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의 서정 서산목장] 목장길따라 우쭐대는 봄

아침햇살을 등에 업은 황금빛 소떼가 ‘한국의 알프스’로 산책을 떠난다.
벚꽃 잎이 꽃비가 되어 흩날리는 목도를 지나 산비탈 야생화 꽃밭에서 되새김질을 하던 녀석들이 까치를 앞세우고 능선을 오른다.
녀석들의 강인한 근육이 꿈틀거릴 때마다 진주처럼 영롱한 아침이슬이 목초밭을 구르다 민들레 꽃잎과 입맞춤을 한다.
초록색 목초밭 구릉이 드넓게 펼쳐진 충남 서산시 운산면 원벌리의 서산목장(농협 가축개량사업소)은 요즘 민들레와 냉이꽃,꽃다지,개불알풀꽃 등 형형색색의 들꽃으로 천상의 화원을 연출하고 있다.
647번 지방도로를 가운데 두고 동서로 물결치는 서산목장은 여의도 면적의 4배인 340만평. 1969년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조선시대 12진산(鎭山)의 하나였던 상왕산(307m)의 울창한 숲을 베어내고 우리나라 최대의 목장을 만들었다.
서산목장은 그 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부정축재 재산의 환수라는 절차를 거쳐 지금의 농협 가축개량사업소로 바뀌었다.
목장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벚꽃이 만개하는 4월 중순에서 하순 무렵. 목장길을 따라 수령 30년의 벚나무 1000여 그루가 초록색 목초밭을 배경으로 벚꽃터널을 이룬다.
이중 벚꽃이 가장 아름다운 길은 647번 지방도로에서 목장 능선을 따라 전망대에 이르는 500m 길이의 벚꽃터널.온몸으로 꽃비를 맞으며 전망대에 서면 몽골의 초원을 닮은 광활한 목장이 한눈에 들어오고 길게 띠를 두른 벚꽃 터널이 여기저기서 뭉게구름처럼 둥둥 떠 있다.
길 건너 벚나무에 둘러싸인 아담한 정자와 연못은 한때 김종필씨의 별장으로 사용되던 곳.벚꽃 명소로 사랑받던 서산목장에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된 것은 2000년 구제역 파동 이후. 하지만 드넓은 목장을 울타리처럼 에두르는 목장길에 들어서면 목장 안에서 보다 더 아름다운 목장의 속살을 볼 수 있다.
환상의 목장 드라이브는 해미읍성에서 647번 지방도로를 타고 7㎞쯤 달리면 나타나는 목장 초입의 엘림사랑방에서 시작된다.
목장길에 들어서면 철조망에 둘러싸인 완만한 구릉의 목장이 지평선을 향해 끝없이 달리는 이국적인 풍경을 만난다.
이곳이 청정지역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실개천에 뿌리를 내린 야생 미나리는 나날이 초록색을 더하고 있다.
목장의 탱자나무 울타리를 지나면 승용차 두 대가 교행할 정도로 넓은 시멘트길이 빨랫줄처럼 초원을 가로지른다.
이곳의 목초밭은 건초를 생산하는 채초지로 목장길로 대표되는 하얀 직선과 목장 구릉의 푸른 곡선이 어울려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린다.
그 옛날 달력사진에서 보던 낯익은 풍경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채초지인 이곳에서 푸른 초원에서 유유히 풀을 뜯는 소떼의 풍경은 상상 속에서나 그려볼 수 있다.
방목 한우를 먼발치서나마 보려면 647번 지방도로의 동쪽에 위치한 방목지를 찾아야 한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다 만나는 운산터널 부근의 목장이 바로 이곳으로 상왕산 자락에 위치한 용현리 일대의 방목지는 목초가 파릇파릇해지는 4월 초부터 첫눈이 내리는 11월 말까지 풀을 뜯는 2200마리의 한우들로 장관을 연출한다.
벚꽃터널에서 꽃비를 흠뻑 맞은 소떼가 제주도의 오름을 닮은 야산에서 풀을 뜯다가 능선으로 이동하는 모습은 마치 로마군단의 행군처럼 웅장하다.
까치 몇 마리가 소떼 사이를 날아다니며 행군을 독려하는 모습도 이곳에선 흔한 풍경. 용현1구 마을 농가의 텃마당에서 만나는 수선화의 해맑은 자태는 목장 여행의 또 다른 감동.무릎 높이로 자란 채초지의 목초는 서해를 건너온 해풍이 빗질하듯 초원을 쓸고 지날 때마다 현란한 봄의 왈츠를 추고 초록융단에 굵은 소금을 뿌린 듯 활짝 피어난 냉이꽃도 목초와 함께 리듬을 탄다.
‘무슨 자잘한 생각들이 모여서/저리 우루루 피어났을까/땀으로 배여 소금기 서걱거리는 속적삼 같이/하얗게 피었구나/함부로 박힌 돌멩이도 피하지 않고/우리네 사투리가 닿는 곳이면/어디나 피어나서는/너를 볼 때마다/유년의 기억들이 황급하게 달려와/내 코끝을 매웁게 하는구나’(김영천 시인의 ‘냉이꽃’ 중에서)목초밭엔 하얀색 냉이꽃만 있는 게 아니다.
노란색 꽃다지가 냉이꽃과 키를 나란히 한 사이로 키 작은 개불알풀이 콩알만한 보라색 꽃을 활짝 터뜨렸다.
해풍을 타고 여행을 다니던 민들레 홀씨도 어느새 목초밭에 뿌리를 내렸는지 여기저기서 노란 웃음을 짓고 있다.
광활한 초원을 1.6㎞ 달려 홀로 드넓은 초원을 지키고 있는 마을버스 승강장 앞에서 우회전하면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거성1리가 나타난다.
무논엔 못자리를 설치하는 농부들의 발걸음이 분주하고 볍씨를 운반하는 경운기들의 엔진음이 정겹다.
이곳에서 만나는 서산목장의 풍경도 이국적이기는 마찬가지.서산목장은 보는 위치에 따라 감동도 사뭇 다르다.
야외사육장에서 굽어보는 목장의 풍경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알프스의 목장과 다름없다.
구릉과 구릉이 겹쳐지는 곳에 아담한 축사가 자리 잡고 구릉 사이로 흐르는 목도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목장과 무논이 만나는 곳에 둥지를 튼 아담한 농가는 꿈에서나 그리던 고향집의 풍경.한국 축산의 성지로 자리매김한 서산목장에서 자연과 호흡하는 한우와 들꽃이 만들어내는 목가적인 풍경은 실핏줄처럼 가는 목장길 주변에 꼭꼭 숨어 홀로 가는 봄을 아쉬워하고 있다.
■여행메모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와 해미IC에서 647번 지방도로를 타면 서산목장이다.
서산목장의 채초지를 드라이브 삼아 한 바퀴 돌려면 647번 지방도로(좌회전)〜엘림사랑방〜거성 마을버스 승강장(우회전)〜거성1리(우회전)〜야외사육장〜647번 지방도로를 이용한다.
약 5㎞.서산시는 ‘서산 해미읍성 병영체험 축제’를 29일부터 내달 1일까지 청년 이순신이 무예를 닦고 천주교 신자 1000여명이 처형됐던 해미읍성에서 개최한다.
조선시대 군사행렬을 재현하고 축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전투훈련,용병훈련,무술훈련 등 다채로운 병영체험의 장을 마련했다(www.해미읍성.net). 대호방조제의 끝부분에 위치한 서산 삼길포항에서는 5월 4〜8일 ‘삼길포 우럭축제’가 첫 선을 보인다.
바지락 캐기,붕장어 잡기,떡메치기,투호놀이 등 채험행사는 물론 자연산 우럭 10% 할인행사도 마련된다(삼길포 우럭축제 추진위 041-660-2638).가로림만에 접한 중왕리의 왕산포구는 박속밀국낙지탕으로 유명한 곳. 야채를 우려낸 국물에 박속과 낙지를 넣어 끓인 다음 칼국수를 넣어 먹는다.
5월에서 6월까지 가로림만에서 잡히는 낙지가 가장 맛있다.
우정횟집(041-662-0763)의 박속밀국낙지탕이 시원한 편.서산=글・사진 박강섭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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