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안하다 사랑한다'..또 다른 사랑의 이름 '모성'

2004. 12. 2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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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하나부터 열까지 불행한 한 남자가 있다.

그는 핏덩이 때 엄마에게 버려졌고,두 살 때 호주로 입양됐지만 양아버지의 구박으로 집을 뛰쳐 나와 거리에서 들개처럼 살았다.

그리고 연인을 지키려다 맞은 총알이 머리에 박힌 채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

28일 종영된 KBS2 미니시리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차무혁(소지섭)은 그런 남자다.

차무혁은 근래 드라마에서 발견하기 힘들었던 비극적 캐릭터로 눈길을 끈다.

그의 불행은 드라마의 처음부터 끝까지 사라지지 않고 지독하게 얽혀있다.

죽음을 앞두고,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용서하기 위해 찾아온 한국 땅에서 버린 자식은 아랑곳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어머니를 만나고 그는 절망한다.

세상의 어떤 사람에게도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차무혁을 보며 연민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다.

무혁이 자신의 전 생애를 통해 고통스럽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모성의 결핍이다.

혹독한 불행으로 얼룩진 무혁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 역시 기본적으로 모성 본능에 닿아 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주로 시청하는 성과 계층이 30대 여성이라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이 드라마는 어머니에 대한 복수의 일념으로 살아온 한 남자가 결국 어머니와 눈물겹게 화해하는 드라마이자,그 어머니를 대신해 시청자들이 무혁에게 보내는 모성으로 가득한 드라마다.

시청률이 아주 높진 않은데도 ‘미사폐인’이라는 열혈 시청자층을 탄생시켰다.

무혁에게는 또 한 명의 어머니가 있다.

무혁을 사랑하는 여자,송은채(임수정). 작가 이경희는 “은채는 무혁의 또다른 어머니”라고 말했다.

무혁은 생모로부터는 버려졌지만 은채를 통해 어머니를 얻었다.

물론 둘의 죽음으로 드라마는 끝이 났지만 무혁은 결국 세상과 화해하고 눈을 감는다.

은채 역시 자신의 존재를 처음 자각하게 해준 무혁의 뒤를 따른다.

참혹한 비극이지만 그들의 죽음이 섬뜩하다기 보다는 왠지 따뜻하다.

이기적인 사랑으로 가득한 요즘 서로 기꺼이 용서하고 화해하는 사랑의 모습은 도드라진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사랑이란 또 하나의 모성이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백민정기자 min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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