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특집] 조심해! 두 늑대가 잔뜩 노리고 있어..
[일간스포츠 윤고은 기자] <늑대의 유혹>은 관객들을 두 파로 갈리게 하는 발칙한 영화다.
같은 10대를 겨냥한 <그 놈은 멋있었다>의 관객은 한마음으로 "그 놈"을 좋아하면 되지만, <늑대의 유혹>은 강동원과 조한선이라는 근사한 "롱다리" 둘을 등장시켜 심히 갈등하게 만든다. 하, 이를 어쩌나. 여자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이 영화 개봉과 동시에 남자들은 한동안 피곤하게 됐다. 같은 "늑대"라도 이 둘을 보면 주눅이 팍 들 것이니…. <늑대의 유혹>은 어깨에 힘을 "빡" 준 10대들의 어른 흉내내기다.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말이 있듯, <늑대의 유혹>은 10대가 전부인 세상을 그린다. 그러기에 이들에게 "고등학생스러운" 면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은 이미 스스로에게 "어른"의 신분증을 수여했고, 그렇게 행동하고 사고한다. 당연히 그만큼 위험하고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10대들에게는 이러한 "금지된 장난"이 더욱 폐부를 찌를 것이다.
■ 두멋진 늑대 평범하기 그지없는(실제로 여주인공 이청아는 진짜 평범하게 생겼다) 여학생 한 명을 놓고 두 "킹 카" 남학생이 덤벼든다. 우산 속으로 뛰어든 강동원은 봄비처럼 싱그럽고, 버스에서 말을 거는 조한선은 녹아내리게 멋지다. 둘 다 긴 팔, 긴 다리를 휘두르며 한싸움 하는 소문난 "주먹"들. 강동원과 조한선은 아직 연기를 말할 단계가 아닌 신인들이다. 하지만 둘의 그러한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는 이 영화와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 마침 고등학생 역이라, 자신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형님들의 세계"를 연기하며 어색함을 느낄 필요가 없다. <화산고>에서 이미 액션 연출의 솜씨를 과시한 김태균 감독은 감각적인 영상으로 이 두 배우를 잘생긴 외모와 폼 잡는 몸짓만으로도 근사하게 만들었다.
세상에, 사랑하는 여학생에게 주려고 피자 한판 사가지고 남의 학교 교실로 당당히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남학생이 있을까. 폭력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치열한 싸움이 심히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둘이 어른 조폭들을 상대로 싸우는 모습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남자들의 세상이다. 나름대로 의리도 있다. 사랑을 놓고 양보할 수 없는 경쟁을 펼치긴 하지만, 한쪽이 조폭에게 부당하게 당하고 있을 때는 그 판에 과감하게 뛰어들기도 한다.
그뿐 아니다. 조한선이 이청아에게 퍼붓는 키스는 성적 매력마저 느껴질 정도로 강렬하다. 10대들의 깜찍 발랄한 입맞춤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 10대 그들만의 리그 아홉 살들도 인생을 논하는데, 하물며 고등학교 2, 3학년이야. 이미 세상을 다 알아버렸다고 자신하는 이들에게는 거칠 것이 없다. <늑대의 유혹>의 고등학생들은 술을 예사로 마시며 세상의 시름을 다 안고 산다.
일단 이중 삼중으로 엮인 배다르고 씨다른 형제가 등장하니 이미 여기서부터 비련의 주인공이 되고픈 10대들의 환상에 부합한다. 또 12세 관람가이건 18세 관람가이건, "사랑은 세상의 전부"이기에 사랑을 얻기 위한 음모도 꾸민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면허도 없이 스포츠카를 끌고 다니고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이나, 거의 목숨을 내놓은 것처럼 싸움의 굿판을 벌이는 모습 등은 "그들만의 리그"라 해도 이해의 한계를 넘어선다.
물론 이 영화를 보는 12세 이상의 관객들은 눈에 하트를 그리면서 영화가 그리는 세상에 푹 빠져들겠지만, 온갖 치장을 하고 술 파는 클럽에 가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이해하려 해도 힘겹다.
하지만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말이 있다지 않나.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 혹은 "요즘 애들은 왜 저러니?" ■ 액션의 미학 <늑대의 유혹>은 액션의 미학을 펼친 영화다. 강동원이 도망치다 좁은 골목길에 갇혀 1 대 다의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나, 조폭들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맞는 장면, 조한선이 구원 투수로 나서 강동원을 구출하는 장면 등은 비장미가 느껴질 정도로 무겁다. 두 배우가 이 연기를 소화해내느라 진땀깨나 뺀 것은 물론. 김태균 감독은 이러한 장면이 보다 힘있게 보이도록 전체적으로 화면의 색 톤을 짙게 했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피를 토해내는 모습은 살벌하다. 느와르의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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