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전엔 황우석 지지개그, 이젠 '거짓말쟁이' 묘사

입력 2006. 1. 9. 14:48 수정 2006. 1. 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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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

▲ 황우석 교수 사건을 패러디한 8일 KBS <개그콘서트>의 '고고 예술속으로'. ⓒ KBS 화면캡처

KBS 개그콘서트가 한 달 사이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사건을 놓고 정반대 시각의 패러디 개그를 내보냈다.

8일 방송이 나가자 시청자들은 개그맨들의 '표현의 자유'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화제가 된 코너는 8일 방송된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고고 예술속으로'. 생활 속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영화나 드라마, 뉴스속 설정으로 바꾸는 것이 이 코너의 묘미다.

이날 방송에서 강유미·안영미 등의 출연진은 줄기세포를 김밥에 비유하고 황우석·노성일 박사의 기자회견을 패러디하는 개그를 선보였다.

세 친구가 소풍을 갔는데 한 친구가 김밥을 가져왔다고 거짓말을 해 친구들을 실망시켰다는 게 이날 개그의 기본 줄거리. 개그맨들의 말을 정리하면 이런 식이다.

"(방송 리포트를 흉내내며) 굶주린 친구들을 위해 김밥 11줄을 쌌다고 밝혀 친구들의 영웅이 되었던 안모양의 말이 조작된 것임이 밝혀졌습니다.""배고픔을 없애주는 기적의 김밥의 존재에 희망을 걸었던 두 친구... 그러나 남은 것은 주린 배와 쓰라린 배신감뿐입니다.""지난 5일 안영미양은 김밥 11줄을 쌌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단무지 윤리 논란과 더불어 절친했던 김 제조업자와의 결별설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증폭되자 안영미양은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에 나섰습니다."

두 사람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개그에서 묘사되는 인물들이 누구인지가 더욱 분명해진다.

"저는 김밥을 말기 위해 김 11장에 기름을 발랐으나 제작과정에서 단무지 줄기가 오염돼 김 6장이 한꺼번에 썩어버렸고, 3장은 말라 비틀어졌으며, 나머지 2장은 맛살을 넣기도 전에 강모양이 바꿔치기한 것 같습니다. 이 김밥들은 테라토마 실험을 통해 스키드마우스에게 먹여 HLA 반응이 나타났음을 확인했습니다.""저는 아무 것도 준비한 것이 없습니다. 오직 질의와 응답만으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토사구팽이란 말 들어보셨습니까? 제가 바로 토사구팽 당했습니다. 밤12시에 전화를 받고 나가보니 안영미양이 웬 남성과 함께 여의도 스시바에서 야끼소바를 먹고 있었습니다. 제 눈에는 그것이 다음날 쌀 김밥에 대한 의논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삼종이에게 찾아가 물었습니다. 형에게 다 털어놔라. 죄송합니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형에게 다 털어놔라. 죄송합니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이들의 개그는 "김밥기술의 원천기술 존재 유무를 놓고 학생들 배속에서 꼬르륵 소리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는 기자의 말과 함께 마무리됐다.

작년에는 황 박사 지지 개그... 찬반 논란 속 "표현의 자유 존중돼야"

<개콘>은 작년 12월 11일 '봉숭아학당' 코너에서는 전혀 다른 내용을 소개한 바 있다.

이 코너에 등장하는 '전국 1등' 유상무는 "주말에 쉬면서 황우석 박사 논문이 실린 <사이언스>를 봤는데, 잘 썼더라. 뭘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떠드냐? 그냥 연구나 하시게 놔두라"고 말해 객석의 열렬한 환호를 이끌어냈다.

유씨가 "황우석 박사님 정말 존경합니다. 부디 하루빨리 완쾌하길 바란다"며 황 교수에 대한 노골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자 <개콘> 홈페이지에는 '통쾌하다'는 식의 반응들이 많이 올라왔다.

그러나 일주일도 안 돼서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에 '인위적인 실수'가 있었음이 드러나자 여론이 반전돼 유씨의 경솔함을 질타하고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시청자 의견들이 줄을 이었다.

8일 방송된 '고고 예술 속으로'도 한국사회의 첨예한 사건을 풍자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작년 12월의 '봉숭아 학당'과 똑같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개콘> 홈페이지에는 8일 저녁부터 수백 건의 찬반 의견들이 올라왔다.

"진짜 심했다. 어떻게 황 박사를 패러디할 생각을 했냐"(박재현), "KBS 당장 사과해라! 누리꾼들이 안티 개그콘서트 할 수도 있다"(김영구)는 비난과 "최고였다. 이런 패러디 안 만들게 황 교수가 잘 하면 될 것 아니냐?"(윤희수), "너무 재미있었다. 안 웃는 사람은 그분 빼고 없을 것"(진형록)이라는 격려로 시청자들의 반응은 양분됐다.

또 다른 시청자 최태규씨는 "황우석 사태는 우리 사회의 치부를 보여준 일이었지만 이런 일들을 유머 속에서 되새기며 성숙한 사회가 돼야 한다, 소수의 감정적인 맹렬한 비판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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