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Story] 경영정상화에 성공한 박달순 신일산업 사장

2006. 5. 2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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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신제품 선풍기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선풍기 시장에서 올해 시장점유율 50%는 문제없을 것 같아요."

박달순 신일산업 사장(54)은 어느 때보다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다. 지난해 초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던 회사를 반듯하게 정상화시켰다는 확신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올해 들어 매출이 급증한 것이 이런 자신감을 갖게 된 가장 큰 배경이다. 특히 올 여름 시장을 겨냥해 선보인 '키 높이 선풍기'가 유통업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기존 선풍기와 달리 키 높이 조절 폭을 확대시킨 게 성공 포인트. 특히 에너지 절약형 모터를 개발했다는 점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 가전업체를 제치고 국내 최초로 에너지 소비 효율 1등급 선풍기를 첫 출시하는 선점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기존 선풍기에 비해 에너지 소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박 사장은 자랑한다.

시장 여건도 선풍기 제조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에어컨 구매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에어컨이 있는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전기요금을 줄일 목적으로 선풍기 사용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일산업은 웰빙 분위기에 맞게 활성탄 필터나 비타민 방향제 채택형 선풍기를 내놓았다. 선풍기 바람이 나오는 앞면에 활성탄 필터를 끼우면 냄새를 없앨 수 있고, 비타민 방향제를 부착하면 비타민을 섭취하는 간접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아이디어 선풍기인 셈이다.

무엇보다도 중국 칭다오 공장을 가동함에 따라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게 신제품에 큰 기대를 거는 또 다른 요인이다. 주요 부품을 중국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었다. '키 높이 선풍기' 가격을 기존 선풍기와 비슷한 가격대에 판매할 수 있는 배경도 해외진출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656억원이었으나 올해 1000억원을 기대한다. 선풍기와 함께 소형 가전제품의 OEM(주문자 생산방식) 판매 전략이 주효한 것도 매출이 늘어난 배경이다.

박달순 사장은 지난해부터 OEM 판매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선풍기 생산 48년 역사를 자랑하는 '신일' 브랜드는 대단합니다. 더구나 판매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OEM으로 공급받아 '신일' 브랜드로 판다면 먹혀들 것으로 확신했던 거죠."

비슷한 가격이라면 중국산이나 다른 중소기업체가 만든 제품보다 신일산업 제품을 선호할 것이란 영업 전략은 성공작으로 평가받는다. 요구르트 제조기, 분쇄기, 다리미, 헤어드라이기 등이 이런 방식으로 판매된다.

OEM 제품을 판매하고, 중국 부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품질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과거보다 더 까다롭게 품질관리를 한다고 박 사장은 강조한다. 품질관리와 관련해 이런 일화를 전한다. "품질관리를 워낙 엄격하게 하다 보니 협력업체들이 '비행기에 들어갈 부품이냐'며 푸념하더군요."

신일산업은 종합 소형가전회사를 표방한다. 확고하게 1위 자리를 지키는 선풍기를 비롯해 선두권에 있는 소형 청소기, 난로, 업소용 밥솥과 밥통에 전력투구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시장 1위 제품들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미국과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설 채비도 서두르고 있다. 또한 환풍기, 믹서, 음식물처리기, 공기청정기 등도 국내에서 선두권 진입을 목표로 한다.

요즘엔 신일산업이 종합 소형가전회사로 자리매김했지만 지난 90년대 후반만 해도 종합가전과 IT 업체를 표방했다.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은 물론이고 ADSL과 MP3 플레이어까지 생산했다. 사업다각화 차원이었다. 국내 판매와 함께 수출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그러나 신일산업의 변신은 실패작으로 끝났다. 가전제품에서는 기존 빅3 가전업체와 경쟁해야 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ADSL과 MP3 역시 막대한 투자비만 날려야 했다.

신일산업은 선풍기와 자동펌프기에서 핵심역량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풍기의 가격경쟁력은 중국산에 밀렸고, 자동펌프기는 수요가 뚝 끊겨 설 자리가 없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사업다각화를 시도했으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

사업다각화는 투자비만 잃은 게 아니었다. 기존 선풍기의 가격경쟁력에도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중국 등지에서 부품을 생산해야 했으나, 사업다각화에 힘을 쏟다보니 그만 해외진출 적기를 놓치고 말았다.

매출은 급감했고, 구조조정 차원에서 인원을 지속적으로 줄여야 했다. 신일 선풍기와 자동펌프기가 절정기였을 때 직원 수는 2700명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는 99명에 불과하다. 별도 판매법인 인력을 합쳐도 170명 수준에 그친다. 그 동안 어느 정도로 인력 구조조정을 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노조위원장이 상근감사■

2004년 3월 결산 결과 119억원의 적자를 냈다. 창업주 패밀리들이 부실경영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당시 회사를 살릴 구원투수로 박달순 사장이 나섰던 것.

박 사장은 투명경영 차원에서 노조위원장의 상근감사 임명이란 초강수를 뒀다. 상근감사인 노조위원장에게 회계장부를 수시로 볼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노조위원장을 상근감사 자리에 앉혀 분식회계를 원천적으로 차단시킬 목적이었죠. 지금도 이런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판매법인을 독립시킨 것도 박 사장 작품이었다. 애프터서비스를 보강하고,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신일산업 소속이었던 서비스 요원들이 신일아이디엠이란 판매 독립법인으로 떨어져나갔다. 신일산업은 자체 생산한 제품뿐 아니라 OEM 제품을 모두 신일아이디엠을 통해 중간도매상이나 대형 유통할인점 등에 판매한다.

박 사장은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 해외생산 공장은 중국과 베트남에 있다. 베트남에서는 자동펌프기를, 중국에서는 선풍기와 난로 등을 각각 생산한다.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신일 자동펌프기는 베트남 현지에서 팔린다. 중국산에 비해 3배가량 비싼데도 불구하고 2년 무상 서비스로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2년 무상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은 그만큼 품질에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박 사장은 자랑한다.

지난해 중국 칭다오 공장 가동으로 신일 선풍기의 국내 생산 비중은 40%로 줄어들었다. 지난해까지는 60%였다.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도 7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된 부품으로 만들어진다.

박 사장은 철저하게 핵심역량을 가진 제품만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을 편다. 과거처럼 경쟁력이 없는 곳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국내 1등 제품인 선풍기와 난로를 대상으로 미국과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그만큼 품질을 믿기 때문이다. 기술력 확보를 위해 중국 칭화대(淸華大) 박사 출신들을 영입했다. 미국과 일본 수출이 성공할 경우 올해 120만대에서 내년에 250만대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점친다.

소형 가전제품에만 치중하기로 마음먹은 배경엔 얼마든지 시장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웰빙 가전과 나노 가전 등으로 확대할 경우 다른 곳에 한눈을 팔지 않고서도 소형 가전만으로도 탄탄한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박 사장은 확신한다.

[이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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