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지운 전지현 "주근깨 노출 완전후회하지만.."

2008. 1. 2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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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연예] 황정민은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작은 영웅, 아픈 과거를 간직한 남자로 밀도 높은 감정연기를 펼쳤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이후 2년반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전지현도 예쁜 척하지 않는 털털한 모습으로 안정감 있게 연기했다.

황정민-전지현 호연 '합격점'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 연기파 배우 황정민, CF스타 전지현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아온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가 21일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황정민은 제작보고회 때와 마찬가지로 호연의 공을 전지현의 몫으로 돌렸다. "늘 함께 해준 송수정 PD, 전지현이 있었기에 모든 게 가능했다"고 말했다.

전지현도 "영화를 처음 봤다"면서 "각각 다른 장면에서 촬영된 황정민의 연기들이 영화 속에서 연결되는 것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으며 다음 장면과의 연결을 생각하며 연기할 줄 아는 '내공 깊은' 배우와 연기하게 된 것에 감사한다"며 선배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황정민 "슈퍼맨 넘으니 이현석…산 넘어 산"

황정민은 슈퍼맨이라는 자기확신을 갖는 게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나는 슈퍼맨이다'라는 것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를 연기하는 저와의 약속이다. 그 벽을 깨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슈퍼맨이 되기 위해 많이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슈퍼맨이라고 믿게 될 즈음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이번에는 슈퍼맨이 아니라 상처를 가진 남자 이현석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촬영하기 전에는 슈퍼맨에 비해 이현석 캐릭터를 쉽게 생각했다. 그저 제 정신으로 돌아오면 되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아니더라. 슈퍼맨의 좋은 생각을 잉태한 게 이현석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이건 또 뭐지'하는 힘든 감정에 봉착했다. '산 너머 산' 격의 촬영이었다."

영화를 보면 황정민의 엄살이라고 느낄 지 모르겠다. 그는 두 달여, 길지 않은 촬영기간에도 집중력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전지현 "촬영장 유행어로 치면 '완후'예요"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 담배 골초에 욕도 잘하는 여자로 변신했다던 사전 홍보와는 달리 스크린에는 '거친' 모습이 많이 담겨있지 않다. 되레 두 볼의 주근깨가 훤히 비치는 화장기 없는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가 어우러진 '자연스런' 모습이 눈길을 끈다.

전지현은 전체관람가를 위해 촬영장에서 욕이 자제됐으며, '거친' 송 PD의 면모가 많이 편집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주근깨를 그대로 드러낸 선택에 대해서는 아쉬움과 만족을 동시에 드러냈다.

"영화 촬영장에서 유행어가 있었다. '완전 좋아'를 '완조'로 줄여표현하는 식이었다. 유행어를 빌리자면 '완후'다. 영화를 보면서 '완전 후회'했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이어 "후회하면서도, 송 PD의 감정이 '거짓 없이 진실로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은 참 좋았다. 사실 여배우들은 맨 얼굴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긴장하지는 않는다. 자연스러운 게 좋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전지현은 실제로 메이크업을 잘 못하는 터라 평상시에도 거의 화장을 하지 않고 다닌다면서 생활 속 모습을 그대로 보시는 거라고 귀띔했다.

종반부 영웅만들기 '다이어트' 필요

기본 이상을 한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포인트가 없는 점은 아쉽다. 전반적으로 이야기 흐름이 느리다는 느낌을 주는 가운데 특히 종반부는 군살이 많다. 정체 모를 작은 영웅을 돌연 정신질환자로 만들고 끝내지 않기 위해 '진정한 영웅 만들기'를 시도하는 것은 좋지만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못하고 다 담아가려는 감독의 욕심이 화근이다.

화재로 상황이 긴박한데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한쪽 구석에서 우정과 자기확신을 교감하는 이현석과 송수정 PD의 모습은 한가로워 보인다. 꼭 가져가야할 대사들이라면 주변의 시간이 멈춰진 것처럼 처리해도 좋았을 듯하다. 영화 곳곳에서 슈퍼맨과 송 PD가 입밖으로 말을 내지 않으면서도 속마음으로 얘기를 나누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장면도 종종 등장하지 않았던가.

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선행이 준비돼 있는 만큼 속도감 있게 편집하는 편이 관객의 감정 속도와 맞아떨어진다. 이기적 송 PD가 병원 복도에서 드디어 눈 밖으로 눈물을 흘리고야 마는 장면을 예로 들자면, 관객은 이미 감독이 늘어놓은 그 전 장면들에서 감정의 최고조를 경험했는데 극중 캐릭터가 뒷북을 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무게감 있는 발상-희망적 메시지 'good'

그럼에도 미덕은 많다. 슈퍼맨이 초능력을 잃게 된,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언어로 얘기하자면 본래는 이타적이었던 우리가 자신의 일 외에는 관심 없는 이기적 인간이 된 원인을 한국 현대사에서 찾고 있는 시나리오가 돋보인다. 괜스레 편들어 주다가는 간첩으로 몰리는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겪으며 남의 어려움에 눈 막고 귀 막는 사람들이 됐다는 발상, 이제는 아픈 과거를 잊고 주변을 돌아볼 때가 됐다는 메시지를 '슈퍼맨이었던' 남자를 통해 코믹하게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우리의 작은 선행이 지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관객 한 사람 한사람이 지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엄청난 초능력을 가진 슈퍼맨임을 상기시키고자 하는 정윤철 감독의 연출 의도도 희망적이다. 미국 영화 '슈퍼맨'을 패러디한 신문사 편집국 장면은 큰 웃음을 선사하며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듯하다.

촬영부터 사후 작업까지 3개월, 짧은 시간에 긴박히 달려온 터라 시사회에는 조금 덜 정리된 미완성품을 선보이게 됐는 지도 모르겠다. "개봉까지, 관객을 만나는 순간까지 정 감독이 계속 정성을 들여 다듬을 것"이라는 홍보 관계자의 말처럼, 영화의 미덕들을 돋보이게 살려낸 완성작으로 31일 관객과 만나기를 기대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기자 dunasta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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