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정희왕후':그네(4)

2006. 11. 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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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황천우 소설가]"언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너는 몰라도 돼!"

"아니, 언니는 알아야 되고 나는 몰라도 된다니 그것이 무슨 말이야!"

"하여튼 너는 아직 몰라도 된다고!"

"피......"

정희의 생각으로는 언니가 쓰러진 장정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때문이라고 간주하는 듯했다. 그리고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데 언니나 길례는 그 모습에 상당히 의미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아니, 언니. 무엇 때문에 이러는 거야. 괜히 얼굴도 발개지고 말이야."

동희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 오른 것이 가관이었다. 또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는 동희의 표정이 정희에게 그것도 모르면서 무얼 묻느냐는 투였다. 그 모습에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 동희를 한번 차갑게 쏘아보고는 씨름판으로 다가갔다.

길례의 바로 옆에 도착했을 때 쓰러졌던 사내가 상반신을 일으키고 씩씩거리며 자신을 넘겨버린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쁜 새끼, 치사하게. 이번 판 무효야! 그러니 다시 하자고!"

말투가 개운치 않은 것으로 보아 아직도 고통이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이미 끝난 것을 두고 무얼 그리 흥분하고 그러나."

이긴 사내의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에 덩치 큰 장정의 얼굴에 힘줄이 돋아나고 있었다.

그 사내가 작은 사람을 노려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다가는 이내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희한한 현상이었다. 저 혼자 힘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 장정의 경우도 그랬지만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함박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부실해가지고 무슨 씨름을 한다고 하나."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그것도 여물지 않은 것이 씨름은 무슨 씨름이라고!"

......

구경하던 사람들의 입에서 여러 말들이 튀어나왔고 그런 말들이 원인을 제공했는지 웃음소리가 더욱 커져갔다. 이제는 정희가 어리둥절했다. 도저히 알 수 없는 일들이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황당하기까지 했다.

"길례야!"

황당한 마음이 길례를 부르는 소리에 더해졌다. 그러나 그 광경에 몰두하고 있는 길례는 정희의 부름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전혀 반응이 없다.

답답했던지 정희가 길례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길례가 화들짝 놀라며 정희에게 시선을 던졌다.

"언니가, 기다리고 있는데 뭐하는 거야!"

황당한 표정으로 얼굴을 매만지더니 길례가 갑득을 불렀다. 어색한 상태에서 나온 부름의 소리가 너무 컸던 모양이다.

씨름판에 집중되어있던 시선이 일시에 길례와 정희에게로 쏟아졌다. 바라보는 시선들이 느끼하게 느껴지는 순간 갑득이 다가와 길을 잡았다.

뒤에서 키들키들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대놓고 길례에게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그냥 잠자코 일행들의 뒤를 따라나섰다.

저자 거리를 벗어나자 초여름의 신록이 이들 일행을 맞이했고 그 숲이 시작되어지는 지점에서 하얀 옷깃이 공중에서 펄럭이고 있었다.

그네 터였다.

길례가 갑득에게 눈짓을 보냈다. 마치 저희들만 아는 모종의 장소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라는 듯했다.

그를 알아챘는지, 아니 여자들만의 장소라 그런 것인지 갑득이 일행에서 떨어져

나갔다./ 황천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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