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 "팔색투로 방망이 농락"
‘고기 낚는 맛을 알았나?’LG의 에이스 이승호(27)는 요즘 던지는 게 너무 재미있다. 투수란 원래 ‘맞으라고’있는 직업이나 안 맞으면 더 신기한 재미에 빠져든다. 타자들 골탕 먹이는 재미를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초짜 선발인 이승호는 선발로 돌아선 첫 해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본다. 지난 1일 인천 SK전에서는 길게 오래가는 투수가 되기 위해 ‘컨트롤 투수’로 변신하다 초반부터 난타 당하고, 다시 힘을 앞세운 파워 피처로 돌아갔다.
6일 잠실 현대전에서는 ‘내 갈 길은 파워 투수’라고 시작했다가 볼 넷만 남발하고 ‘변화구 투수’로 살짝 바꿨다. 결과는 2전 전승에 방어율 1.88(14⅓이닝 3자책). 지난 주 팀이 거둔 3승 중 2승을 책임졌다. 누가 가르쳐 줄 수도 없는 경기 운영 능력을 스스로 깨지고 극복해가며 배우고 있는 셈이다.
이승호가 일간스포츠와 ㈜제일화재해상보험이 공동으로 선정한 7월 첫째 주 주간 MVP를 차지했다. 상금은 50만 원. LG선수로는 올 시즌 처음으로 지난 5월 마지막 주 MVP를 안은 데 이어 벌써 두 번째 수상이다. ‘LG=이승호’란 공식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시즌 초부터 계속된 탈삼진 부문 1위(86개)도 굳건히 지켜가고 있다. 벌써 7승(6패)으로 다승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고 투수의 미덕인 방어율에서도 2.85로 이상목(한화ㆍ2.80)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한 달 전 수상 당시와 비교 꾸준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승호는 “같은 왼손 출신인 양상문 투수코치의 조언이 힘이 된다. 부담 갖지 않고 게임을 즐기면서 위기 관리 능력도 향상되는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요즘 경기가 안 좋아 밥을 사는 동료들이 뜸한 데 상금으로 팀 동료들과 회식이나 해야 겠다”며 밝게 웃었다.
◆어떻게 뽑았나?투수 중에서는 특별한 경쟁자가 없었다. 타자 가운데 그 동안 ‘죽을 쑤던’마해영(삼성)이 4경기에서 무려 타율 7할 5푼(16타수 12안타), 5홈런 10타점을 올려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하지만 빈약한 타선에도 불구, 홀로 2승을 거둬 팀을 4위에 올린 이승호에 밀려 아쉽게 탈락했다. SK 조경환(.368, 2홈런, 6타점), 롯데 용병 이시온(.353, 3홈런, 7타점) 등도 맹타를 휘둘렀다.
장현구 기자 cany9900@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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