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들 "바바리맨요? 너무 웃겨요".. '희화화된 범죄자' 보는 시각 엇갈려

"바바리맨요? 징그럽긴하지만 너무 웃겨요. 바바리맨을 3번 이상 안 보면 대학에 떨어진다는 말도 있어서 일부러 찾아다니는 애들도 있다던데요. 호호."(인천 부평 A여고 2년 박모양)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를 공공장소에서 노출하는 일명 '바바리맨'들. 그런데 다른 성폭력 범죄자와는 달리 바바리맨을 '정신이 약간 이상하고 심약한 남자' 정도로만 보고 이들의 노출증을 그냥 웃어 넘기는 특이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희화화한 범죄자'를 보는 엇갈린 시선들=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부근에 바바리맨이 나타났다. 파란색 쫄티와 청바지 차림에 모자를 눌러 쓴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이 남자는 1층에서 서성이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여학생 앞에서 갑자기 자신의 신체 일부를 노출하는 전형적인 바바리맨이었다. 불안해진 주민들은 "우리 아이들 어떻게 하나"라며 경찰에 신고하고 엘리베이터 내에 경고문까지 붙여놨다. 이같은 바바리맨의 출몰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 14일, 전남 순천에서는 지난 10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신체 일부를 노출한 바바리맨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잠재적 피해자일 수도 있는 여학생들은 정작 "무섭기는커녕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 중계동 A여고에 다니는 유모(17)양은 "여고생들이라면 바바리맨 에피소드가 하나씩 있게 마련"이라며 "우리 학교에서도 예전에 학교 뒷동산에 바바리맨이 점심시간 때마다 나타나 학생들이 교실 창문에 모여 단체로 관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바바리맨의 '희화화'는 사회문화적 현상으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각종 영화와 TV프로그램, CF 등에서 바바리맨은 '별로 위험하지 않은 우스꽝스러운 범죄자'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한 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영화의 경우 '두사부일체' '몽정기2' 등에서 힘도 없고 약간 모자란 듯한 모습으로 나와 감초 역할을 했다.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가요 '텔 미'의 뮤직비디오에서도 익살스러운 연기가 등장한다. TV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의 형님뉴스 코너에서는 개그맨 한현민씨가 바바리맨으로 분해 코믹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 청파동에 사는 이모(16)양은 "영화 '두사부일체'를 보면 바바리맨이 학교 건물 옥상에 나타나 웃옷을 확 걷어젖힌 다음 쇼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친구들이랑 같이 깔깔대고 웃었다"며 "다들 징그러워 하면서도 재미있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바바리맨은 이미 국민들에게 익숙한 존재로 인식돼 있다"며 "영화나 TV 등에서 코믹스러운 소재로 자주 활용되면서 전혀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연한 변태성욕자 조심해야"=많은 국민들이 무각감해져 있지만 바바리맨은 어디까지나 범죄심리학적으로 변태성욕자, 성범죄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로 정의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교수는 "바바리맨들은 일단 자신의 행동으로 주위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면 더 큰 관심을 원하게 된다"며 "더 자극적이 되고 대담해져 나중에는 신체적 접촉 등 성폭력을 시도하게 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바바리맨은 '성범죄'의 일종이기 때문에 사법당국에서도 엄격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바바리맨이 신체 특정부위를 노출했을 경우 형법 제245조 공연음란죄를 적용받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해진다.
의학·심리학계에서는 바바리맨에 대한 약물치료는 효과가 거의 없고, 상담과 같은 정신치료가 가장 좋다는 의견이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교수는 "성장 과정 등에 대해 얘기를 하도록 하고 마음 속에 갖고 있는 갈등을 풀어 행동변화를 꾀하는 정신 상담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균 백석대 범죄심리학 교수도 "어렸을 때의 성적 피해를 제때에 치료받지 못해 노출증으로 표출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치료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병선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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