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이 운다"·"달콤한 인생", 식목일도 대접전

2005. 4. 12.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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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정회훈 기자] 지난 1일 동시 개봉한 <달콤한 인생>(영화사 봄, 김지운 감독)과 <주먹이 운다>(시오필름, 류승완 감독)의 흥행 성적이 당초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나란히 개봉한 <말아톤> <공공의 적2>에 이어 상반기 두 번째 "빅 뱅"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거북이 걸음" 수준이다.

<주먹이 운다>는 개봉 첫 주말 3일간(1~3일) 전국 320개 스크린에서 45만 6000여 명(이하 영화사 발표)을 동원하는 데 그쳤고, <달콤한 인생>은 같은 기간 39만 2000여 명(340개 스크린)에 불과했다. 2주차 들어서 겨우 100만을 넘기는 실정이다. <공공의 적2>의 경우 첫 주말 100만 명(380개 스크린)에 육박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에 따라 "동시 개봉"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보다 흥행 전선의 "위험 요소"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 하필, 4월 1일가장 의문시되는 점이다. 두 편의 "센" 영화들이 하필 같은 날에 개봉을 했는지를 두고 영화 관계자들은 여전히 물음표를 달고 있다. 한쪽이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도 일부러 "맞불"을 놓았다는 추측까지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두 영화사 측은 "스케줄상 공교롭게 같았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달콤한 인생> 측은 "(개봉을) 1~2주 늦출 경우, 일본 개봉이 23일로 잡혀 있어 홍보 일정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됐다. 한 주 앞당기려고 했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언론 시사회(3월 21일) 새벽에서야 최종 편집이 끝났다"고 설명했다. <주먹이 운다> 측은 "지난해 9월 17일 크랭크 인할 때부터 4월 1일을 개봉일로 맞추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영화 모두 비슷한 시기에 촬영을 시작했고 후반 작업을 마쳤다.

각각 장르가 다르다는 점도 굳이 동시 개봉을 고집했던 이유 중 하나다. 최민식 류승범 주연의 <주먹이 운다>는 복싱을 소재로 한 감동작인 반면, 이병헌 주연의 <달콤한 인생>은 총싸움이 난무하는 한국 최초의 본격 느와르 액션. 서로 타깃으로 삼은 관객층이 달랐다는 얘기다. 여기에 비수기 공략이라는 의도도 있었다. <친구> <집으로> <선생 김봉두> 등 최근 몇 년간 비수기 대박 영화들이 4월에 개봉했다는 것이다.

▲득보다는 실그러나 결과적으로 두 편 모두 초반 흥행몰이에서 동반 부진했다. <주먹이 운다>(15세 관람가)가 근소한 차이로 앞섰지만 <달콤한 인생>이 18세 관람가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도토리 키재기" 정도다.

두 영화사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부진의 주원인으로 전혀 늘어나지 않은 관객 숫자를 꼽았다. 한정된 관객의 풀 안에서 두 영화가 나눠 먹기를 했다는 분석이다. 두 편의 기대작들이 동시 개봉함에 따라 전체 파이가 늘 것으로 기대했지만 절대 관객 숫자는 요지부동이었다. 4월 첫 주말 전체 관객은 100만 명을 조금 넘겼다. 각 영화사들이 동시 개봉에 맞춰 세운 전략은 초반부터 어긋난 셈이 됐다.

그렇다고 동시 개봉이 반드시 소모전의 양상을 띤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말 나란히 개봉한 <공공의 적2> <말아톤>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흥행 게이지를 최대한 높였다. 액션과 감동이라는 경쟁 구도를 형성했던 <공공의 적2> <말아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각각 전국 400만, 500만 돌파라는 성과를 이뤘다.

▲성패의 열쇠는 시기결국 시기의 문제다. 1월 27일과 4월 1일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공공의 적2> <말아톤>과 같이 설이나 추석을 겨냥하는 경우 극장에 몰리는 절대 관객수가 많아 기대작들의 동시 개봉이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외는 부담이 따른다는 이야기다. 한 영화 관계자는 "사정이 조금 나아졌긴 하나 특히 연휴가 거의 없고, 중간고사 기간이 겹치는 4월은 "제살 깎아먹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영화가1000만 관객시대를돌파했다지만 아직까지 1주일에 영화 한 편을 본다면 부지런한 관객에 속한다. 때문에연휴도 없는 시기에 1주일에 두 편을 보는 것은 무리다.

두 영화사 측은 "지금 와서 동시 개봉만을 탓할 수는 없다. 드롭률을 최대한 줄이고 장기 상영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후약방문격이지만 두 영화가 1~2주의 시차를 두고 개봉했다면 서로 윈-윈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행히 두 편의 영화는 해외 판매의 성과를 올려 손익분기점은 넘길 전망이다. "달콤한인생"은 320만 달러(약 32억 원)에 일본으로 수출됐고, "주먹이 운다"도 영국에 팔린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해외필름 마켓을 노크 하 고있다.

흥행은 진짜 며느리도 몰라!장르 달라 당초 관객 200만-300만 목표외부 요인・판단 착오로 달성 어려울 듯 "흥행은 아무도 몰라." <달콤한 인생>(영화사 봄, 김지운 감독)과 <주먹이 운다>(시오필름, 류승완 감독)는 당초 200만~300만 관객을 목표로 했다. 동시 개봉을 했지만 각각 액션 느와르와 액션 감동작이라는 장르 구분이 뚜렷해 두 영화사 모두 기대치 달성을 어느 정도 자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게 나타났다. 물론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 2위를 석권했지만 두 영화 모두 50만을 밑도는 저조한 성적으로 총 150만~200만 돌파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각 영화사는 "전체 관객층이 얇아졌다"면서 "주 타깃층의 흡수도 안됐다"고 진단했다. <달콤한 인생> 측은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것이 치명타였다"고 설명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까지 고교생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홍콩 느와르 형식을 빌려 영화를 제작했지만 막상 고교생들은 영화를 못보게 된 점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달콤한 인생>이 외부적 요인으로 흥행몰이에 실패했다면 <주먹이 운다>는 관객의 선호도에서 목표 설정치를 벗어났다. 15세 관람가를 얻은 <주먹이 운다>의 관객층은 대부분 30대에 분포됐다. 젊은 관객을 유도하기 위해 10~20대가 좋아하는 젊은 배우 류승범을 투입시켰지만 결국 30대들만 호응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흥행 예측은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말 그대로 "예측"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새삼 증명한 셈이다.

<달콤한 인생>이 15세 관람가를 받았다고 한들, <주먹이 운다>가 10~20대 관객들에게 어필했다고 한들, 또 다른 돌발변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한국 영화 불꽃 튀는 "고래싸움"동시 개봉 외화는 "새우" 등 터져 "외화는 괴롭다." 한국 영화들의 경쟁 틈바구니에서 외화들이 죽을 쑤고 있다. 가뜩이나 최근 몇 년 사이 관객들의 선호도가 외화에서 한국 영화로 옮겨간 가운데 굵직한 한국 영화들이 동시개봉이라도 한다면 외화들은 속된 말로 죽을 맛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랄까.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 없이 한국 영화 "빅 뱅"의 불똥을 그대로 맞고 있는 실정이다.

<달콤한 인생>과 <주먹이 운다>가 맞붙은 지난 1일 샌드라 불럭의 <미스 에이전트2>가 함께 개봉했지만 첫 주말 관객은 10만여 명을 넘기가 빠듯했다. 패트릭 스웨이지의 <더티 댄싱2>와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 역시 주목을 받지 못한 채 개봉 첫 주를 넘겼다.

이런 상황은 연휴 기간이라고 다르지 않다. 지난 2월 설 대목을 전후해 짐 케리의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줄리아 로버츠와 내털리 포트먼의 <클로저>를 비롯, <피닉스> <에비에이터> <콘스탄틴> 등 외화들이 줄개봉했지만 흥행권에 위치했던 외화는 키애누 리브스 주연의 블록버스터 <콘스탄틴>(200만여 명) 한 편뿐이었다. <에비에이터>는 아카데미상 최다 노미에이트의 후광에도 불구, 한 달간 60만 명에 불과했다.

반면 <말아톤> <공공의 적2> <그때 그사람들> 등 한국 영화들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특히 <말아톤>과 <공공의 적2>의 흥행 돌풍은 장기간 이어져 이후 개봉된 <레이> <네버랜드를 찾아서> <사이드 웨이> <숨바꼭질> 등 설 연휴 이후 개봉 외화들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외화들로선 이래저래 치이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회훈 기자 <hoony@ilgan.co.kr>- Copyrights ⓒ 일간스포츠 & 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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