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표팀과 클럽팀은 영원한 앙숙?
[오마이뉴스 윤영섭 기자]모든 축구 선수들은 조국의 축구협회와 연봉을 받는 클럽에 속해 있다. 이처럼 두 개의 소속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은 중요한 두 임무 사이에서 갈등을 하곤 한다.
예전부터 항상 그랬듯이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비롯하여 유로 2004, 코파 아메리카, 아시안 컵 등 조국의 유니폼을 입고 뛰어야 하는 중요한 대회가 있는 해에는 선수 차출을 두고 클럽과 각국의 축구협회들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곤 한다.
물론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유로 2004와 올림픽, 그리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아시안 컵 등 다양한 국가 대항전 때문에 많은 클럽들이 선수들의 국가 대표 차출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각국의 축구협회들과 지리한 힘 겨루기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얼마 전 스페인 발렌시아의 라니에리 감독은 현재 남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파 아메리카 대회를 두고 "우리팀 주전 수비수 아얄라는 경기에 출전하는데, 도대체 왜 같은 리그에서 우승을 다툴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수 사무엘은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지를 설명해 달라"면서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비엘사 감독에게 공개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또한 이와 함께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알렉스 퍼거슨은 클럽 소속 선수들의 국가 대표 차출을 강력하게 반대하며 선수들에게 엄포를 놓았다.
유럽의 명문 클럽을 혼자서 무려 20여 년 가까이 이끌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는 이 늙은 명장은 와일드 카드로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수비수 에인세에게 "만약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면 다른 수비수를 영입하겠다. 올림픽을 마치고 돌아온다 해도 그의 자리는 없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서서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평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선수들의 국가 대표 차출에 대해 공개적으로, 그것도 열렬히 비판하고 나서는 대표적인 감독 중의 하나다. 예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폴 스콜스가 대해 부상을 이유로 잉글랜드 대표팀 차출을 피했다가 며칠 후 멀쩡한 모습으로 소속 클럽의 경기에 출전, 잉글랜드 대표팀의 에릭손 감독과 퍼거슨 감독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던 일은 유명한 사건이다.
우리 나라도 얼마 전 PSV 아인트호벤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 선수의 올림픽 본선 차출을 두고 소속팀과 힘겨운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처럼 클럽들의 선수 차출 반대에 몇몇 언론들에서는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조국을 위해 뛰는 것은 축구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선수들이 꿈꾸는 것"이라며 클럽들의 지나친 선수 독점을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클럽들의 항변도 일리가 있다. 거액의 이적료와 연봉을 들여 영입한 선수가 만약 국가 대표 경기에 나섰다가 누적된 피로로 인해 클럽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혹 부상이라도 당해 클럽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그 막대한 피해는 과연 누가 보상해줄 것이냐는 이유에서다.
물론 이 때문에 몇몇 클럽들은 보험 제도를 이용하고 있지만 그들이 진정 선수를 영입하는 목적은 보험금이 아니라 그 선수를 활용하여 경기에서 이기고 우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로가 자신들에게 합당한 이유를 대며 옥신각신 다투고 있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바로 선수들의 모든 경기 횟수를 지금보다 대폭 줄여 일정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의 경기 일정은 선수들에게 있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18)는 클럽의 경기를 모두 소화해낼 경우 정규 리그 38경기를 비롯하여 FA CUP, CALLING CUP,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뛰게 된다. 이와 함께 국가 대표로서 유로 2004와 올림픽에도 출전한다. 이 외에여러 가지 A 매치 평가전, 클럽 친선 경기 등을 모두 합한다면 1년 동안 그는 무려 100경기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이겨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러한 현재의 상황에 대해 얼마전 FIFA의 블래터 회장은 "대부분의 유럽 리그들은 8월에 시작해 그 다음해 5월에 끝난다. 그리고 유로 2004나 월드컵, 코파 아메리카 등 국가 대항전은 6~7월 달에 벌어진다. 이런 일정에서 선수들은 1년 내내 항상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수들은 절대 자신이 가진 기량을 최대로 보여 줄 수 없으며 이는 곧 축구팬들에게도 큰 손해"라고 일갈했다.
또한 빡빡한 경기 일정은 예전부터 선수 생활을 위협하는 문제로 대두됐다. 특히 얼마 전에는 몇몇 선수들이 경기 중에 심장 이상 등으로 사망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 더욱 시급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다수의 축구팬들은 정규 리그의 경기수를 줄이거나 몇몇 대회들을 폐지하는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선수들이 더욱 활기찬 모습으로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보길 원한다.
FIFA(세계축구연맹)를 비롯한 각 대륙의 축구 연맹들, 그리고 각 국가들의 축구협회와 클럽들이 모두 나서서 서로 양보하는 마음으로 지금의 경기 일정을 혁신적으로 줄여 조절하지 않는다면, 선수들의 만성적인 피로와 그에 따른 기량 하락, 그리고 클럽과 국가 대표팀간의 선수 차출에 대한 해묵은 다툼은 계속될 것이다. /윤영섭 기자- ⓒ 2004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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