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딱 3명뿐인 희귀병..'어금니 아빠'가 자전거를 타는 까닭은

2006. 11. 13. 13:5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쿠키 사회] "이로 밥을 꼭꼭 씹어 먹을 수 있게 해 주세요. 코로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세요"

아빠는 매일 이렇게 딸 아연(2)이를 위해 기도한다. 아연이가 남들처럼 숨을 쉬고, 밥을 먹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얼굴 전체에 종양이 자라나는 병. 우리나라에 환자가 단 3명뿐인 희귀병 중의 희귀병을 아빠 이영학(25)씨와 딸 아연이가 함께 앓고 있다. 끝없이 자라나는 종양을 제거하는 것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 한국 최초의 '거대백악종' 환자, 아빠 영학씨 이야기

이씨는 9살이던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턱이 유달리 커지기 시작했다. 등하교길에 실내화 주머니로 얼굴을 가린 채 걸어야 할 정도였다. 병명도 몰랐다. 큰 병원을 여러 곳 가봤지만 수술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종양이 얼굴에 퍼져 형체를 알아보니 힘들 정도로 부어올랐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지만 음악시간엔 커다란 종양이 두드러져 보일까봐 입도 제대로 벌리지 못했다. 어린 마음에 자살을 결심하고 감기약 3일치를 사 한꺼번에 먹기도 했다. "하느님 저 이제 죽어요. 다시 태어나면 예쁜 얼굴로 태어나게 해주세요"란 유서를 쓰고 약을 먹은 그를 어머니는 한참 동안 부둥켜 안고 우셨다.

병이 진행된 지 거의 1년이 다 돼갈 무렵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할 것 같다고 연락해 왔다. 이씨의 병에 대해 의사는 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백악질이 과도하게 자라는 희귀난치병이라고 했다. 수많은 검사 과정을 거쳐 3년 뒤 4차례 수술을 받았다. 잇몸을 모두 긁어내 입안에는 어금니 하나만 남았다. 턱뼈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골반 뼈를 이식했다.

그 많던 이빨 중 어금니 하나만 남은 이씨는 스스로를 '어금니 아빠'라 부른다. 잇몸이 없어 틀니를 하지도 못한다. 그는 이 병에 걸린 우리나라 최초의 환자가 됐다. 수술 이후 다행히 종양은 더 자라지 않았다.

◇ '천사마저 질투한 딸' 아연이 이야기

2003년 아내 최미선(22)씨를 만났고 아연이가 태어났다. 아연이는 '아빠' '엄마'보다 '아파'란 말을 먼저 배웠다. 평범하게 태어났던 아연이는 지난해 12월부터 아빠처럼 얼굴에서 종양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아빠와 똑같은 증세였다.

목 뒤부터 눈 아래까지 종양이 자라고 있어 아연이의 안면 근육은 상당히 일그러져 있다. 양쪽 코를 막아버린 종양 때문에 입으로 숨을 쉬어야 한다. 종양에 눌린 입 천장이 내려앉아 입을 다물면 기도가 폐쇄될 정도로 심각하다. 그대로 두면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다.

이씨는 자기 얼굴에 종양이 자랄 때보다 더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아연이의 병은 자신에게서 유전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연이의 종양은 빠르게 커져 가고 있다. 이 종양은 육체적 성장이 멈출 때까지 커가는 몸과 함께 계속 자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제 두살인 아연이는 신체 발육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한차례 2000만원이 넘는 종양 제거 수술을 수시로 받아야 한다.

벌써 두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얼굴 뼈의 65%가 잘려 나갔고 작은 이빨 두개만 남아 있다. 남들 눈엔 흉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씨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런 얼굴이다. 이씨 부부는 늘 아연이에게 "네가 너무 예뻐서 천사가 질투하나봐"라고 속삭인다.

이 병은 전 세계에 20여명의 환자가 있다고 알려졌다. 국내에는 이씨와 아연이,그리고 또 한명의 사례가 보고돼 있다.

◇ '어금니 아빠'의 국토 대장정

이씨는 아연이를 위해 홀로 자전거 국토 대장정을 준비하고 있다. 같은 병을 앓은 환자로서, 또 아버지로서 아연이를 위해 자전거 페달을 밟기로 결심했다. 20일쯤 서울에서 시작해 12월31일 정동진에 도착하는 게 1차 목표다. 이후 전국 곳곳을 자전거로 누벼 모두 2000km를 달릴 예정이다. 아연이에게 아빠의 사랑을 보여주고, 사람들에게 고통스런 희귀병을 알리기 위해서다. 아연이 수술을 위한 각계 후원도 막연히 기대하고 있다.

종양 치료는 끝났지만 이씨 몸도 정상은 아니다. 이식한 작은 턱뼈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빠진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오른쪽 무릎에는 쇠 핀이 박혀 있는 상태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아연이 병을 알리기 위한 전단지 수만장을 만드느라 '없는 살림'을 털다시피 했다.

준비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씨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훗날 아연이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기 위해 대장정을 결심했다"며 "아연이와 같은 병을 앓았던 환자이지만 그에 앞서 아버지다. 그래서 실패는 없다"며 굳은 의지를 다졌다. [아연이 후원계좌:새마을금고 0534-09-005832-7 예금주 이아연/ www.ayun.co.kr]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 국민일보 쿠키뉴스(www.kuki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