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J호러, "한국 상륙에 성공하다"
[마이데일리 = 김민성 기자] 미국발 J(재팬)호러 영화 "그루지(감독 시미즈 다카시)"와 "링 2(감독 나카다 히데오)"가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하고 있다. "그루지"와 "링 2"가 한국 영화 "남극일기"나 "태풍태양"을 따돌리고 관객동원수 상위권을 기록 중이다.5월 30〜6월 5일 주간박스오피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전국 938개 스크린) 순위를 보면 "그루지(5월 26일 개봉)"는 주간 관객수 16만 7878명, 누적관객수 36만 3285명을 기록해 "스타워즈3;시스의 복수", "안녕,형아", "연애술사"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링2(6월 3일 개봉)"는 8만 8128명으로 같은 기간 남극일기의 주간관객수 8만 9327명과 근소한 차이로 7위를 기록했다.6월 3〜5일, 주말박스오피스에선 "링2"의 선전이 더욱 눈에 띈다. 주말 관객수 4만 2448명의 남극일기를 따돌리고 관객수 7만 7787명으로 6위로 뛰어올랐다. 5년간 순제작비 85억원, 송강호・유지태 등 특급영화배우들이 출연한 "남극일기"의 쇠락이 눈에 띄는 반면, 이미 개봉됐던 일본원작을 미국식으로 리메이크한 J호러에 관객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물론 여름이 공포・호러영화의 성수기이므로 이들 미국발 J호러를 선택하는 관객이 늘어났을 것이다. 동시에 한국인의 정서와 맞아떨어지는 한국 공포영화가 아직 개봉되지 않아 공포영화 수요를 미국발 J호러들이 독점하고 있기도 하다.6월 줄줄이 개봉되는 한국 공포영화 "분홍신(감독 김용균)", "여고괴담4;목소리(감독 최익환)", 7월개봉예정인 "가발(감독 원신연)" 등이 영화시장에 풀린 후, 더 정확한 관객들의 공포영화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겠지만 현재상황에선 미국발 J호러에 대한 관객의 선호도는 크다.할리우드에선 현재 J호러 리메이크가 활발하다. 1998년에 만들어진 나카다 히데오의 "링 1, 2"를 각각 2002년과 2005년 리메이크했고 지난해에는 일본영화 "주온"을 "그루지"로 다시 만들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개봉돼 관심을 끌었던 "검은 물밑에서("링 2" 감독과 동일)"도 리메이크 중이다.미국발 J호러들은 미국에서 투자액에 대비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2004년 10월 전미 3245개관에서 동시에 개봉한 "그루지"는 첫 주말에만 4천만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최종적으로 1억1천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올해 3월 미국에서 개봉된 "링 2"는 첫주에만 3600만달러, 현재까지 7600만달러를 긁어모았다. 이런 미국발 J호러는 "미국적"으로 변형됐기에 흥행이 가능했다. J호러 원작들처럼 스물스물 기어오르는 기분 나쁜 공포, 어둡고 음산한 일상의 공간, 실체가 보이지 않는 원혼의 저주 등은 미국내 정서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공포영화는 좀비나 유령 등 눈에 보이는 비주얼을 강조한다. J호러는 음울한 저주의 실체가 조용히 목을 조여오는 반면, 미국 공포영화는 전기톱으로 사람을 갈아 버리거나, "엑소시스트"에서처럼 악마가 들린 소녀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그루지"나 "링 2" 영화는 실제 원작의 감독들을 미국으로 불러들여 원작의 공포감을 살리는 동시에 할리우드 특수의 정교하고, 스피드감 있는 특수효과를 가미한다. "링 2"에서 보듯 CG(컴퓨터 그래픽)로 처리된 "사슴 공격" 시퀀스가 특수효과를 통해 비주얼을 극대화시키는 대표적인 예다. 이런 과정을 통해 J호러는 미국과의 문화적 이질감을 뛰어넘고 성공을 거뒀다.한국에서 미국발 J호러의 성공도 같은 맥락에서 읽힐 수 있다. 물론 미국 대형 배급사에서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이기에 극장에 많이 걸릴 수 밖에 없긴 하다. 하지만 이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는 한국 관객들도 끊임없이 미국 할리우드 영화들을 소비하면서 미국식 영화해석에 익숙해졌다는 점이다.소리도 형체도 없는 원혼이 쉼없이 가슴을 조여오는 공포영화보다는 좀 더 톤이 밝고, 스피드 감이 넘치며, 비주얼적으로 눈이 즐거운 미국식 공포영화가 관객에겐 부담이 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에 잘때도, 화장실에 혼자 있을 때, 샤워하면서 등 뒤로 느끼게 될 스산한 공포보단 매끈한 스릴러물 같은 미국발 J호러에 한국 관객들이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미국발 J호러 영화 "그루지(왼쪽)", "링 2"의 포스터. 사진 제공 = 튜브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김민성 기자 song4u@mydaily.co.kr)- 언제나 즐거운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저작권자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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