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원전사고 20년,끝나지않은 악몽..기형의 삶 '코끼리소녀의 비극'

2006. 4. 2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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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1996년 4월26일 원전 사고 발생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재앙은 해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영국 주간지 업저버는 23일 벨로루시 공화국 고멜시에 사는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10·여)의 비극을 보도했다. 사고가 터진 지 꼭 10년 뒤 태어난 알렉산드라는 보통 어른보다 큰 머리에 4∼5세 유아기의 몸을 지닌 기형이다. 영화 엘리펀트맨을 연상케하는 '코끼리 소녀'다. 몸무게 1.68㎏의 칠삭둥이로 태어난 그녀는 두뇌가 계속 이상적으로 팽창했다. 혈관 속 수분이 머리로 모두 몰렸고 대신 몸을 지탱하는 뼈와 근육조직은 급격히 수축됐다.

그녀의 병은 어머니로부터 시작됐다.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 접경지역 인근에 살던 어머니는 체르노빌 피폭 위험지역에서 10년을 보낸 뒤 비탈리와 결혼했다. 겉으로 아무 피해 증상이 없던 어머니는 딸을 조산했고 알렉산드라는 태어난 첫날부터 사경을 헤맸다. 그녀의 현재 두뇌 무게는 8㎏. 다른 신체 부위가 자라지 않는 바람에 혼자서 머리 무게조차 감당하지 못한다.

항상 누군가의 부축을 받아야 하고 머리를 누인 채로 생활해야 한다. 말은 알아듣지만 말하지 못하고 배고프거나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할 때만 다리를 겨우 흔드는 정도다.

고멜시 보건당국은 알렉산드라처럼 태어날 때부터 중증 장애를 가진 신생아 비율이 무려 75%라고 밝혔다. 4명 중 1명만 건강하게 태어나는 셈이다. 출산율도 급감,1985년 이전보다 절반 이상 추락했다.

업저버는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가 우크라이나에서 터졌지만 정작 낙진 피해는 바로 옆 벨로루시에서 가장 컸다고 전했다. 사고에 따른 우라늄 낙진이 가깝게는 벨로루시와 러시아,멀게는 영국과 일본 미국까지 날아간 걸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세계은행(World Bank) 조사에 따르면 전체 방사성물질 낙진의 70%가 벨로루시 3600여개 도시에 떨어졌으며 250만명이 낙진에 노출됐다. 이 나라에서 사고 이후 사망한 20만명 가운데 암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이 50%였다. 사고 이전 암 발생률 5%의 100배에 해당한다. 업저버는 "알렉산드라의 비극은 체르노빌 사고 때 직접 피폭된 세대가 부모가 될 나이가 되면서 나타나는 재앙의 상징"이라면서 "앞으로도 체르노빌 악몽은 몇 세대에 걸쳐 계속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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