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요르단-이라크 애증의 관계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바그다드 주재 요르단 대사관을 노린 차량폭탄테러는 이라크 전쟁을 전후해 처음으로 아랍-아랍 갈등을 표면화시킨 사건으로기록된다. 미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펼쳐온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추종세력들이 아랍의 `배신자들"을 향해 처음으로 보복에 나선 것이다.
아랍 분석가들은 후세인의 바트당 추종세력들이 체제 붕괴의 책임자들에 대한조직적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오래 전부터 경고해왔다. 이들이 보복 대상으로 지목하는 `세탁 명단" 1번에 요르단이 올라있었던 셈이다. 분석가들은 쿠웨이트와 사우디 아라비아가 다음 순위에 올라있다고 지적한다.
요르단이 후세인 정권 추종세력의 보복명단 맨 앞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역사적으로 긴밀하게 얽힌 양국 관계에서 비롯된다.
19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직후 후세인 당시 요르단 국왕은 아랍 역내문제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취해온 중립 정책을 선언했다. 후세인 정권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아랍 차원의 문제 해결을 모색했다.
이듬해 1월 미군 주도 다국적군의 이라크 공격으로 걸프전이 시작됐을때도 후세인 국왕은 중립을 표방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공연히 이라크 편을 들었고 이 때문에 종전후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는데 수년이 걸렸다.
요르단은 그대신 이라크로부터 `과분한" 사례를 받았다. 연간 500만t의 원유를공급받으면서 그 절반을 무상으로 지원받았다. 지난 3월 이라크 전쟁 이전까지 요르단의 대 이라크 교역은 전체 대외 교역의 약 15%를 차지했다.
또 요르단은 유엔의 제재를 받는 이라크의 유일한 대외 창구 역할을 해줬고, 의약품과 식량, 기타 인도적 물자 등 연간 7억달러 상당의 물자를 이라크에 공급했다.
이같은 경제적 유대 외에도 양국은 역사와 문화, 언어, 관습 등에서 다른 아랍국가들과는 다른 특수한 관계를 갖고 있다. 양국은 모두 영국에 의해 세워진 국가이며 하심 왕가에 의해 통치돼온 국가다. 1958년 군사 쿠데타로 이라크의 파이살 국왕이 암살되고 왕정 반대론자들이 이라크를 차지했지만 요르단은 이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지난 3월 20일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자 요르단 전국은 반전, 반미 시위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요르단에는 지금도 20만-30만명의 이라크인들이체류하고 있다. 이라크와 요르단 국민의 역사적, 정신적 유대는 이처럼 유별나게 강하다.
그러나 후세인 전 국왕 사후 왕위를 계승한 압둘라 2세는 전통적 중립정책을 버리고 미국에 대한 은밀한 지지로 돌아섰다.
물론 압둘라 2세 국왕도 표면적으로는 이라크에 대한 무력 공격에 반대했다. 하지만 그는 이라크 서부 사막으로 침투하는 미군 특수부대에 기지를 제공했고, 미군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의 배치를 허용하는 등 `실리적" 접근법을 취했다.
그렇지만 그는 종전 후에는 후세인 전 대통령의 두 딸과 동복(同腹) 누이동생의가족들에게 망명처를 제공했다. 압둘라 2세 국왕은 후세인 정권에 의해 남편을 잃은이들에게 `인도적 차원"의 피신처를 제공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라크 구 정권에대해 배려를 잊지 않으면서도 여자와 어린들에게만 망명을 허용하는 조심스런 절제를 지켰다.
요르단의 불안한 줄타기 외교는 종전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일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의에서 마르완 무아쉬르 요르단 외무장관은 미국이 내세운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의 과도정부 구성 과정을 노골적으로 비난하지 않았으며과도통치위가 합법정부를 향한 긍정적 조치라고 환영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불안한 중립지대"에 위치한 요르단의 운명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bar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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