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강경진압 거부 경찰국장 '명예회복'

2005. 8. 23. 15: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강성관 기자]

▲ 계엄사의 강경진압 지시를 거부해 의원면직된 안병하 전 전남경찰국장.
ⓒ2005 전남지방경찰청

80년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 신군부의 무력진압에 반대하다 해임된 후 계엄사의 고문 후유증으로 숨진 안병하 전 전남도경찰국장의 명예회복이 이뤄질 전망이다.

23일 오전 전남지방경찰청은 안 전 전남경찰국장에 대한 순직 진상조사 중간발표를 통해 "순직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5·18 당시 강경진압을 거부한 안 전 국장은 순직 경찰관으로 등록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날 한강택 전남지방경찰청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안 전 국장은 직무와 관련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의) 불법 구금, 혹독한 고문 휴유증으로 투병 중 사망한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면서 "순직 경찰관으로 간주해야 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안 전 국장 미망인 "그 동안 속앓이 했는데…"

한 청장은 "5·18 당시 계엄사의 과잉진압과 발포에 대비되는 안 전 국장의 온전진압 지침은 '민주화 운동' 범주에 해당된다"며 "의원 면직 처분은 강제 해직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날 전남지방경찰청의 진상조사 발표에 따르면, 당시 김형수 서부경찰서장 등은 "80년 5월 19일 계엄사가 경찰병력을 무장하도록 지시했지만 안 전 국장은 '광주시민이 모인 곳을 향해 총을 쏠 수 없다' '경찰이 무장하는 경우 시위가 악화될 우려가 있으며 4·19때를 보아도 경찰을 무장시킬 수 없다'며 무장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후 안 전 국장은 20일 경찰서 무기를 탈취당하지 않기 위해 군부대로 소산시키도록 지시했다. 안 전 국장은 곧바로 직위해제됐고 5월 26일 오후 상경지시에 따라 치안본부에서 보안사령부로 연행돼 8일 동안 무장지시를 어긴데 대한 조사를 받았으며 자진 사표제출을 종용당했다. 결국 6월 2일 의원면직됐으며 88년 10월 사망했다.

이에 대해 전남지방경찰청은 "강제 해직과 고문 등으로 인한 그간의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는 그의 사망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한강택 전남지방경찰청장은 "이미 안 전 국장은 민주화유공자로서 법원의 판결이 있었지만 국가보훈처로부터 순직 경찰관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명예회복이 필요해 진상조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남지방경찰청의 조사 발표에 안 전 국장의 부인 전임순(73)씨는 "남편은 생전에 '먼 훗날 역사가 말해줄 것'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세월이 한참 흘렀지만 지금이라도 명예회복이 이뤄져 기쁘다"면서 "당시에는 이런 이야기를 어디에도 할 수 없어 속앓이를 해왔는데 신경써 주어서 감사하다"고 감회를 밝혔다.

경찰청, 동상건립 등 명예회복... 보훈처 '순직'인정여부가 관건

안 전 국장에 대한 진상조사는 지난 6월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안 전 국장 사건을 민원 조사 대상 사건으로 채택하면서 이뤄졌다.

전남지방경찰청은 이에 따라 진상조사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전직 총경 등 경찰관 74명, 5·18 관련 단체 관계자 20명, 민간인 4명 등 모두 98명을 대상으로 증언과 함께 진술서를 받았다. 또 5·18을 전후한 경찰국 상황일지, 대법원 판결문, 민주화관련자 명예회복및 보상심의의결서 등 자료를 수집·검토해 "'순직' 인정 근거가 충분하다"는 결론을 냈다.

전남지방경찰청은 다음달 15일까지 진상조사를 마무리한 뒤 종합보고서를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안 전 국장의 동상 건립과 <경찰 60년사> 편찬시 '안병하 전 전남국장 편'을 포함시키는 등 기념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동상 건립에 대해 진상조사에 응한 5·18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안 전 국장을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역사의 인물로 재조명해야 한다"면서 "민간차원의 '명예회복 추진위' 구성이나 동상제막 등도 고려해 볼 수있다, 필요하다면 5·18관련 단체에서도 돕겠다"고 말했다.

한편 97년 5월 대법원은 안 전 국장에 대해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사망에 이르렀다 할 것이어서 생계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라고 판시했으며 지난 2003년에는 광주민주유공자증서를 수여받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유공자로는 등록되지 않았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진상조사 결과 '순직' 근거가 충분하지만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가 순직으로 인정할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강성관 기자

- ⓒ 2005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