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소설은 드라마 모사?

2004. 7. 2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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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강병진 기자] ▲ <늑대의 유혹> 포스터 ⓒ2004 싸이더스 10대는 미래에 대한 기대 만큼이나 욕심이 많은 나이다. 또한 그 욕심을 드러내는 것에서 주저하지 않는 시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민감한 자존심 때문이다. 양보는 할망정 뺏기고 싶지는 않다. 맞아 터질 때 터지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멋있어야 한다.

어머니를 찾아 서울에 도착한 한경(이청아). 어둡기 만한 서울 생활에 한 가지 부푼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 친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녀석은 이미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았다. 하지만 한경은 슬퍼할 새도 없이 싸움짱, 인기짱인 해원(조한선)에게 찍힌다. 어떻게 돌아가는 일인지 추스르지도 못하는 상황. 여기다가 옆 학교 태성(강동원)이 마저 한경의 우산 속으로 뛰어든다.

<늑대의 유혹>은 자존심 대결에서 10대의 판타지에 꽂히는 부분이 상당히 큰 영화다. 우선 해원(조한선)과 태성(강동원)의 대립구도가 그렇다. 외모와 싸움실력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이들의 대결은 그 자체로 불꽃이 튀긴다. 그들에게는 전혀 추하지 않은 액션의 대결이 있고, 카리스마의 승부가 있다.

게다가 이들은 한경(이청아)을 둘러싸고 삼각관계의 긴장을 만들어내며,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강한 연대감을 보여준다. 현실에서는 자칫 ‘객기’이거나 ‘겉멋’으로만 비춰질지 모르는 자존심의 표출이 스크린 속에서는 ‘쿨’하면서도 매력적인 행동양식이 되는 것이다.

▲ 태성(강동원)과 해원(조한선) ⓒ2004 싸이더스 <늑대의 유혹>은 이러한 인물들의 긴장관계를 경박하지 않으면서도 유쾌하게 묘사한다. 여기에는 배우의 매력을 영화의 매력으로 치환시킨 감독의 공이 크다. 조한선과 강동원의 표정과 행동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영화적 이미지가 된다. 빗속에서는 로맨틱한 달리기를…. 싸울 때는 멋들어진 자태를 뽐내는 이들 덕분에 다소 허술하게 느껴지는 에피소드의 균열이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경’을 맡고 있는 이청아는 두 남자 배우의 강렬한 이미지를 차분히 정리시키는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 내고 있다.

이러한 인물들의 매력은 영화의 결정적인 갈등인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면서부터 스토리의 무게에 눌려버린다. 게다가 뻔한 오해가 덧붙여지면서 스토리는 더욱 비대해지지만 영화는 계속해서 그 빠른 리듬을 유지하려고 애쓰다가 결국 ‘신파’의 길로 접어들고 만다.

▲ <늑대의 유혹>의 세사람 ⓒ2004 싸이더스 <늑대의 유혹>이 귀여니의 동명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몇 년 전부터 영화와 드라마는 인터넷 소설로부터 수혜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낡은 신파적 마무리는 인터넷 소설의 탯줄은 과연 어디인가를 생각해 보게끔 만든다.

귀여니의 소설들은 문자와 문학의 파괴라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한편으로는 현재 10대의 감수성과 판타지를 섬세하게 자극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 10대의 판타지는 어디에서 제공된 것일까? <늑대의 유혹>을 보고 있노라면 결국, 그 탯줄의 근원은 수많은 영화와 TV드라마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사실상, 영화의 장점인 인물들의 긴장관계와 매력 또한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갈등과 마무리의 모양새를 볼 때 이 상상력의 최대 공급자는 <가을동화>나 <겨울연가> 등의 최루성 멜로드라마다. 출생의 비밀이 엮이고, 불치병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야기들. 게다가 마지막에는 죽은 자를 위해 울부짖는 세리모니까지…. ▲ <늑대의 유혹>의 한 장면 ⓒ2004 싸이더스 <늑대의 유혹>은 이런 모사를 거듭하면서 영화의 장점을 스스로 상쇄시켰다. "인터넷소설이 과연 영화 소재로서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란 질문에 의심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는 것. 어쩌면 귀여니는 또래에 비해 TV드라마를 좀 더 많이 좋아하는 소녀에 불과할 지도 모르니 말이다. /강병진 기자<hr noshade color=#FF9900>덧붙이는 글감독 - 김태균출연 - 이청아, 강동원, 조한선제작 - (주)싸이더스- ⓒ 2004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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