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장원급제를 꿈꾸던 문경새재옛길

2006. 10. 26. 09:5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데일리안 김정수]경북 문경시 문경읍 상초리의 문경새재 1관문에서 3관문으로 이어지는 길은 한국도로교통협회에서 주최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우수상에 선정될 만큼 빼어난 길이다.

새재는 새도 넘기 어렵다는 고개라는 뜻으로 1관문에서 3관문까지 6.5km의 산책로는 쉬지 않고 걸어도 2시간, 주변 명소를 돌아보며 걷다보면 3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조선시대부터 영남에서 한양으로 통하는 가장 큰 대로 역할을 해서 영남대로로 불리기도 한다.

문경새재 여행시 1관문에서 3관문까지 왕복을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필자는 예전에 3관문까지 가려고 시도하다 지쳐서 2관문에서 발길을 돌린 바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충청북도와 경계를 이루는 3관문에서 출발해 내려오는 여정을 택했다.

그러자면 승용차를 두고 떠나야한다. 충주 수안보터미널에서 괴산시내버스(연풍행)를 타고 소조령에 내렸다. 괴산의 조령산휴양림을 지나 3관문까지 가는데 약 1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여름의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매미소리며, 다양한 새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는 휴양림의 숲길을 지나는 길은 여유로와서 너무나 좋았다.

문경새재 정상에 자리한 3관문은 백두대간이 지나는 길목이기도 해서 산꾼들이 즐겨찾는 곳이지만, 이길만큼은 한산하다.

산꾼들은 주로 고사리주차장에 차를 두고 3관문을 지나 마패봉, 부봉, 주흘산 종주코스를 타거나, 조령산이나 포암산(하늘재) 코스를 이용한다.

3관문(조령관) 입구의 조령약수 앞에서 목을 축였다. 시원하고 깔끔한 맛의 물이 목구멍을 넘어가자 한결 개운하다.

3관문 안쪽에 자리한 조령약수는 문경땅이다. 바로 앞에 보이는 3관문을 통과하면 다시 충북 괴산땅이다. 잠깐 사이에 도 경계를 왔다갔다하는 여정이 되었다.

◇ 문경새재 3관문 사이로 보이는 가을 하늘 ⓒ김정수

조령관으로 불리는 3관문에서 사진을 찍고는 등산로를 내려가자 이내 갈림길이다.

넓은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난 '장원급제길'로 들어선다. 두사람이 간신히 지날만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장원급제를 꿈꾸며 한양으로 넘나들던 옛모습 그대로의 호젓한 길이다.

10여분을 내려서자 시선을 사로 잡는 바위가 있다. 몸이 허약해진 아들이 자신의 돌담을 헐어 3년동안 책바위까지 옮기며, 돌탑을 쌓은 끝에 장원급제를 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책바위다.

또한 책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면 장원급제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데, 이로 인해 수능이나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책바위의 새끼줄에다 소원을 쓴 종이를 매달아 놓고 가기도 한다. '수능 고득점 기원', 'OO대 합격 소원 성취', 'OO고시 합격 소망' 등의 글씨가 씌어진 종이가 많이 보인다.

◇ 소원을 빌면 장원급제를 한다는 책바위 ⓒ김정수

책바위 뒤로는 감투바위가 있고, 앞에는 북두칠성 모양으로 7개의 바위가 놓여 있어 신비감을 더하는 칠성바위가 있다.

5분 정도 내려서다 큰길과 다시 만나면서 많은 명물, 명소들을 접하게 된다.

일제시대 말기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V자 형의 상처를 내고 구멍을 내었는데, 반세기가 넘게 지나도록 슬픈 역사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상처난 소나무는 슬픈 근현대사의 한 단면을 간직한 채 여전히 뿌리를 박고 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상처난 소나무, 귀틀집, 바위굴, 문경새재아리랑비를 지나면 2관문이다.

바위굴은 새재우(雨)와 관련된 아름다운 전설이 전해져 오는데, 요즘도 젊은 청춘남녀가 이 바위에 함께 들어가면 사랑과 인연이 더욱 깊어져 평생을 함께 하게 된다고 해 데이트코스로 인기다.

아담한 통나무다리를 지나면 퇴적암 형태의 큰 바위 아래 굴이 있는데, 굴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통나무를 받쳐 지지해 놓았다.

2관문을 내려서면 조곡폭포, 산불됴심비, 소원성취탑, 예배굴, 용추, 교귀정, 주막, 조령원터, 지름털바위, KBS드라마 촬영장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조령원터는 고려와 조선시대 때 공용으로 관리들에게 숙식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공공시설로 당시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600평 규모로 3m 내외의 정방형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초가와 움집이 복원되어 드라마 촬영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다니던 옛길 그대로의 모습인 장원급제길 ⓒ김정수

KBS드라마 촬영장은 드라마 [태조 왕건]을 촬영하면서 조성된 세트장으로 이후 무인시대 등이 촬영되었으며, 지금도 대조영과 연개소문을 촬영중에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필자가 찾아간 날 두 드라마가 촬영되는 장면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약 1,300여 년 전의 발해와 고구려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만큼 생생하게 다가온다.

촬영장에는 고려궁과 백제궁, 왕건본가를 비롯한 와가와 초가집 등 90여 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어 민속촌을 방불케한다.

◇ KBS촬영장 백제궁 앞에서 드라마의 장면을 재현하며 즐거워하는 관람객 ⓒ김정수

이제 진남역으로 이동해 철로자전거를 탈 차례다.

폐광 이후 중단된 문경-가은선 석탄운반용 선로를 이용해 전국 최초로 철로자전거를 운영했다.

수려한 풍취를 뽐내는 계곡을 따라 가다 환타지터널, 무지개터널을 지나다보면 색다른 레포츠의 매력에 사로잡힌다.

◇ 1관문 앞에서 드라마 연개소문이 촬영되는 장면. 활쏘는 장면은 대충 시늉만 내는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시야에서 화살이 사라진다 ⓒ김정수

고정된 철로 위를 달리는 안정감으로 주변 풍광을 돌아보며 여유있게 페달을 밟다보면 하루가 짧다.

인근의 고모산성에 올라 내려다보는 진남교반의 풍경은 문경여행의 제1경으로 할만하다.

계곡이 만든 S라인 위로 네 개의 다리가 지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비경을 연출해낸다.

◇ 철로자전거를 타며 즐거워하는 모습 ⓒ김정수

15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모산성은 성밖은 수직으로 쌓아 침공에 대비하고 성 안쪽은 비스듬히 쌓아, 군병이 오르내리기 편하게 한 독특한 구조로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건축물이다.

구한말 의병이 왜병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으며, 6.25전쟁 때도 어룡산, 진남교반 일대의 치열한 전투로 수많은 희생자를 내며 민족수난의 역사를 함께한 고성이다.

◇ 5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모산성 ⓒ김정수

교통정보

중부내륙고속도로 연풍IC -> 수안보방면 신풍 -> 수옥정나들목 -> 조령산자연휴양림 -> 고사리주차장 -> 3관문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 문경새재 방면 -> 1관문

◇ 거송가든의 인삼송어회 ⓒ 김정수

추천 맛집

문경새재 1관문 주차장에 자리한 소문난식당(054-572-2255)의 묵조밥이나, 새재할매집(571-5600)의 버섯전골이 유명하다. 산북면 대하리의 거송가든(553-1362)에서 내놓은 인삼송어회의 쫀득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추천 숙소

괴산군 연풍면 원풍리에 자리한 조령산자연휴양림은 도보로 3관문까지 30분 거리에 있어 문경새재나 백두대간 종주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문의 : 043-833-7994, www.cbhuyang.go.kr/joryeongsan

1관문 입구에 자리한 문경관광호텔(054-571-8001, www.mghotel.com)이나, 문경읍 요성리에 자리한 예인과 샘터 펜션(571-1961, www.yeinsemter.com)이 편안한 쉼터로 좋다.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저서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여행작가 김정수

/ 김정수

- Copyrights ⓒ (주)이비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