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대장금 리뷰.. 뷔페식 상차림, 먹을건 별로 없네

2007. 5. 29. 17:4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대장금'은 대단했다. 2003년 10월에 시작돼 7개월간 54부까지 방송되는 동안 평균 46.3%, 최고 57.8%의 시청률을 올렸다. 대만 일본 홍콩 중국 유럽 미국 등 해외 30개국으로 수출됐으며, 만화 동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됐다. 최근 몇년 사이 한국이 내놓은 문화컨텐츠 가운데 '대장금'만큼 폭발력 있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뮤지컬 대장금'이 지난 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됐다. 제작기간 2년, 제작비 60억원이 들어간 이 작품은 올해 가장 기대를 모으는 창작뮤지컬 중 하나다. 드라마가 밟아간 길을 따라 해외 진출도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드라마의 성공신화를 뮤지컬이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더라'는 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높다. 차린 것도 많고 잔칫상도 제법 그럴 듯하지만 무엇 하나 입맛을 잡아끄는 게 없다고 할까.

'뮤지컬 대장금'은 애초부터 드라마를 무대 위에서 충실하게 재연할 것이냐, 뮤지컬 장르의 특색을 살려 새롭게 창조할 것이냐의 갈림길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뮤지컬 대장금'이 앞의 길을 선택했다는 것은 금방 드러난다. 그것도 분명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뮤지컬이 드라마에 짓눌려 버둥거리고 있다면 문제다.

54부의 드라마를 2시간20분짜리 뮤지컬로 줄이는 데는 고도의 구성력이 요구된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선택할지, 어디를 줄이고 어디를 키울지, 누구를 지우고 누구를 부각시킬지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 정교한 계산과 숙련된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뮤지컬은 어린 시절부터 수랏간 나인 시절, 의녀 시절에 이르기까지 장금이의 생애를 다 담으려 했고, 민정호 종사관과의 사랑은 물론 중종과의 삼각관계도 포함시켰다. 여기에 최상궁과 양상궁의 갈등을 넣었고, 덕구와 덕구 처의 감초연기도 빼놓지 않았다. 짧은 뮤지컬 속에 드라마가 보유한 흥행요소들을 다 구겨넣은 것이다.

그것은 욕심이었다. '뮤지컬 대장금'은 음식 이야기가 되든지, 장금이의 휴먼 스토리가 되든지, 아니면 신분을 뛰어넘는 장금이와 민정호의 멜로극이 되었어야 한다. 드라마는 세가지 모두 담을 수 있었지만 뮤지컬은 그 중 하나를 택했어야 했다. 제작진은 애초에 둘의 사랑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은 자신감 있게 표현되지 못했다. 사랑이 싹트고 자라고 흔들리고 다시 강해지는 과정들이 섬세하고 인상적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그것은 멜로 이외의 이야기들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역동적인 장면 전환과 몇몇 감미로운 노래들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대장금'은 전체적으로 평면적이다. 이야기에 매여있다보니 등장인물이 많아지고 설명적 장면들이 자주 끼어든다. 반면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구축하거나 극의 갈등을 조성해 가는 과정이 터무니없이 부실해졌다. 드라마에 짓눌려 있는 건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김소현은 드라마에서 이영애가 연기한 장금이에 미치지 못했고, 그와는 다른 캐릭터도 창조하지 못했다. 민정호 역을 연기한 원기준도 마찬가지.

'뮤지컬 대장금'은 드라마가 만들어 놓은 이야기와 캐릭터를 소비하는 데 그쳤다. 어쩌면 드라마와 비슷한 뮤지컬을 보여주었는지는 모른다. 그것만으로 최고 15만원을 내고 티켓을 산 뮤지컬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