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산신령 오늘도 달린다

2005. 8. 2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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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정병철 기자] "대~한민국, USA!"

한국과 미국이 맞붙고 있는 축구 경기장에서 나온 응원 구호가 아니다. 마라톤을 하면서 "대~한민국, USA"를 외치는 사람이 있어 시선을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성북동 터줏대감 김문남 목사(63).

김 목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서울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인 북악스카이웨이를 차가 아닌, 발로 달리고 있다. 텁수룩한 긴 수염과 흰머리가 반반씩 섞여 마치 북악산 산신령처럼 보이는 그는 6년째 이곳을 달리고 있다.

매일 새벽 5시 찬물 세수로 잠을 깬 후 기도를 하고, 이어 반바지와 반팔 셔츠를 갖춰 입은 후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집을 나선다. 그는 태극기와 성조기만 들고 뛰는 것이 아니다. 태극기와 성조기 깃대에 각각 2.5㎏씩 나가는 아령을 묶고 달린다. 이렇게 되면 펄럭이는 국기 무게와 합쳐 5㎏ 이상 나간다. 그는 고행을 자처하면서 하루 20??이상을 달린다.

워낙 오래 달린 탓인지 그의 몸은 근육질이다. 60대라 하기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뒷모습만 봤을 때는 20대처럼 보인다.

그는 왜 태극기와 성조기를 휘날리면서 달릴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직업이 목사인 그는 숨이 턱밑에까지 차오르는 고통을 겪으면서 예수님의 고통을 대신하자는 취지다.

"마라톤은 나와의 싸움이 아닙니까. 인적 없는 거리를 달리다 보면 걷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럴 때마다 예수님의 고행을 생각하면서 뛰고 또 뛰죠."

또 한.미간 우호 증진을 위해서다. "한국과 미국은 혈맹국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달립니다." 그는 최근 우리 사회가 갈수록 진보화하면서 일부 시민단체와 좌경화 집단에선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주장하고 또 남북 광복절 행사에서도 미국을 성토하는 구호들이 끊이지 않아 걱정이 많다.

"제가 대중 앞에서 한.미간의 공조를 외치는 한마디보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달리면서 한.미 공조를 어필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이처럼 뛰고 있습니다."

그는 마라톤만으로 한.미간 유대를 외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집안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로 가득하다. 그의 집에는 1년 365일 태극기와 성조기가 걸려 있다. 때문에 낯선 사람이 동네 사람들에게 "태극기와 성조기 걸린 집"이라고 물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는 태극기, 성조기, 배지를 사는 데만 자그마치 2억 원의 돈을 썼다고 한다. 마라톤 복장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으면 늘 태극기, 성조기, 배지를 들고 다니면서 일반인들에게 공짜로 나눠 준다. 그 탓에 집안은 거의 거덜났다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며 웃는다.

그는 과거처럼 한.미간 공조가 굳건해질 때까지 손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놓지 않을 것이라 한다. 1999년부터 마라톤을 시작, 16차례 완주 경력이 있는 그는 오는 10월 마라톤 대회에선 초대형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달릴 것이라 다짐했다. 그는 예수님 고행을 체험하고 한.미 우호 증진을 이유로 오늘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펄럭이면서 북악스카이웨이를 달리고 있다.

정병철 기자<jbc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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