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금순이 덕분에 단역 설움 날렸다

2005. 3. 17.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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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이성훈 객원기자] ▲애먹인 단역 캐스팅 영화 <달콤한 인생>은 역설적으로 전혀 달콤하지 않은 영화다. 캐스팅과 촬영 과정을 돌이켜보면 달콤하기는커녕 떠올리기조차 싫을 정도로 힘겨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조용한 가족>과 <반칙왕> <장화, 홍련>의 김지운 감독이란 브랜드 때문인지 <달콤한 인생>의 캐스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병헌이 일찌감치 주인공 선우 역으로 내정됐던 것. 선우와 쌍벽을 이룰 강 사장 역도 카리스마의 대명사 김영철이 합류하며 해결됐다.

다부진 체격에 강인한 이미지, 그리고 때로는 냉소적인 그의 눈빛은 조직 보스를 표현하기에 제격이었다.

여기에 <살인의 추억>의 "군화발" 형사 김뢰하와 황정민이 각각 조직 넘버2와 악역으로 속속 캐스팅됐다. 에릭(사진)이 맡아 화제가 된 태구 역도 비중은 작지만 카리스마와 함께 이병헌에게 뒤지지 않는 인물이어야 했다. 김지운 감독은 시나리오 집필 단계부터 에릭을 염두에 두었고, 드라마 <불새>로 연기에 재미를 붙인 에릭이 흔쾌히 OK해 여자 스태프를 기쁘게 했다.

그러나 시작이 너무 순조로웠던 걸까. 영화에는 수많은 배역이 남아 있었다. 원로 회장단과 여러 조직의 어깨(?)들, 러시아와 필리핀 배우들까지 찾아내야 했다. 이를 위해 조감독은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샅샅이 뒤져야 했다. 힘들게 캐릭터에 어울리는 사람을 찾았지만 번번이 비자 문제와 여의치 않은 스케줄 때문에 불발되곤 했다. 크랭크 인 일정이 다가올수록 캐스팅 담당의 얼굴은 노랗게 변해 갔고 불면의 연속이었다.

▲지옥 방불케 한 촬영장 촬영장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 이병헌이 진흙탕 속에 묻히고 불 각목으로 맞고 때리며, 차를 360도 회전시킨 뒤 벽을 뚫고 나온다." 촬영 전부터 모두가 두려움에 떨던 청평 액션 신이 시작됐다.

예정된 컷만 무려 100컷. 장화와 우의를 받은 스태프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넘쳤다. 예정된 시간은 열흘. 그러나 언제 청평을 빠져 나올 수 있을지, 아니 그보다 무사히 청평을 빠져 나올 수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청평 숲의 음습한 밤 공기는 두꺼운 파커를 입고 있어도 추웠다. 그러나 얇은 셔츠 한 장 입고 매일 밤 장대비를 맞아가며 진흙 속에서 뒹굴고 있는 이병헌 앞에서 그 누구도 춥다는 소리를 꺼내지 못했다. 지금까지 연기 인생 통틀어 이렇게 고생하는 건 처음이라는 이병헌. 그가 왜 스타가 아닌 배우인지 알 수 있었다.

수십 장의 특수 유리들이 부서져 나가고 비는 어찌나 뿌려댔는지 무거운 장비차 바퀴가 진흙 구덩이에 빠지기 일쑤였다. 촬영장은 수해복구 현장을 방불케 했다.

촬영 기간이 2주일로 늘어나며 스태프와 배우들은 점점 지쳐 갔다. 드디어 청평에서의 마지막 컷. 벽을 뚫고 나오는 장면을 담았다. 실제 벽을 부수고 특수 벽돌로 다시 쌓는 데만 1000만 원이 들었다. 카메라 4대 뒤에서 숨죽인 제작진은 속으로 이렇게 빌었다. "부디 이 곳에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기를…."이성훈 객원기자 <hun21@unitel.co.kr>- Copyrights ⓒ 일간스포츠 & 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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