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와르 "달콤한 인생" 이병헌 "지옥킬러"

2005. 3. 22.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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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팀 2급 정보] ○…영화 ‘달콤한 인생’이 21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달콤한 인생’은 크랭크 인 당시부터 ‘느와르 액션’ 영화라고 못 박았고,21일 김지운 감독은 “엄밀하게 정정하자면 느와르 액션 풍의 피범벅 러브 스토리”라고 소개했다.

# 무엇이 ‘느와르 영화’인가 느와르가 뭘까. ‘느와르(Noir)’는 검은색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지만,미국영화에 붙여진 이름이다.

1940년대 미국에서는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영향을 받아 명암대비가 강한 화면,反영웅적인 주인공,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소위 팜므 파탈이라 불리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악녀 등의 공식이 등장하는 범죄영화가 탄생한다.

범죄영화도 총잡이 서부극처럼 관객의 인기를 얻기 위해 정착된 장르영화였지만,서부극처럼 미국 내에서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후에 프랑스의 신진 영화광 평론가 그룹에 의해 작가주의 영화로 높은 평가를 받게 되고,이들이 미국 범죄영화에 ‘필름 느와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후 ‘느와르’라는 말이 정착되면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강한 음영,반영웅적 주인공,매력적 요부가 등장하는 영화들을 느와르 영화라고 부르게 됐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 의미가 많이 희석되어 굳이 공식에 따르지 않더라도 ‘어두운 분위기의 범죄영화’를 폭넓게 느와르 영화라고 부르고 있다.

# ‘달콤한 인생’은 전통 느와르다‘달콤한 인생’은 전통적 의미에서의 느와르 영화다. 연애는 커녕 사랑 한 번 해본 적 없는 선우(이병헌 분)의 마음을 한순간에 흔들어 결국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팜프 파탈 희수(신민아 분)가 등장한다. 선우는 대의를 위해 총을 드는 영웅이 아니다.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와 음영의 대조가 뚜렷한 화면을 지향하고 있다.

김지운 감독은 필름 느와르의 공식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독특한 감성과 슬픔을 지닌 한국판 느와르를 만들어 냈다. 따라서 ‘달콤한 인생’은 한국 최초의 느와르 액션 영화라는 선전 문구에 걸맞은,완성도 면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을 만한 잘 만든 느와르이다.

# ‘달콤한 인생’은 설명을 거부한다‘느와르’가 어떤 것인지 우리영화로 느끼고 싶은 관객이라면 ‘달콤한 인생’은 좋은 선택이 될 듯하다. 그러나 ‘액션’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은 그 앞에 붙은 ‘느와르’를 확인하라고 하고 싶다.

보스 역의 김영철은 “괜찮은 녀석 하나가 작은 실수로 손목 하나를 잃은 적이 있다.그러나 이번 일은 손목 하나로 끝날 일이 아니야”라고 말한다.

‘달콤한 인생’은 보스의 여자 희수의 웃는 모습에 잠시 마음이 흔들린 ‘죄’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를 두고 김영철은 “아주 사소한 일이 점점 커져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시나리오가 신선했다”라고 말했고,김 감독은 “사소한 실수로 어이없게 ‘가혹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선우를 통해 역설적으로 삶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감독의 의도대로 선우가 목숨을 걸고 시작한 전쟁과 그 죽음이 ‘어이가 없을수록’ 대조적으로 삶의 가치는 분명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 대조를 선명하게 하기 위해 ‘달콤한 인생’은 보스가 왜 선우를 제거하려 하는지,백사장은 왜 선우에게 시비를 거는지,러시아파 킬러(에릭 분)는 왜 선우를 죽이는지, 그리고 선우가 시작한 복수극의 목적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는다.

또 보스나 선우,희수는 각각 어떤 과거를 가진 사람인지 보스-선우,보스-희수는 어떤 역사성을 가진 관계들인지도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어쩌다보니 형성된 대결구도 속에서 싸우고 죽을 뿐이며,오로지 남는 것은 화면에 튀는 피 뿐이다.

#‘달콤한 인생’은 관객에게 가혹하다? 사소한 이유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그들에게 어떤 이유나 과거사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느와르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그것이 액션이든 코미디든 멜로든 ‘쟤가 왜 저러는지’에 집착한다.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이해해야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통쾌한 액션에 시원해 하기도 하고 감동받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개개인의 스토리와 행동의 이유가 ‘제거된’ 영화 ‘달콤한 인생’은 개운함을 주지 못한다.

‘느와르는 원래 그런거다,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즐겨라’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영화적 다양성의 측면에서 이런 영화도 만들어져야 하고,관객도 새로운 형식의 묘미를 맛볼 권리가 있다.

그러나 ‘달콤한 인생’은 상업영화의 틀 안에 있다.상업영화는 관객을 전제로 한다.대중의 취향과 입맛에 맞추라는 얘기가 아니라,영화가 감독의 작품임과 동시에 관객의 향유물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선우가 죽기 직전 ‘가혹하다’라는 말을 내뱉는다. 자신을 죽음으로 몬 희수의 웃음이 너무 가혹하다는 뜻이기도 하고,마음 한 번 흔들린 대가치곤 죽음이 너무 가혹하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으로 해석된다. 관객이 동의할 수 있기는 커녕 잘 이해하기도 힘든 ‘죽음’을 들이대며 삶의 진정성을 생각하라는 영화의 주문은 관객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사진=영화사 봄 제공.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dunastar@kmib.co.kr[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The Kukmin Daily Interne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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