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농민에 이어 노동자와 2라운드 시작

임준제 2003. 1. 20.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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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농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이 기사를 기억하십니까?경쟁력 없는 농업을 배려하다가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한국은 5〜10년 내에 3등 국가로 추락할 우려가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농업부문을 과감히 포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칠레 FTA 협상이 지난 99년 12월 시작됐으나 포도, 배, 사과 등 일부 과실농가의 터무니 없는 주장으로 인해 협상이 발목잡혀 있다. 정부가 과실농가의 압력 때문에 칠레와의 FTA 협상을 포기할 경우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문화일보, 2002년 3월 20일자 기사>오는 2004년 뉴라운드 발족을 앞두고, 농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중략)...앞으로 10년은 물론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는 농업 등 경쟁력 떨어지는 산업에 대한 포기도 불가피하다.

<서울 경제신문, 2002년 3월 20일자> 위의 기사는 지난 2002년 두산중공업 회장이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박용성 회장의 발언을 일간지에 실은 기사이다. 이러한 박용성 회장의 발언에 대하여 한농연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을 비롯한 농업계는 두산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하며, 강력한 규탄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박용성 회장의 타겟은 농업계에서 노동계로 넘어갔다. 노조탄압과 노동자 분신 사태 등으로 노동계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지난 2001년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사유화 정책에 따라 두산그룹은 한국중공업을 3057억원 헐값에 인수하였다. 이 과정에서 두산그룹은 2001년 노사간에 명예퇴직에 대해 사전 합의하기로 한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1124명의 노동자를 명예퇴직이란 형태로 거리로 내몰았다.

2002년 2월 26일 발전소의 사유화에 반대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파업을 전개하자, 두산 그룹은 총 201명의 조합원을 징계하였다. 또한 5월까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을 거부하다가 이를 참지 못한 노동조합이 22일 파업에 돌입하자, 하루도 지나지 않아 앞서 체결했던 단체협약을 모두 무효화했다. 그 후 협상조차 거부하는 회사에 맞서 노동조합은 47일 동안 파업을 벌이는 싸움 끝에 회사로 복귀하였지만, 두산그룹은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노조간부 89명을 징계해고하고, 22명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총 6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와 재산 가압류 신청 등을 단행하였다.

이러한 사태로 인하여 故 배달호씨는 손해배상 청구와 재산 가압류 해지와 해고자들을 복직시켜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쓰고 지난 2003년 1월 9일 두산중공업 사내에서 분신한 것이다.

故 배달호 노동자의 분신사태로 인하여, 노동계는 "故 배달호 분신 사망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조합원 징계 철회, 손해배상 청구 및 재산 가압류 해지, 두산중공업 박용성 회장 사과 등을 요구하며, 규탄집회와 두산그룹 제품 불매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노사의 협상은 장례절차와 유가족 보상에 대한 것만이 대상이며, 나머지는 노사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라고 주장하며,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원인에 대해서는 외면할 뿐이다.

이러한 두산그룹의 노조대응 방식은 두산그룹 다음과 같은 박용성 회장의 발언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 경제를 망친 것이 중소기업 보호정책이다. 농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농업을 감정적으로만 호도하고 있다. "보릿고개 멘탈리티" 로 농업을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노사문제에 대한 인식도 "전태일 멘탈리티" 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한국일보 2002년 4월 9일자 기사>오직 시장경제에서 이윤의 극대화만을 바라보는 재벌에게는 우리나라의 농업도 노동자의 삶도 걸림돌일 뿐이다. 오직 국가 경쟁력이라는 미명하에 추구되는 재벌의 이익만이 의미가 있는 듯 하다.

얼마전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이하 전경련) 간부는 "인수위원회의 목표는 사회주의적이다"라는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언론에서는 "사회주의"라는 말을 사용했느냐, 안 했느냐 말이 많지만, 사회주의 발언을 직접 했는지, 안 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전경련으로 대표되는 재계가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가" 이다.

사회주의 발언에서 재계가 하고 싶었던 말은 "국가!! 우리들이 돈버는데 이제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다. 재벌의 이윤극대화를 위해서는 국가의 개입 역시 재계의 걸림돌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농업의 사회적 가치도, 노동자의 복지와 삶도 눈에 가시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업을 포기하라는 발언도,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행위도 아무런 주저 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장경제의 이윤추구만을 바라보는 두산그룹과 재계. 그들의 생각과 사고가 바뀌지 않는 한 언제 또 다시 한농연을 비롯한 농업계와 부딪칠지 모를 일이다. 농업은 이제 국가의 개입 없이는 살아 남을 수 없고, 한 국가의 농업은 국가에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의 말처럼, 농업을 버리는 것이 세계적인 대세가 아니라, 국가에서 책임지는 것이 이미 세계적인 대세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은 농민과 노동자가 아니라, 두산그룹의 오너이자, 대한상공회소 회장으로 재계를 대표하는 박용성 회장인 것이다.

박용성 회장에게 발상의 전환이 없다면,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제3라운드의 상대는 누구일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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