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세기의 결혼, 세기의 파경은 필연

2007. 4. 2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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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경영의 귀재로 불리는 리 아이아코카가 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 직에서 물러난 뒤 아이아코카의 후임인 밥 이턴은 독일의 다임러와 합병을 추진했다. 결국 1998년 다임러크라이슬러라는 초대형 인수·합병(M&A)이 성사됐고. 이를 두고 세간에선 '세기의 결혼'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세기의 결혼'은 '세기의 이혼' 혹은 '세기의 파경'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현재 다임러크라이슬러의 CEO '닥터 Z' 디터 제체는 크라이슬러를 떼어내 매각하려 하고 있고 세계적인 기업 사냥꾼 커크 커코리언이 크라이슬러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왜 '세기의 결혼'이 '세기의 파경'으로 돌변했을까.

아이아코카의 말을 빌리면 "생산 부문에서 전혀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하고. 제체의 말을 빌리면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말을 종합하면 생산 부문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없어 합병 시너지 효과가 기대 만큼 나오지 않은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크라이슬러와 다임러 간에는 생산 부문에서 범위의경제(Economy of Scope)를 추구할 수 있는 요인이 없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범위의경제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규모의경제(Economy of Scale)와 범위의경제를 혼동한다. 쉽게 표현하자면 규모의경제는 규모가 클수록 좋다는 의미이고. 범위의경제는 폭이 넓을수록 좋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차이일까.

대부분의 공산품은 대량으로 생산하는 체제를 갖추어야 가격경쟁력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규모가 커질수록 생산원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즉 규모가 너무 커지면 비효율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인텔과 보다폰 같은 회사가 이런 경우에 속한다. 아무튼 규모가 커지면서 생산원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날 때 '규모의 경제'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두 가지 예를 통해 범위의 경제를 알아보자. 우선 유연생산체계(FMS, Flexible Manufacturing System)에 대해 알아보자. 유연생산체계란 하나의 제품 공정라인에서 여러 종류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예는 과거 기아자동차 프라이드 생산 라인이다. 프라이드 생산 라인은 하나였지만 그 하나의 생산 라인에서 여러 종류의 프라이드가 생산되었다.

두번째 가죽 구두와 가죽 핸드백을 만드는 기업을 생각해보자. 이 두 기업이 따로 있을 경우 가죽을 가공·처리하는 시설이 각각 있어야 하지만, 두 기업이 합병을 할 경우에는 하나만 있으면 된다. 즉 가죽을 가공·처리하는 시설을 줄임으로서 생산원가를 낮출 수가 있게 된다.

즉 하나의 공정 라인이 여러 제품을 생산함으로서, 혹은 하나의 기업이 여러가지 제품을 생산함으로서 효율성이 생긴다는 것이 '범위의 경제'이다. '범위의 경제'가 성립하려면 각기 다른 것 간에 일종의 연관성·공통성 등이 있어야 한다.

왜 다임러-크라이슬러 합병에서는 '범위의 경제'가 존재하지 않았을까? 우선 다임러는 미국외 시장을 겨냥하는 벤츠가 주축인 고급차 생산업체였다. 반면에 크라이슬러는 미국을 기반으로 하는 중형 이하 자동차 생산업체이다. 고가 자동차 생산과 중저가 자동차 생산을 하는 기업 간에 생산 라인을 통일할 수 있는 공통 분모는 태생적으로 적었다. 따라서 생산에서 '범위의 경제'를 추구할 수 없었다. 게다가 마케팅에서도 '범위의 경제'가 존재하지 않았다.

마케팅에서는 두 가지 문제로 나타났다. 첫번째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은 브랜드 이미지 문제가 발생했고, 두번째는 유통채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고급 이미지가 강한 벤츠와 중저가 이미지가 강한 크라이슬러가 마케팅에서 서로 편승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과적으로 이 합병은 전체적으로 딜레마였다.

인수합병을 할 때 고려할 점이 많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실제로 M&A를 하고 나더라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M&A의 효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나려면 진정한 컨버전스, 범위의 경제가 나타나야 한다. 단순히 규모의 경제만을 고려해 규모를 키운다고 효과가 나지는 않는다.

이코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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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블로그 플러스(blogplus.joins.com)에 올라온 블로그 글을 제작자 동의 하에 기사화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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