸는 모습을 쇠고기 문제를 통해 똑똑히 보지 않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앵무새처럼 정부의 말을 그대로 옮겨 쓰기만 하는 것이 무슨 언론인가"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지지자였다고 밝힌 직장인 임아무개(26)씨는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백성운 후보(일산동구)를 찍었는데 지금 엄청 후회 중"이라며 "<동아>가 한나라당만 좇아다니는 언론이라는 사실이 쇠고기 보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고 일갈했다. 정권이 바뀌니 보도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사실조차 바꿔서 보도하고 있다는 것.

동아일보에 분노한 시민들이 신문 게시판에 낙서를 하고 있다.

ⓒ 송주민

"<동아>, <조선>에는 전기세도 아깝다, 불 꺼라"

청계광장 길 건너편에 위치한 <조선일보>도 예외는 아니었다. 바로 앞에 위치한 <동아>보다는 사정이 나았지만 <조선>도 시민들의 호된 질책을 피할 수 없었다. <동아>를 향하던 시민들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오른쪽 길 건너편에 위치한 <조선>쪽으로 집중이 됐고, 곧바로 "조선일보 쓰레기" "각성하라 조중동"이란 구호가 연이어 터졌다.

급기야 시민들은 양대 보수 신문사를 향해 "전기세 아깝다, 불 꺼라"고 크게 외치기도 했다. 가끔씩 밖을 내다보던 <동아> 직원들은 어느덧 자취를 감췄다.

가족과 함께 나온 권오일(46)씨는 "'사실왜곡', '오락가락' 신문이 우리의 대표언론이란 사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통탄스럽다"며 "수구족벌언론은 당장 불 끄고 셔터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보수언론의 본사 건물은 여전히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