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미다스의 손" 양현석
‘요즘 가요계 돈은 양현석이 다 번다며?’가요 관계자 몇 명만 모여도 이런 얘기가 나온다. ‘정말 노래를 기막히게 잘하는’ 여성 4인조 신인 그룹 빅마마와 신인 가수 세븐은 현재 주간 음반 판매 순위의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다. 고작 데뷔 2개월 된 신인 두 팀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한 일은 주목 받을 만한 일.한 집안인 YG의 소속 가수들 사이의 1위 싸움이라고 하니 심상찮은 인기 비결을 한번 짚어볼 궁금증이 생긴다. 연속 안타, 혹은 홈런을 날리며 대중 문화 히트 상품을 제조하고 있는 YG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양현석(33)을 만나 그 궁금증을 풀어 보기로 했다.
우선 잊지 말아야 할 것. 2003년을 빛낼 대중 가요 히트 상품을 제조해 낸 제작자 양현석은 20세기 최고의 대중 문화 히트 상품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였다는 사실이다. 보통 제작자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 YG의 연속된 성공, 그저 운이 좋아서 일까.‘그저 운이 좋아서 떴다’고 하기엔 이유가 궁색하다. 벌써 연이은 홈런을 수 차례 날리고 있다. 작년 4월 휘성(2002년 골든디스크 신인 가수상 수상) 1집을 시작으로, YG 가수들이 총출동한 YG 패밀리 2집, 그리고 올해 2월 빅마마와 거미 1집, 3월 세븐 1집 까지 줄줄이 인기 음반에 이름을 올렸다.
확실히 YG 출신의 가수들이 주요 흐름에 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인기 가수들의 음반이 아닌, 대형 신인 가수에 목말라 있는 가요계에서 모두 신인 가수를 발굴해 높은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매길 만 하다.
▲ 해답은 기발한 아이디어!양현석은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난 새로운 음악을 한 게 아니다. 이제야 대중이 우리의 음악을 발견했다”고 답했다.
YG는 계속해서 힙합과 R&B 등 흑인 음악을 추구해 왔는데, 대중들의 음악을 듣는 귀들이 최근 들어 급격히 발전하면서 흑인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얘기.“이제 대중들이 세련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 많아졌다. 우리보다 대중들의 귀가 앞서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당연히 수준 높은 음반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기본적인 이유야 최고 3~4년 간 준비하고 갈고 닦은 가수들의 실력과 음반의 높은 수준.하지만 빅마마의 인기는 ‘허를 찌르는’ 발상의 전환이 주효했다. 예쁘지 않으면 아예 가수의 꿈을 접어야 하는 현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팀을 구성했고, 그 현실을 통렬하게 비웃는 빅마마의 뮤직비디오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낳은 히트 상품임이 분명하다.
또 세븐의 무대는 늘 새로운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매일 팬들을 위해 지겹지 않게 음악을 바꾸거나 새 춤을 개발한다. 취향이 늘 새롭게 바뀌는 10대와 20대 초반 팬들을 위한 배려다.
끊임없이 새 것을 추구하는 것은 서태지와 아이들 당시 시작된 습관.당시 하루 2~3시간 잠 잘 겨를도 없었지만, 하나씩은 꼭 새로운 무대 연출을 고안했다.
▲ 킵식스의 실패가 가장 큰 공부물론 성공 스토리에 빠질 수 없는 얘기는 과거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렇게 승승장구 하고 있는 양형석에게도 당연히 실패가 있었다.
96년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후 현기획에서 처음으로 음반 제작을 시작했다. 남성 3인조 그룹 킵식스의 음반이었다. 그러나 판매량은 고작 4만 장. 4억 원의 빚을 떠안아야 했고, 5000만 원을 갚지 못해 채권자가 양현석 집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이를 악물었고, 곧바로 97년 남성 2인조 힙합 그룹 지누션의 1집 음반을 제작했다. 그런데 이 음반이 <말해줘>로 70만 장의 ‘대박’을 기록했다.
▲ 힙합의 씨앗을 뿌린다양현석은 양공 작전을 펼친다. YG의 흑인 음악 색깔을 가진 가수들을 계속 만들어 내고, 그 가수의 노래에 관심을 기울일 만한 문화의 씨앗을 뿌려 가며 후방 지원을 하고 있다.
힙합은 문화를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음악 하나만 잘 한다고 뿌리를 내릴 수 없다. 그래서 힙합 전문 매거진 <바운스>를 1999년 창간(2002년 4월 호 이후 휴간 중)했고, 서울 홍대 앞에 힙합클럽 ‘nb’를 오픈했다.
그는 “음악에 대한 최신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매주 금요일 밤 11시 30분부터 1시까지 nb에서 직접 DJ를 맡고 있다. 9일엔 서울 강남역에 ‘nb’ 2호점을 개업했다.
그는 이렇게 계속 힙합 문화 확산 작전을 계속 펼쳐나갈 계획이고, 제작자로 최종 목표는 YG의 이름을 단 전문 공연장을 설립하는 것이다.
이경란 기자 ran@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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