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과 순종의 꽃-금낭화
[오마이뉴스 김민수 기자] ▲ 금낭화-며느리주머니, 밥풀꽃으로도 불리운다. ⓒ2003 이선희 금낭화는 현호색과로서 연약하고 가녀린 줄기가 길게 나와 주머니 모양의 납작한 분홍색 꽃을 올망졸망 매달고 있는 꽃입니다. 심장모양을 닮은 그 작고 예쁜 꽃에 아침 이슬이라도 열리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지만 물기를 많이 머금은 줄기는 바람이라도 세게 부는 날이면 부러질 것만 같이 연약합니다.
꽃의 모양이 심장을 닮아 영어식 이름은 "bleeding heart(피가 흐르는 심장)"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꽃의 모양이 여인네들이 치마 속에 넣고 다니던 주머니를 닮았다고 하여 "며느리주머니"라고도 합니다. 그러니 금낭화(錦囊花)는 "아름다운 주머니를 닮은 꽃"이라는 뜻이죠.그리고 또 다른 이름도 있는데 마치 입술 사이에 밥풀이 끼어 있는 것 같이 보여서 "밥풀꽃"이라고도 한답니다. 앞의 "며느리주머니"와 "밥풀꽃"이라는 다른 이름이 함께 있어서 "꽃며느리밥풀꽃"과 혼동을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 모양새는 아주 다릅니다.
ⓒ2003 김민수 금낭화의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입니다. 꽃의 모양을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순종하겠다는 듯한 겸손한 모습입니다. 겸손과 순종의 미를 겸비하고 있는 꽃 그러나 그 겸손과 순종은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라 진실한 것과 옳은 것에 대한 겸손과 순종입니다.
꽃은 남녘에서는 3월부터 그리고 설악산이나 북부지방에서는 5월부터 피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3월에서 5월에 거쳐 우리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까? 3월에는 일제에 항거했던 3・1만세운동이 있고, 4월에는 4・19혁명이 있고, 5월에는 5・18광주민중항쟁이 있습니다.
1980년대 초반 교회에서 부르는 복음성가 중에 <민중의 함성>이란 노래가 있었습니다.
오랜 시련에 헐벗은 저 높은 산 위로오르려 외치는 민중들의 함성이하늘을 바라보다 그만 지쳐 버렸네땅을 에워싼 강물은 유유히 흐르는데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시여당신의 뜻이라면 하늘 끝까지 따르리라20여 년이란 긴 시간의 기억을 더듬어 풀어놓은 노랫말이라 정확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노래는 물론 교회에서만 불린 것이 아니라 대학가에서도 불렸습니다.
마지막 부분 "당신의 뜻이라면…" 이 부분은 저의 삶 자체를 바꾸어 버렸습니다. 단순히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는 부질없는 짓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고, 지금도 끊임없이 "당신의 뜻이라면…"을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저에게 있어서 "당신"은 만해 한용운님의 "님"과 같습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중략>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금낭화같이 예쁜 꽃에 관한 전설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의외였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이 빈약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꽃 이야기가 없으니 조금은 허무하더군요."저렇게 예쁜 꽃이?"조금은 이해가 가더군요. 너무 우아하고 예쁘니까 "당연히 있겠지"하며 상상의 나래를 덮어버린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 경우 있잖아요. 아주 예쁜 여학생이 남자친구가 없는 경우 말입니다. 남학생들은 짐작하기를 저 정도면 남자친구가 이미 있을 거야 하는 생각에 접근할 생각을 못하는 것이죠.금낭화. 겸손과 순종의 꽃이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겸손과 순종, 그러나 불의와 악한 것에 대해서는 줄기가 부러지고, 뿌리가 드러날 지라도 당당하게 맞서는 그런 겸손과 순종을 금낭화에서 봅니다.
온갖 물신주의와 권력지향주의에 빠져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금낭화가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들의 겸손과 순종은 굴종이요, 허위가 아닌가 돌아보라고 말입니다./김민수 기자 (gangdoll@freechal.com)<hr noshade color=#FF9900>덧붙이는 글이선희 선생은 초등학교 교사로 주중엔 꽃보다 아름다운 아이들과 생활하다가 주말은 돋보기 들고 들에 나아가 꽃 관찰하며 이야기 나누고 그러다 화폭에 담아 응접실에 걸어놓고 행복해 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색연필로 들꽃을 그린 지 4년째입니다. 예쁜 카드(현재 3집까지 나왔음)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들꽃 소개할 뿐만 아니라 카드를 팔아 불우한 어린이를 돕고 있습니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은 총 100회를 목표로 시작했으며, 이 기사를 통해 나오는 원고료와 관련 수익금은 전액 불우어린이들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기사까지의 기금] 20,000원 기자소개 : 김민수 기자는 제주의 동쪽 끝마을에 사는 목사입니다- ⓒ 2003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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