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성근..신화의 마지막 장을 쓰다

2007. 10. 3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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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이정래 객원기자]김성근 감독은 만년 꼴찌 팀을 맡아 혹독한 훈련과 새로운 선수 발굴 그리고 상대방의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신출귀몰한 작전으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끌어 올린다. 마치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기적들을 꽤나 자주 연출했던 감독이다.

그래서 가끔 그의 야구를 이야기 하다보면 마치 현실과는 동떨어진 신화를 말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김응룡 삼성라이온즈 사장이 감독시절 김성근의 야구와 혈전을 치른 뒤 "마치 야구의 신과 싸우는 것 같았다"며 혀를 내두른 일화도 신화의 한 페이지에 포함된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무섭도록 치밀하다. 마치 질 것도 미리 계산해서 몇 점 차이로 패할 것을 작정한 것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어 보인다. 이번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김성근 감독은 어차피 진다는 계산했다며 패한 뒤에도 당황하거나 후회하지 않았다.

기적을 흔하게 연출하고 패배마저 미리 계산하는 치밀한 야구를 구사하는 '야구의 신' 김성근. 아이러니하게도 김성근 감독은 여태껏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신화적인 야구 이야기의 주인공이 정작 우승도 한 번 못해봤다니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성근 감독은 유독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숱하게 많은 팀들을 이끌고 야구를 했지만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것도 이번을 제외하면 LG 트윈스의 감독이었던 2002년 단 한 번뿐이다. 포스트시즌에서 19번을 이겼지만 27번을 패했을 정도로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마지막 순간에 맥을 추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신화는 항상 미완성이었고 그의 야구에는 '우승은 하지 못한다'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의욕적인 투자로 강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몸부림 치던 SK 와이번스가 올 시즌을 앞두고 김성근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영입했을 때, 항간에서 김성근 감독이 과연 SK를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까라는 의문부호를 달았던 이유도 그의 이런 과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던 부분이 하나 있었다. 김성근 감독이 정상에 도전할 만한 전력을 갖춘 강팀을 맡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 김성근 감독이 만난 팀들은 정상은 둘째 치고 탈꼴찌하기도 버거워 보였던 팀들이 태반이었다. 강팀으로 분류되는 삼성 라이온즈를 맡았을 때도 주전들이 대부분이 부상이나 군문제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였으니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김성근 감독은 그런 팀들을 조련하고 짜내서 야구를 했다. 밥 먹듯이 투수를 바꾸고 매 순간 작전을 내야만 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상대를 이길 수 없었다. 그렇게 포스트시즌까지 올라갔다. 그런 그에게 포스트시즌에서 왜 그리 못 싸웠냐고 묻는 다는 것은 부러진 다리를 이끌고 죽을힘을 다해 마라톤 완주를 해낸 사람에게 기록이 왜 이렇게 형편없냐고 따지는 것과도 같다.

그런데 SK는 달랐다. 이전에 만난 팀들과는 달리 이미 상당히 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은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SK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SK는 계획대로 승승장구하며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왔다.

한국시리즈에서 김성근 감독은 2연패 후 역전 우승이라는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내며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던 '우승은 하지 못하는 감독'이란 꼬리표를 마침내 떼어낸 것.

29일 문학구장. 9회 투아웃에서 마무리 투수 정대현이 두산의 이종욱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순간 SK 선수들은 일제히 만세를 부르며 그라운드 한 가운데로 모여들었다. 꿈에도 그리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승자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리고 이내 김성근 감독을 헹가래 쳤다.

한 번 두 번 김성근 감독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떴다 가라앉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자신의 야구와 꿈을 완성시킨 이날, 김성근 감독은 그렇게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이 미완성 신화의 마지막 장을 써내려가던 날 인천의 밤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Tip

한국시리즈 MVP : 김재현(SK)

기자단 투표에서 총 71표 중 무려 65표를 얻어 프로데뷔 14년 만에 첫 한국시리즈 MVP. 한국시리즈 23타수 8안타(타율 0.348)-2홈런-4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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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데일리안 이정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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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편집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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