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 심은 한국혼 지켜보세요"..인천 국제 핸드볼대회 출전 허순영·최임정

어쩌면 이렇게 빼다박았을까. 서글서글한 눈매, 약간 도드라진 광대뼈, 수수한 헤어 스타일까지 아주 쏙 닮았다. 1m80으로 키도 같다. 승부 근성도 난형난제(難兄難弟). "예전부터 서로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라이트백인 동생 최임정(27)이 말했다. 옆에 있던 '피봇 언니' 허순영(32)이 한마디 거들었다. "함께 붙어 다니다 보니 더 닮는 것 같아요."
지난 22일 인천에서 막을 올린 2007 국제실업핸드볼대회에 오르후스(덴마크) 소속으로 출전 중인 두 선수는 인연이 남다르다. 이들은 부산 주례여중-진여상 선후배 사이다. 대구시청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여러 차례 팀을 국내 정상으로 이끌기도 했다. 그런데 덴마크에서도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
2004 아테네올림픽 때 두 선수는 오르후스의 예스퍼 홀므리스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줬다. 이들은 홀므리스 감독의 러브콜을 받아 지난 5월 초 오르후스와 2년간 계약했다. 둘은 비장한 각오로 덴마크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테네에서 우리가 2차 연장과 승부던지기까지 가서 덴마크에 패했잖아요. 편파 판정으로 금메달을 내준 뒤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덴마크에 가서 한 수 위의 기량을 보여 주겠다는 오기가 생겼죠." 허순영의 말이다.
덴마크는 이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연봉은 국내 선수의 3배인 약 1억원. 그러나 훈련량은 한국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허순영은 덴마크 여자 핸드볼이 결코 강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사실 조금 실망했어요. 덴마크가 우리보다 나은 건 선수들의 체격과 핸드볼 열기뿐이에요. 기본기는 한국 선수들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최임정도 맞장구쳤다. "덴마크에 가 보니 한국 핸드볼이 강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어요."
최임정은 더 많은 한국 선수들이 덴마크에서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홀므리스 감독은 한국 선수들을 아주 좋아해요. 성실하고 정신력이 강하기 때문이죠. 한국 선수들이 더 많이 와 뛰면 좋겠어요." 현재 덴마크에는 이들을 포함해 허영숙(32), 강지혜(27·이상 콜딩) 등 4명의 한국 선수들이 뛰고 있다.
홀므리스 감독은 "두 선수 모두 만족스럽다. 특히 허순영은 수비가 세계 정상급이다. 또 경험이 많아 다음 시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이 대회가 끝나면 태릉선수촌에 들어갈 예정이다. 8월 말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에 참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도하아시안게임에서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따냈지만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기 전엔 마음의 짐을 벗어 놓을 수 없단다.
허순영은 올림픽 얘기가 나오자 이렇게 큰소리쳤다. "건방진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베이징에선 자신 있어요." 옆에 있던 최임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글·사진=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