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간부 분신 자살 발생유서 "두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들"

윤성효 2003. 1. 9.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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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분신자살을 했다. 창원 두산중공업 노조 간부 배달호(50・마산시 회원구 회원2동)씨가 9일 새벽 6시20분경 공장에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목숨을 끊었다. 노동계와 경제계는 새 정권 출범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분신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충격"에 빠졌다.

두산중공업 소속 금속노조연맹과 민주노총은 일제히 정부의 노동정책과 두산그룹의 노무방침을 비난하면서,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 노동정책 전반에까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9일 오후 4시 현재, 경찰은 시신 압류 영장을 발부받아 시신인도를 주장하고, 노조원들은 시신을 옮길 수 없다는 주장 속에 대치하고 있는 중이다.

@IMG1@노조 교섭위원 배달호씨 유서 남기고 새벽에 분신자살분신자살 경위 고 배달호씨는 평소 아침 6시경 회사에 출근했으나 이 날따라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빠른 새벽 5시경 집을 나섰다. 이 회사는 8시까지가 출근 시간이지만, 승용차를 가진 직원들은 정체 때문에 빨리 출근해 아침밥을 회사에서 먹기도 한다.

배달호씨는 새벽 6시20분경 차에서 내려 몸에 시너를 뿌리고 자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산중공업 시설운영부 직원이 최초로 목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초 목격자가 현장에 달려 갔을 때는 배씨의 몸이 불에 거의 탄 상태였다고 밝혔다. 목격자는 바로 소방서에 연락했고, 소방차는 새벽 6시40분 경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불은 꺼지지 않고 있었으나 배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이후 노조 간부들에게 알려졌고, 창원중부경찰서는 현장을 보존하고 사인 규명 등의 절차에 들어갔다. 배씨가 숨진 현장 바로 옆에는 배씨의 승용차가 있었다. 노동자의 분신 자살 사건이 발생했지만 신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노조측은 "추정"해서 배씨라 발표하기도 했다. 승용차 안에 배씨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있었지만, 유족들이 도착한 뒤에 현장을 수습하기로 해 미루어졌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낮 12시 점심시간에 맞춰 노동자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박방주 위원장과 신천섭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 이재구 민주노동당 창원을지구당 위원장, 주대환 민주노동당 마산합포지구당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오후 1시30분 경 유족들이 도착하면서, 노조 사무실에서 노조 간부와 변호사 차정인씨, 경찰이 참석한 가운데 시신 수습 등에 대해 논의했다. 경찰은 "변사"라며 부검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유족과 노조측은 시신을 회사 밖으로 옮길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신 수습 문제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현장 검증부터 먼저 하기로 하고, 승용차 안의 유서 등을 확보해 분석하기로 했다.

노조 간부의 분신자살 소식이 알려졌지만, 공장은 정상 근무를 했다. 회사측 홍보실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현장에 나와 상황을 살피기도 했다. 회사 입장을 묻자 두산중공업 홍보실 관계자는 "사인규명이 안된 상태에서 아직 입장을 낼 단계는 아니다"면서, "노조에서는 분신자살이라고 하지만 집회장 등 좀 더 공개적인 장소도 아니고 새벽에 아무도 없는 데서 자살한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IMG8@재산 임금 가압류 시달려, 정직 3개월 징계받고 지난해 말 출근@IMG3@배달호씨는 누구 배씨는 김해 출신으로, 1981년 1월 두산중공업의 전신인 한국중공업에 입사했다. 1995년 노사대책부장과 민영화 대책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노조 대의원과 운영위원을 지냈다. 2001년에는 교섭위원으로 있으면서 회사측과 단체교섭을 주도했다.

배달호씨는 2002년 7월 23일 파업투쟁과 관련해 구속되었다가 9월 17일 출소했고, 현재 집행유예(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상태에 있었다. 배씨는 회사측으로부터 재산과 임금 가압류 상태에 있었으며,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고 지난해 12월 26일 징계가 끝나 현장에 복귀했다.

배씨는 평소 회사측의 노조탄압에 대한 절망감과 가압류에 따른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달호씨는 유족으로 부인 황길영(43)씨와 1남2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오후 1시경 두산중공업 노조 사무실에 온 부인 황씨는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부인 황씨는 장례 등 모든 문제를 노조에 위임했다.

@IMG4@유서 "두산 해도 너무 한다" "법도 가진자의 법"@IMG5@유서 내용 경찰과 노조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2시경 승용차 안에 있는 유서를 수거해 공개했다. 배씨의 유서에서 두산중공업의 노동정책이 악랄하다고 지적했으며, 며칠 있으면 받을 월급이지만 돈 한 푼 들어오지 않을 현실을 표현해 놓았다.

"출근을 해도 재미가 없다. 해고자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뭉클해지고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두산이 해도 너무한다. 해고자 18명 징계자 90명 정도 재산 가압류, 급여 가압류, 노동조합 말살 악랄한 정책으로 우리가 여기서 밀려난다면 전 사원의 고용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지금 두산은 사택매각 식당도급화가 노동조합과 합의사항인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시행한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구나. 얼마전 징계자들이 출근정지가 끝나고 현장에 복귀하였지만 무슨 재미로 생산에 열심히 하겠는가. 이제 이틀후면 급여 받는 날이다. 약 6개월 이상 급여 받은 적이 없지만, 이틀 후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도 없을 것이다."배씨는 법도 "가진자들의 법"이라는 표현을 썼다.

"두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인간들이 아닌가 나는 매일같이 고민을 해본다. 두산의 노동조합 말살정책 분명히 드러나 있다. 얼마전 구속자 선고재판에서 어처구니 없이 실형 2년이라니. 두산은 사법부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공정해야 할 재판부가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불법이라니 가진 자의 법이 아닌가."배씨는 유서 마지막에 "더러운 세상 악랄한 두산 내가 먼저 평온한 하늘나라에서 지켜볼 것이다"고 말했다. "동지들이여 끝까지 투쟁해서 승리해 주기 바란다. 불쌍한 해고자들 꼭 복직 바란다. 나는 항상 우리 민주광장에서 지켜볼 것이다. 내가 없더라도 우리 가족 보살펴주기 바란다. 미안합니다."@IMG6@권영길 대표 "정부 책임 크다. 노 당선자도 자유스러울 수 없어"각계 반응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9일 저녁 창원대 시람관에서 신년특강을 하기 위해 창원에 도착, 곧바로 두산중공업으로 향했다. 권 대표는 이번 분신사건에 대해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문제점이 바로 드러난 것"이라며, "지난번 대선 토론 때 두산문제를 거론할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진행상 제기할 수 있는 조건이 안돼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대표는 "박용성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하다. 이는 두산의 문제가 아니라 재벌의 노조에 대한 문제고, 현 정부의 노동정책의 문제다"면서, "정부에게 책임이 있고 노무현 당선자도 이 문제에 있어 자유스러울 수 없다"고 말했다.

@IMG7@민주노총은 9일 즉각 성명을 내고, "박용성 회장 퇴진, 특별근로감독 실시, 노동탄압 중단 강력 촉구" 등을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대한상의 방용성 회장이 총수로 있는 두산중공업에서 회사의 가혹한 노조탄압과 월급, 부동산까지 압류하는 손해배상소송 가압류에 시달리던 노조원이 이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9일 유덕상 위원장 직무대행 등 지도부가 창원으로 직접 내려가 향후 문제에 대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두산중공업 노동조합 박방주 위원장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면서, "이 문제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두산의 자본이 얼마나 악랄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며, 조합원의 가엾은 죽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노동계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금속노조연맹 신천섭 수석부위원장은 "두산그룹이 잘나가는 한국중공업을 인수해 조그마한 이윤을 착취하기 위해 이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금속연맹은 150여개 지회 사업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합원들이 검은 리본을 달 것이며, 10일부터 각 지회장들이 두산중공업에 결집해 투쟁을 벌어나갈 것이라 밝혔다.

회사측 총 65억원 손배 청구, "다물단교육"으로 유명두산중공업 사태 두산그룹은 2000년 한국중공업을 인수, 1124명을 명예퇴직 시켰다. 2002년 산별교섭을 거부하면서 "단체협상 일방해지"라는 사상 초유의 강경 조치를 취했다. 회사측은 노조 간부 89명을 징계 해고, 22명 체포영장 발부, 총 65억원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 신청 등을 단행했다.

두산그룹은 90년대 중반 "다물단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뒤 소상제를 도입하면서 노조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두산기계에서는 다물단을 앞세워 노조간부를 집단폭행해서 숨지게 하는 만행까지 저지른 바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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