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초록융단..가슴도 물들겄네".. 감태 고장, 무안 월두마을

2007. 3. 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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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긴 머리칼이 이보다 더 싱싱하고 아름다울까. 초록색 감태가 물 빠진 갯벌에 누워 봄하늘을 우러른다. 황토밭에서 불어온 봄바람이 함해만 갯벌의 감태밭을 어루만지자 월두마을 아낙들이 큰애기 머리 빗질하듯 감태를 걷어 올린다. 초록융단을 깔아놓은 듯 물기에 젖어 싱그런 감태밭 갯골에 비친 아낙들이 거울 앞에 선 모녀처럼 정겹다.

닭머리, 땅머리, 달머리, 톱머리, 토머리, 쥐머리, 까치머리….

리아스식 해안으로 이루어진 전남 무안의 지명엔 바다를 향해 툭 튀어나온 곶(串)을 일컫는 '머리'라는 지명이 유난히 많다. 그 중에서도 하늘에서 보면 초승달처럼 생겼다고 해서 달머리로 불리는 현경면 용정리의 월두마을은 광활한 황토밭 구릉과 초록색 감태로 뒤덮인 갯벌이 초록융단처럼 펼쳐지는 반농반어의 체험 마을이다.

호수처럼 잔잔한 함해만을 사이에 두고 함평 돌머리 해수욕장을 마주보는 월두마을은 어머니 젖가슴처럼 봉긋봉긋한 황토밭 구릉이 골프장을 연상케 한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구릉의 양파밭과 파밭은 김매는 아낙들로 밀레의 '이삭줍기'를 연출하고 수평선과 맞닿은 지평선에는 빨간색과 파란색 지붕의 키 낮은 농가와 아담한 교회가 목가적인 풍경을 그린다.

월두마을은 벌써 봄꽃 세상이다. 밭두둑은 앙증맞은 모습의 연보라색 꽃이 밤하늘의 은하수르 닮은 개불알풀로 천상의 화원을 옮겨놓은듯하다. 동백꽃은 가는 겨울이 서러운지 오는 봄이 반가운지 우는 듯 웃는 듯 빈집 앞마당을 붉게 수놓고, 담장 위로 살짝 고개를 내민 목련 가지는 큰애기 가슴처럼 꽃망울이 잔뜩 부풀었다.

좌우로 바다가 보이는 환상의 24번 국도를 중심으로 부챗살처럼 펼쳐지는 수양촌, 석북, 두동, 신촌, 용정, 월두, 성재동, 봉오제 등 8개의 친환경농업 마을은 황톳골 무안을 대표하는 팔방미인마을로 불린다. 양파캐기, 마늘캐기, 주말농장, 낙지잡기, 고구마캐기, 개매기체험, 천연염색, 김장체험, 두부만들기 등 생태체험 프로그램이 주민들에 의해 연중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부챗살의 끝자락에 해당하는 월두마을 갯벌은 해양수산부가 전국 최초로 지정한 습지보호지역으로 황토밭 구릉이 바다와 잇닿은 드넓은 갯벌을 초록색으로 수놓고 있다. 학명이 가시파래인 감태는 영양이 풍부하고 오염이 안된 청정갯벌에서만 자라는 서남해안의 대표적인 해초류.

감태밭은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허리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물 빠진 갯벌에 들어서면 몇 걸음 못 가 발이 무릎 깊이로 뻘 속에 빠진다. 하지만 월두마을 아낙들은 용케도 발이 덜 빠지는 곳을 찾아 갯벌을 휘적휘적 걷는다. 한 발 빼고 한 발 빠지기를 거듭하며 갯벌과 씨름하다보면 어느새 상반신만 남고 두 다리는 세발낙지처럼 뻘 속에 숨는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매생이, 김, 파래는 수면에서 자라고 감태는 갯벌에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 채취하기도 여간 힘들지 않다. 월두마을로 시집오면서부터 감태를 채취해 이력이 난 아낙들도 예순만 넘으면 감태 뜯으러 가는 일이 죽기보다 싫다고 할 정도.

물 빠진 갯벌을 가득 메운 감태는 여인의 곱게 풀어헤친 머리칼처럼 가지런하다. 아낙들은 갯벌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한 손으로 감태를 쓸어 쥐고 한 손으로는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중간쯤에서 살짝 힘을 줘 감태를 채취한다. 손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커다란 고무동이는 금세 짭조름한 바다 내음의 감태로 가득 찬다.

예로부터 조정에 진상품으로 올려졌던 감태는 현경, 해제, 탄도에서 생산되는 것이 유명했다. 그래서 무안 사람들은 이곳에서 생산된 감태를 지역의 첫 글자를 따서 '현해탄 감태'로 불렀다. 하지만 매생이와 파래의 인기에 눌려 찬밥신세던 감태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5년 전. 웰빙 바람을 타고 수요가 늘어나자 전량 일본에 수출하던 감태가 이제는 없어서 못 파는 귀하신 몸이 되었다.

갯벌 저 멀리 나신을 드러낸 채 눈부신 봄햇살을 즐기던 승도에서 갈매기들이 날아오른다. 함해만으로 물러났던 바닷물이 빠른 속도로 갯벌을 점령하기 시작한다. 아낙들이 서둘러 갯벌 밖으로 물러나고 초록빛 감태밭은 다시 잿빛 물속에 잠긴다.

채취된 감태는 바닷물에 개흙을 대충 씻어낸 뒤 단옷날 창포물에 머리를 감듯 깨끗한 수돗물로 7∼8차례 씻어 여인의 쪽머리 모양으로 만든다. 대부분 감태는 무안장과 함평장, 그리고 일로장에 내다 팔지만 일부는 한여름 별미로 거듭나기 위해 냉동고에 보관된다.

매생이보다 뻣뻣하고 파래보다 부드러운 감태는 무기염류와 비타민이 풍부하고 향기와 맛이 독특하다. 감태전, 감태국, 감태자반 등 몇 가지 조리법이 있지만 무안 사람들은 생으로 무쳐 먹는 감태무침을 즐긴다. 입안에 넣으면 살아있는 갯벌의 향기가 온몸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무안=글·사진 박강섭 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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