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축구협회와 일하지 않겠다"

"3개월 동안 쉽지 않다는 걸 지도자 출신이라면 알 것이다. 반대로 놓고 생각하면 기술위원장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술위원회를 장악하지 못했다고 한 것이랑 똑같지 않은가?"@IMG1@전 아시안게임(이하 AG) 축구 대표팀 박항서(43) 감독이 <스플> 취재진과의 단독인터뷰에서 축구협회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 달 21일 부인 최상아(41)씨와 함께 유럽여행을 떠났던 박항서 감독이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발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귀국했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박항서 감독은 피곤한 듯 눈이 충혈돼 있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그는 인터뷰 내 담담하게 이야기 했지만, 협회 관련 질문이 나오면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달 18일 경질이 확정된 뒤 바로 해외 여행을 간 이유를 묻자, 박항서 감독은 "한국에 있으면 머릿속에 원망, 미움들이 생겨 그래선 안될 것 같았다"라고 말한 뒤 "하지만 사람일이 쉽게 잊혀지나? 개인적으로서도 지도자로도 상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협회에서 제시한 전술부재, 선수단 장악부재 등 경질 이유에 대해서 "3개월 동안 전술을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제대로 훈련한 것은 3주 밖에 안된다"며 "선수단 장악력도 그 사람들이 그동안 함께 생활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며 반문했다.
월드컵과 AG을 통해 "짧은 시간 내 큰 기쁨과 실망을 겪었다"는 박 감독은 "협회에서 감독 제안했을 때 안 했어야 한다"며 "그 때는 협회에서도 원했고 나 스스로도 책임회피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수락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유럽 여행 동안 여러 지인들을 만났다는 박 감독은 특히 히딩크 감독과 만나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일단 통일축구대회 때 벤치 착석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기본적으로 감독님은 그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며 "`그런 소리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더라. 그리고 `우린 영원히 형제`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 남일이, 지성이, 천수, 정환이 등 선수 이야기도 했다"며 "구체적으로 누굴 데려온다는 이야기보다 선수들의 근황에 관심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IMG2@박항서 감독은 며칠 전 올림픽 감독에 선임된 김호곤 감독에 대해 "여러 가지로 경험도 많고 훌륭한 분"이라면서 "나보다는 연륜도 많고 더 낫지 않겠느냐"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그는 "협회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신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감독이 일하는데 큰 조직에서 이러쿵저러쿵 하면 안될 것"이라며 "사실 개인인 감독과 조직인 협회가 맞선다면 개인이 이길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해 축협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박 감독과 함께 여행을 다녀온 부인 최상아씨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스스로 잘 극복하리라 믿는다. 이번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좋은 휴식이었다"며 "다만 그이가 미국에서 유학중인 아들을 보고싶어 했으나 일정상 그러지 못해 서운해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항서 감독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유럽 일정에 대해 간단히 말해달라"일단 쉴 겸 다녀왔다. 독일에 아는 분도 있고 (히딩크)감독님도 뵙고, 홀랜드에 친구들도 볼 겸 다녀왔다. 그리고 터키도 다녀왔다. 유럽 진출 선수들도 기회가 되면 만나보려고 했지만 전화통화만 했다. 특히 그동안 가족끼리 함께 지내지 못했는데 편안하게 여행을 했던 것 같다."- 히딩크 감독과 만났는데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일단 통일축구대회 때 벤치 착석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건에 대해 감독님은 잘 알지 못했다. 내용도 모르고 있었다. `너랑 나랑 이야기할 정도의 일이 아니다`, `그런 소리 신경 쓰지 말아라`라고 말하더라. 그리고 `우린 영원히 형제다`라고 했다. 또 최근 한국 축구계 돌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선수들 이야기는 안 했나?"물론 선수들 이야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누굴 데려온다는 이야기보다 언론에서 말한 선수들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그게 누구인지?"음... 남일이, 지성이, 천수, 정환이 등이다."- 며칠 전 축구팬 71%가 히딩크 복귀를 반대한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그런 이야기 들었나?"일단 잘 몰랐고, 왜 반대하는지 의미를 모르겠다. 복귀 자체를 반대하는지 다른 내용이 있는지 한번 봐야겠다. 개인적으로는 축구팬들은 이젠 국내 축구계도 히딩크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벗어나야 한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한국 축구에 기술 자문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개인적으로는 유대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 그리고 히딩크 감독과 이런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다."@IMG3@- 김호곤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어떻게 생각하나?"김 감독님은 여러 가지로 경험도 많고 훌륭한 분이다. 나보다는 연륜도 많고 더 낫지 않을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좋은 성적 내리라 믿는다.
음... 나하고는 틀리겠지만 협회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신뢰`를 해야 한다. 감독이 일하는데 큰 조직에서 이러쿵저러쿵 하면 안될 것이다. 괜히 감정만 상할 수 있다. 사실 개인인 감독과 조직인 협회가 맞선다면 개인이 이길 수 없는 것 아닌가?그래서 서로간의 이해와 대화를 통해 `신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축구팬들은 김 감독에 대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특정 학교 출신만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있고."내가 언급할 내용은 아니다. 다만 어느 감독이건 최대 전력을 만들기 위해 좋은 선수들을 선발한다. 밖에서 보는 시각이 그럴 수는 있지만 안에서는 또 안 그럴 수도 있다."- AG 끝나고 시간이 많이 지났다. 여행도 다녀오고 그랬는데 그 때 협회 결정에 대해서는 할 말은 없나?"이미 경질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실 자진 사퇴할 생각도 많이 했지만 자기들(축구협회) 시나리오대로 가는 것 같아 꾹 참았다. 결국 위원회에 내가 할 말 하고 그만뒀다. 그만두고 보니, 기술위원회 사람들 동료고 하니까... 답답했다. 사실 한국을 빨리 떠난 것은 한국 있으면 머릿속에 원망, 미움들이 생겨 그래선 안될 것 같아서다. 머리 식히면서 빨리 잊고 싶어서 떠났다. 음.. 도피를 한 것은 아니다."- 현재는 어떤가?"사람일이 쉽게 잊혀지나? 지금은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세상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것 아닌가. 지금 와서 생각하니 지도자로서도 개인으로서도 상처였던 것 같다."@IMG4@- 사실 경질 될 때 위원회에서는 나름대로 이유를 들었는데 거기에 수긍은 하나?"기술위원장도 이야기했는데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그런 이야기하는 건 이해 안 된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전술부재와 선수단 장악력을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3개월 동안 최선을 다했다. 그것도 제대로 훈련한 것은 3주밖에 안된다. 하지만 그 안에 전술을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선수단 장악력도 그 사람들이 그동안 함께 생활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알 수 있는지. 다음에 (김진국 위원장)만나면 그 이야기를 어떻게 그렇게 쉽게 했는지 물어볼 것이다. 나한테는 큰 상처다. 선배로서 그럴 수 있는가 싶다. 불쾌하다.
사실 경질 이유만으로 그런 이야기했다면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지도자 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그럴 수 있는가?"- 그렇다면 3개월 동안 전술을 만든다거나 하는 것은 적어도 지도자 출신이라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단 말인가?"그렇다. "3개월 동안 어렵다는 걸 지도자 출신이라면 알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 한 것은 말도 안 된다. 그 사람에게 말해달라. 반대로 놓고 생각하면 기술위원장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술위원회를 장악하지 못했다고 한 것이랑 똑같지 않은가?"(박항서 감독은 조중연 전무 이야기가 나오자 "더 언급하고 싶지 않다. 알 사람은 다 안다. 그 이야긴 그만 하자"고 즉답을 피했다.)- 그렇담 월드컵 대표팀 코치 때와 감독 때를 스스로 평가한다면?"여러 사람이 말하는 걸 들었다. 나는 짧은 시간 내 큰 기쁨과 실망을 한꺼번에 겪었다. 사실 지금 아쉬움이 남는 것은 처음 협회에서 제안했을 때 안 했어야... 처음에 AG까지만 제안했을 때 거절했다. 그 다음에 다시 올림픽까지라고 말했을 때도 못한다고 했어야 했다. 사실 그 때는 협회에서도 원했고 나 스스로도 책임회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수락했다."- 협회와 연락은 주고받았나?"협회 연락할 거 없다."- 앞으로의 거취는?"아직까지 구체적인 것은 없다. 어차피 나는 현장 지도자다. 뭐, 축구계 어딘가 있지 않겠는가."- 혹시 협회와 관련된 일이 주어진다면?"그럴 마음 절대로 없다."- 마지막으로 축구팬들에게 한마디."관심을 가져준 팬들에게 너무 고맙다. 그리고 정말 미안하다. 국민들은 다 우승에 대한 기대를 했는데, 거기에 못 미쳤다는 게... 선수들에게도 미안하다. 병역 문제도 있고 했는데. 월드컵 4강 들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서 현재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생각해야 할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IMG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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