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 숨쉬는 소극장 무대] 뮤지컬은 작은것이 아름답다
"창작 뮤지컬의 희망을 소극장에서 찾았다."
지난해 '김종욱 찾기'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빨래' '오!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 작지만 알찬 소극장 뮤지컬에 대한 공연계의 평가다. 이들 작품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의 틈바구니에서 순전히 관객의 입소문으로만 인기를 얻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리고 이 작품들의 극작 겸 연출가가 모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갓 졸업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2월 초 대학로에서 잇따라 앙코르 공연되는 '빨래'의 추민주(31·명랑시어터 수박)와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의 민준호(29·공연배달 서비스 간다)는 각각 연출과와 연기과 99학번이고,지난 1월 막을 내린 '오!당신이 잠든 사이에'와 올해 6월 앙코르 공연되는 '김종욱 찾기'의 장유정(30)은 연출과 2000학번이다. 세 사람은 대학시절 서로의 작품에 직접 출연하거나 한 작품에서 연출 등 스태프를 같이 하는 등 친한 선후배 사이.
"처음 숙제로 만든 작품인데,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어요. 공연 기획자가 밖(대학로)에서 한번 해보자고 했을 때 저는 좀 놀랐습니다."(민준호)
이들의 작품은 원래 예종 졸업 발표회와 워크숍에서 처음 선보여진 것. 물론 자신이나 동료들이 맡은 극작·작곡·연출·연기 등의 개런티가 빠졌지만 초연 당시 '김종욱 찾기'의 경우 제작비가 10만원,'거울공주 평강이야기' 100만원,'빨래' 200만원,'오!당신이 잠든 사이' 240만원 등으로 여타 뮤지컬에 비하면 비교도 안되는 금액이다.
"학교에서 애들이 쓰고 버린 것을 줍거나 저희끼리 서로 빌려주면 돈이 별로 안들어요. 물론 지금보다 더 큰 사이즈의 극장에서 해보자는 기획자들도 있는데,디테일을 중시하는 제 작품은 소극장이 좋은 것 같아요. 대극장용 작품은 그 나름의 표현방법이나 양식이 있기 때문에 저는 아직 더 준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장유정)
겸손해 하지만 요즘 공연 관계자들은 예종 학생들의 워크숍과 졸업작품 발표회를 꼬박꼬박 챙기는 분위기다. 이들처럼 유망한 창작자들을 발굴하고 가능성 있는 작품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예종 출신의 장점은 연극원 영상원 음악원 무용원 등 다양한 장르의 교류로 파트너십을 다지기에 좋다는 것.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장유정 외에 민준호나 추민주는 각자의 극단 멤버들이 대학 시절부터 같이 작업해온 친구 또는 선후배로 이뤄져 있다.
"사실 저희 셋 다 '뮤지컬을 하겠다' 결심하고 작품을 만든 것이 아닙니다. 예종에서 뮤지컬 수업도 그리 많지 않고요. 다만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하면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노래가 들어간 작품을 하게 됐죠."(추민주)
실제로 '아카펠라 뮤지컬'이라는 부제가 있지만 '거울 공주 평강 이야기'는 배우들이 소리와 몸짓을 통해 극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또 동호인 극단을 구성해 활동하는 민준호나 추민주의 경우 상업적인 전문 뮤지컬과는 그다지 코드가 맞지 않는 편이다.
"저희들은 '찾아가는 문화행사'가 너무 좋아요. 소외 지역의 장애인이나 노인들에게 공연을 통해 조금은 위로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희 무대 세트는 언제나 이동이 가능하도록 간단한 편입니다." (민·추)
이에 비해 장유정은 '김종욱 찾기'의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김광석의 노래로 뮤지컬 대본 작업에 매달리는 등 대중 지향적이다. 하지만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저희들은 아직 젊잖아요. 좀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실험도 해야죠." 대형 뮤지컬 전성시대에 소극장 무대를 꾸려가는 이들에겐 열정과 도전정신이 힘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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